2003년 9월호

자연식으로 말기암 극복한 송학운·김옥경 부부의 생생 체험기

체내 독소 제거, 면역력 향상… 자연식 열흘이면 體化된다

  • 글: 박은경 자유기고가siren52@hanmail.net

    입력2003-08-25 14: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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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계 추산에 따르면 해마다 국내에서 10만명의 새로운 암환자가 발생하고, 그 절반 이상이 죽어간다. ‘완전 정복’의 꿈이 아직 요원한 현실에서 암 선고는 ‘죽음의 통고’나 다름없다. 직장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완치 수준에 이른 송학운씨 부부는 최근 ‘나는 자연식으로 암을 고쳤다’(고요아침)는 책을 냈다.
    • 이들 부부가 직접 체득한 암 치유·예방을 위한 자연식 요법.
    자연식으로 말기암 극복한 송학운·김옥경 부부의 생생 체험기

    자연식 덕분에 말기암을 치유한 송학운씨와 부인 김옥경씨

    1992년 12월 직장암 말기로 6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송학운(54)씨는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나 현재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부산 덕명정보여자고등학교 체육교사이자 ‘자연생활의 집’ 원장으로 1인2역을 바쁘게 소화하며 살아가는 그가 말기암을 극복하고 건강을 되찾은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8월5일 경남 양산시 원동면 내포리 해발 500m 산속에 위치한 자연생활의 집에서 송원장을 만났다. 자그마한 키에 단단해보이는 체구. 햇볕에 적당히 그을린 탄탄한 몸과 구릿빛 얼굴에서 병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암환자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건강해 보인다”는 필자의 말에 사람 좋은 웃음만 띠는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정말 암이 깨끗이 나았나?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말기암 환자가 지속적인 의학적 치료 없이 완치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1992년 12월3일 수술을 받고 18일간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딱 한 차례 항암치료를 받았다. 병원에선 1년간 계속 치료를 받으라고 했지만 그 뒤로 지금까지 병원에 가본 적이 없다. 그래도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으니 다 나은 것 아니겠는가.”

    -혹시 처음부터 진단이 잘못됐을 수도 있지 않았나.



    “1992년 9월15일 부산에 있는 병원에서 직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의사가 수술하고 인공항문을 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수술 후 오래 살 수 있는 확률도 크지 않다고 해서 수술과 치료를 포기했다. 대신 대체요법이니 민간요법이니 하며 허송세월을 하다 그해 12월에 서울의 큰 병원을 찾았더니 직장암이 결장과 임파선까지 전이된 말기로 6개월밖에 못 산다고 했다. 더 이상 기댈 곳도 없고 죽더라도 병원이 낫겠지 싶어 수술을 받았다.”

    -수술 결과가 좋았던 모양이다. 의사가 지레 겁을 준 건 아닌가.

    “1997년쯤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방송국에서 나를 취재하러 온 적이 있었다. 아마 담당PD가 내가 수술받은 병원을 찾아가 당시 진료기록을 확인한 모양이었다. 그때 내 담당의사가 놀라면서 ‘그 사람 아직 살아 있느냐’고 물었다는 소릴 들었다.”

    의학적 검사 통해 ‘정상’ 판정

    자연식을 통해 암을 극복한 송원장의 사례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여러 차례 방송출연 요청을 받았는데, 그때마다 그는 ‘완치 확인’에 시달렸다고 했다. 지난 7월말 양산의 한 병원에서 그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정밀검사를 받았다. 수술 이후 병원을 찾은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검사를 담당했던 양산내과 방사선과의원 오동헌 원장은 대장내시경, 위내시경, 복부초음파, 복부CT, 암지표검사, 혈액검사 결과 모든 수치가 ‘정상’이었다고 확인해줬다.

    “송학운씨의 경우 현재 수치상으로 암 재발을 의심할 만한 요소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깨끗한 상태다. 모든 암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긴 어렵겠지만 아마 자연식과 현재의 생활방식이 얼마간 도움이 된 것 같다.”

    -수술 후 처음 병원을 찾았는데 혹시 검사과정에서 암이 재발하지 않았을까 두렵지 않았나.

