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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

중국은 왜 고구려사를 삼키려 하는가

한국의 역사 主權에 대한 중국의 심각한 도전

  • 글: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oon@donga.com

중국은 왜 고구려사를 삼키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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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치우의 등장은 한국 민중이 갖고 있는 ‘대륙과 백두산에 대한 그리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민족 북방사를 보다 분명히 규명하려면 철저한 학문적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 화약처럼 폭발하는 민중의 정서가 아니라 꼼꼼함과 인내로 상징되는 정치한 연구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이 중국과 수교한 것이 불과 11년 전이고 아직도 남북이 분단돼 있다는 현실은, 한민족 북방사를 연구할 충분한 인원과 자료를 확보하는 데 있어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일본은 고구려사를 중국과 한국 양쪽에, 발해사는 아예 중국사에 넣어버린 것이다.

최근 기자는 중국을 출입하는 한 사업가로부터 중국 공산당의 당보이자 당의 논리를 정확히 대변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광명일보(光明日報)’에 ‘고구려는 중국 동북지역에 있던 변방민족의 왕조였다’는 내용의 글이 실렸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 사업가는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의 지식인들은 이러한 내용 보도 이후 크게 ‘술렁’이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한국에서는 학계와 언론계 모두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베이징(北京)에 있는 한국 언론의 특파원들은 이를 보지 못했거나, 보았더라도 별것 아니라고 무시한 것 같다. 아니면 중국 정부를 의식해 못 본 척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중국은 한국 특파원에게 6개월마다 비자를 갱신해주고 있어 중국에 불리한 기사를 쓴 특파원은 비자 만료를 이유로 언제든지 쫓아낼 수가 있다. 따라서 베이징 특파원들은 이 문제를 거론하기 어렵고 천상 한국에 있는 기자가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일 정권 붕괴 이후를 대비(?)



그는 옌볜에 있는 조선족 지식인들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덧붙였다.

“일제시대 만주로 나온 조선인들이 중국인과 더불어 항일 투쟁을 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항일 투쟁을 한 조선인 중의 하나가 김일성이었다. 그러나 마오쩌둥(毛澤東) 시절 조선족은 ‘조선족이 항일 투쟁에 참전했었다’는 것을 말하지 못했다. 특히 문화혁명 때는 소수민족을 탄압하는 분위기 때문에 더더욱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조선족이 ‘일제 침략기 조선인들이 중국인들과 더불어 가열찬 항일 투쟁을 벌였다’고 말하게 된 것은 덩샤오핑(鄧小平)이 집권하고 난 다음이었다. 그런데 개혁·개방이 많이 진척된 지금 중국 공산당을 대변하는 ‘광명일보’가 ‘고구려는 중국 역사의 일부분이다’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한 것이다.

추측컨대 중국은, 한국과 미국이 옌볜을 김정일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교두보로 이용할 것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이러한 글을 게재한 것 같다. 또 김정일 정권 붕괴 이후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김정일 정권이 붕괴되고 한반도에 ‘통일’이라는 새로운 질서가 건설되면, 한반도의 4분의 1 크기(4만3547㎢)에 200만 인구를 가진 옌볜 조선족자치주가 동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조선족자치주가 동요하면 시짱(西藏)자치구에 있는 티베트인과 신장(新疆·위구르)지구에 있는 회교도들도 술렁거릴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커지면 중국은 5대10국(5代10國) 이후 새로운 분열기로 들어갈 수도 있다. 중국은 춘추전국시대 이후 수많은 분열을 겪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따라서 고구려는 원래 중국사의 일부였다고 미리 강조함으로써 김정일 정권 붕괴기에 있을지도 모를 조선족의 동요를 차단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사업가의 전언과 해석이 사실인지의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중국이 한국 학자들이 수행한 고구려사 등에 대한 연구 자료를 대대적으로 수집해가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8월6일자 ‘중앙일보’는 고구려와 발해 등 한민족 북방사를 연구해온 한국 학자들이 중국의 연구기관으로부터 ‘당신의 저작물을 중국어로 번역해도 좋겠느냐’는 연락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학자들은 중국 연구기관의 제의를 처음에는 좋은 뜻으로 생각했으나 곧 중국이 고구려사 등을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기 위한 논리를 세우려 한다는 것을 