    “우리 몸은 자각능력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둔했고 설마하면서 무시해 병을 키웠지만 이젠 누구보다 내 몸을 잘 안다. 전혀 불편한 곳이 없고 잠 잘 자고 밥 잘 먹고 화장실 잘 다니는데 걱정할 게 뭐 있나. 사람들이 미심쩍어하지 않았으면 나는 병원에 검사받으러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많은 암환자들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대체의학과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찾아 헤매다 목숨을 잃기도 하고 때론 기적적으로 완치되기도 한다. 그러나 말기 판정을 받은 암환자가 재발 없이 11년 동안 생존하기란, 더구나 보통 사람 이상으로 건강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지속적인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죽음을 극복한 송원장의 건강비결이 궁금해졌다.

    -어떻게 암을 이겨냈나.

    “수술 직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문득 시골이 그리웠다. 남은 생이라도 내 몸이 원하는 대로 공기 좋고 조용한 곳에서 보내자는 생각에 아이 둘을 청도의 외가에 맡겨놓고 근처에 시골집을 구했다. 그때 아는 사람의 권유로 생채식을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대장을 거의 다 잘라낸 상태여서 날것으로 먹은 음식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생채식을 한 지 3∼4개월이 지났을 무렵 몸은 뼈만 앙상하고 겨우 죽지 않을 만큼의 체력만 유지하고 있었다. 그때 어느 책에서 우연히 자연식을 하는 요양원에 대해 알게 됐고, 그곳에서 일주일쯤 생활하자 오랫동안 끊이지 않던 설사가 멈추고 몸무게도 10㎏ 이상 늘었다.”

    남편의 손에 이끌려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요양원에 함께 들어간 김옥경(45)씨는 이때 처음으로 영양소 파괴 없이 조리하는 자연식을 접했다고 했다.

    “처음 요양원 얘기를 들었을 때 그동안 보조식품이다 뭐다 해서 너무 많이 속아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남편이 솔깃해하기에 할 수 없이 따라나섰는데 남편 몸이 확실히 좋아지고 있었다. 원래 요리하는 걸 좋아했지만 아픈 남편 때문에 음식에 신경 쓰다 보니까 몸에 좋다는 음식이면 뭐든 직접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남편이 요양원에 머무는 동안 주방에서 일을 도와주며 자연식을 배웠다.”

    이때 배운 솜씨를 바탕으로 그동안 수십 가지 요리를 개발한 그녀는 각종 요리강습, 건강 강의 강사로 바쁜 나날을 보내다 현재 자연생활의 집에서 자연식 요리로 암환자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일년의 휴직 끝에 1994년 3월 다시 교사로 복직한 송원장은 아내가 싸주는 점심 도시락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들고 다닐 만큼 자연식을 고수하고 있다.

    생식, 채식, 일반식의 장점만 따와

    -생식과 채식, 자연식은 어떻게 다른가. 좀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생식과 채식, 일반식에서 몸에 좋은 방법으로 음식을 섭취할 수 있는 장점만 따온 것이 자연식이라 보면 된다. 자연식은 자연에 가장 가까운 방식으로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이다. 채식과 생식을 위주로 하되, 소화기관이 안 좋은 사람은 생식이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야채 고유의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도록 단순요리법만 사용해 조리한다. 자연식은 요리를 할 때 화학조미료나 합성첨가물 등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양념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야채국물, 가루간장, 천일염 등 자연상태의 재료로 맛을 살린다. 또 제철 음식과 제철 과일을 먹는 게 중요하다.”

    -왜 자연식인가.

    “철 따라 자라나는 식물은 저마다 특성과 효능이 다르다. 봄에 나는 식물은 대개 간을 돕는 것이 많고, 여름에 나는 식물은 몸을 식혀주는 것이 많다. 반대로 겨울에 나는 식물은 대개 몸을 데워주는 구실을 한다. 식물이 가장 최상의 환경에서 제때 자라는 것처럼 인체 리듬도 조화를 이룰 때 건강해진다. 따라서 자연의 이치를 어기지 않는 식물처럼 인체의 리듬 역시 조화를 깨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모든 질병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우리 몸은 균형 잡힌 영양을 필요로 한다. 동물성 지방이나 단백질이 부족하면 오히려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겠는가.

    “나도 과거엔 기름진 음식과 고기를 먹어야 몸에 힘이 붙고 건강하다고 생각해 그런 음식을 즐겼다. 학창시절엔 씨름과 유도를 했기 때문에 당연히 육식으로 체력보강을 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말기암 환자였다. 이곳에 입소한 암환자들도 하루이틀 지나면 똑같은 질문을 한다. 병원에서 잘 먹으라고 했는데 고기를 안 먹으면 어떻게 기운이 나겠냐고. 나는 암 수술 후 11년간 꾸준히 자연식을 해오고 있다. 그동안 육류는 물론이고 멸치 한 마리 먹지 않았지만 건강을 완전히 회복했다.

    해조류나 곡물, 야채는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 특히 암을 유발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환경호르몬은 동물성 지방과 잘 결합한다. 유기농으로 가꾼 곡물과 채소에는 우리 몸에 유익한 영양소가 모자람 없이 들어 있기 때문에 이것이 몸 속에 잘 흡수되면 고장난 세포를 보수하고 면역력도 증가시킨다. 자연식은 병의 원인이 되는 독소들을 제거하는 역할도 한다. 몸 안에서 숨쉬고 있는 세포의 움직임을 깨끗한 상태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송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먹으면 건강할까?’ ‘무엇을 먹으면 병이 나을까’에만 신경을 쓴다고 했다. ‘무엇을 먹을까’에 매달리지 말고 ‘무엇을 먹으면 안 되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질병을 예방하고 암도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암환자는 수술 후 몸 관리가 중요하다. 수술 후 1∼2년 안에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서인데 대개는 식습관, 생활습관과 무관하지 않다. 수술이 끝나면 암이 완전히 나았다고 생각해 평소 생활로 돌아가는데, 그러면 신체는 암이 발병하기 전과 똑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 많은 경우 암 재발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식만으로도 암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자연식은 인체에 해로운 음식은 피하고 면역력을 높여준다. 우리 몸이 질병에 대항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면역력은 음식 외에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 마음의 안정이 어우러질 때 커진다. 자연식 외에 평소 물을 충분히 섭취하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는게 좋다. 특히 밤 9시부터 새벽 3시 사이에 수면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체에 필요한 호르몬이 이때 생성되기 때문이다. 또 항상 정해진 시간에 세 끼 식사를 해야 소화기관이 규칙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간식은 절대 금물인데, 신체 장기에 피곤함을 초래해 불필요한 독소가 몸 속에 쌓이게 하기 때문이다. 자연식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스스로 정한 이같은 규칙을 철저히 지켜왔다. 그것이 암을 이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믿는다.”

    송원장은 학교생활에서도 그만의 규칙이 있다. 매일 아침 학교에 도착하면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체육관을 스무 바퀴 돈다. 보통 2∼3교시에 있는 수업시간에도 웃음과 활력이 넘치도록 애쓴다. 수업이 끝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바로 퇴근해 집으로 돌아온다.

    -회식이나 친구들 모임엔 으레 술자리가 따른다. 이때도 스스로 정한 규칙을 깨뜨리지 않는지 궁금하다. 사회생활을 해나가기가 쉽지 않을 텐데.

    “학교에서 회식이 있으면 찬조금조로 얼마간의 돈만 내고 온다. 간혹 동료교사들이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묻기도 하고, 이제 건강도 되찾았으니 예전처럼 술 마시고 고기 먹고 밤낚시도 함께 가자고 부추길 때가 많다. 그래도 그동안 지켜온 규칙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 과거처럼 생활하면 또다시 암에 걸릴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지금은 내 생활에 관심을 갖는 동료교사가 많아졌고 몇몇은 우리집으로 ‘연수’를 오기도 한다. 멀리 살고 있는 친구들도 이곳에 와서 휴식을 취하다 가곤 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데 특별히 문제될 건 없다. 웬만한 사람들은 내가 죽다가 살아난 줄 다 아니까.”

    ‘자연생활의 집’ 입소자 90%가 암환자

    송원장과 부인 김옥경씨는 자연생활의 집에서 암을 비롯해 각종 질병을 가진 환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9박10일 자연식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암 발병 이후 건강을 되찾기까지 그가 터득한 지식과 경험을 배우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는다. 필자가 취재차 자연생활의 집을 찾아간 날은 마침 ‘9박10일 자연식 체험 프로그램’ 33기 참가자 47명이 입소한 첫날이었다. 송원장은 입소자 중 90%가 암환자라고 귀띔했다.

    직장암 3기말 판정을 받고 수술한 뒤 재발한 상태에서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한 황운영(53)씨는 과거에도 두 번이나 자연식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다고 했다.

    “수술 직후 항암치료를 받다 우연히 이곳을 알게 돼 들어오게 됐다. 그땐 통증이 몹시 심해 말하기조차 힘들었다. 여기서 며칠 생활하면서 진통시간이 점차 늦어지고 말하는 게 차츰 나아졌다. 수술 후 일단 몸이 살 만하고, 의사가 수술이 잘 됐다고 해 여기서처럼 먹는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암이 재발해 주변으로 전이된 상태다. 몹시 후회된다. 이번에 나가면 자연식도 철저히 지키고 생활습관도 바꿀 생각이다. 유방암에 걸린 아내와 여동생도 함께 들어왔는데 여동생은 주방에서 일하며 자연식 요리법을 배우는 중이다.”

    송원장이 자연식 체험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한 것은 1995년 경남 양산 덕계에서였다. 그가 건강을 되찾은 사실이 주위에 소문나면서 알음알음으로 문의하는 암환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동병상련이라고 기왕이면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에게 내가 경험한 것을 체계적으로 알려주자는 마음이 들었다. 그곳에서 100여 회 진행하다 2001년 11월 지금의 장소로 옮겨왔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송원장 역시 여느 암환자들처럼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처음 암 진단을 받았을 때 마흔두 살이었다. 학창시절부터 계속 운동을 했고 용인대에서 유도를 전공했다. 체육교사로 있으면서 배구감독을 맡기도 했는데 그런 내가 한창 나이에 배에 인공항문을 내고 성기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더구나 수술해도 생존확률이 낮다는 의사의 말에 뭣하러 병원에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나 싶어 수술을 포기했다.”



    자연식으로 말기암 극복한 송학운·김옥경 부부의 생생 체험기
    대신 그가 택한 것은 민간요법이었다. 재발한 대장암을 죽염으로 고쳤다는 사람에게 치료방법을 전해듣고 그가 일러준 대로 느릅나무, 죽염, 난반을 섞어 고열에서 푹 곤 후 관장기구에 넣고 항문을 통해 직장으로 쏘아올리는 방법을 한 달 동안 시행했다. 매일 시커먼 피고름을 쏟고 창자가 꼬인 것처럼 아파오는데 그 통증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심했다. 그 방법을 알려준 사람은 명현반응이라며 무조건 참으라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나중엔 화장실 가서 변을 보는 일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상태가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아 차라리 병원에 가서 수술받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즈음 우연히 전남 화순의 한 요양원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됐다.

    “앞뒤 잴 틈도 없이 아내 손을 끌고 요양원에 갔다. 진맥을 마친 원장이 몸 속에 가스가 가득 찼으니 알로에와 토종꿀, 살구씨를 먹으라고 했다. 그곳에 며칠 있는 동안 죽어나가는 암환자들을 보면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나왔다. 두 달간 검증되지 않은 온갖 민간요법을 좇아 돈과 시간을 허비하고 장 유착으로 죽을 고비를 맞고서야 제정신이 들었던 셈이다.”

    -9박10일 자연식 체험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되나.

    “암을 이기기 위해 그동안 내가 해온 방식들로 프로그램을 짰다. 아침 6시 기상, 간단한 체조, 깊은 숨 호흡으로 명상하기, 하루 세 끼 정해진 시간에 자연식으로 식사하기, 건강 강의, 밤 9시 취침으로 하루일과가 진행된다. 이틀에 한 번 아내가 자연식 요리법을 사람들에게 강의한다. 나머지 시간은 각자 산책을 하거나 독서를 하는 등 자유롭게 보내면서 마음 편히 휴식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프로그램은 그동안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식습관을 바로잡아줌으로써 인체의 자연치유력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그렇다면 10일은 너무 짧다고 생각된다. 평소 생활습관을 고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또 입소해서 열흘 동안 자연식을 먹는다고 몸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고대 바빌로니아 왕이 식민지 귀족청년들을 끌고 와서 군사훈련을 시키는데 기름진 음식과 육류를 먹여 체력을 기르도록 했다. 끌려온 사람 중에 다니엘이란 청년이 있었는데 그가 채식을 하겠다며 버티자 관리자는 자기 목이 달아난다며 사정했다. 그러자 청년이 10일만 자기를 지켜보라고 했는데 정말로 열흘이 지나자 얼굴에 윤기가 돌았다는 기록이 성경에 나와 있다.

    이곳에서 열흘만 자연식을 하면 벌써 소화 느낌이 다르고 변 색깔이나 냄새가 달라진다. 음식 조리법도 열흘이면 충분히 배울 수 있다. 물론 생활습관을 하루아침에 고치기는 힘들지만 환자 스스로 노력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규칙적 생활 습관화도 중요한 치유법

    -암에 걸리기 전과 비교할 때 달라진 생활습관이 있다면 무엇인가.

    “무엇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 생활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스트레스를 대개 술로 푼다. 나도 밤새 술 마시고 춤추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앞서도 얘기했듯이 술이나 육류, 불규칙한 생활습관은 신체에 해를 끼쳐 스트레스가 해소되기는커녕 각 장기마다 더 스트레스를 받게 한다. 계곡에서 들려오는 물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취하는 것이 훨씬 좋은 스트레스 해소법이란 걸 나중에 깨달았다. 옷을 자주 갈아입고 몸을 청결히 하는 것도 병에 걸린 후 달라진 습관이다.

    인체는 노폐물을 주로 소변을 통해 배출하기도 하지만 땀을 통해서도 배출한다. 때문에 피부의 모공이 막혀 있으면 노폐물 배출을 방해하고 독소가 몸에 쌓이게 된다. 자주 샤워해서 모공을 열어주고 옷이 땀을 제때 흡수하게 하는 것이 좋다. 내가 암에 걸린 이후 지금까지 아내는 옷을 빨 때 가루세제를 쓰지 않는다. 가루세제 찌꺼기의 유해성분이 옷에 남아 있다 피부를 통해 스며들기 때문이다.”

    자연생활의 집에서 자원봉사를 자청한 동료교사 하영욱(45)씨는 “송원장은 아내에게 왕처럼 떠받들려 살았다. 내가 보기엔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예전엔 불의를 보면 못 참고 완전 ‘돌깡패’가 되곤 했는데 그 성질은 좀 죽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20년 넘게 절친하게 지내온 그의 말로 미뤄보면 송원장은 영락없이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가 아니었을까. 그런데 1박2일간 지켜본 그의 얼굴과 표정은 무뚝뚝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사형선고를 받은 암환자에겐 희망이 가장 좋은 약이다. 그래서 병에 걸렸을 때도 꼭 나으리라는 희망을 항상 마음속에 품었고 가능하면 밝게 생활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타고난 건 어쩔 수 없는지, 수술 후 요양원에 있을 때 원장님이 내 얼굴을 보고 너무 굳어 있다며 웃어 보라고 했다. 그래야 병이 빨리 낫는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당신도 하루 스무 번씩 화장실을 다니고 변을 볼 때마다 항문에 고통을 당해 봐라, 웃음이 나오는가’ 했다.

    나와 달리 아내는 아무리 힘들어도 찌푸리거나 화내는 법이 없이 항상 웃는 얼굴이다. 매사 활력이 넘치고 적극적인 아내를 보면서 웃음이 건강에 도움이 되나 보다 싶었다. 그래서 거울 앞에서 하루 한 시간씩 웃는 연습을 했다. 긍정적인 생각이나 즐거운 마음가짐은 인체 면역력을 높이기 때문에 건강회복에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본인의 경험에 비춰 암환자들에게 꼭 충고해줄 말이 있다면.

    “나도 예전에 경험했지만, 일단 사람이 암에 걸리면 제일 먼저 귀가 얇아진다. 몸에 칼을 대면 암이 더 퍼지고 오히려 일찍 죽는다더라, 누가 무슨 식품을 먹고 암이 깨끗하게 나았다더라는 식으로 떠도는 항간의 소문엔 귀를 막는 게 현명하다. 이곳에 들어오는 많은 암환자들이 ‘자연식을 하고 생활습관을 바꾸면 암이 100% 완치되느냐’고 질문할 때가 가장 답답하다. 모든 질병의 진행상태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다만 좋은 습관, 좋은 음식, 평온한 마음가짐과 적당한 운동, 이 네 가지를 꾸준히 실천하면 암을 예방하고 암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송원장은 덧붙일 말이 있다고 했다. “직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할지말지 갈등한 이유 중 하나가 성기능 상실 문제였다. 나야 환자니까 어쩔 수 없다 해도 그때 아내는 서른세 살이었다. 다행히 수술 후 7∼8년이 지난 뒤부터 약물의 도움으로 성생활이 가능해졌고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 없이 지내고 있다. 성기능 문제로 고민하느라 수술시기를 놓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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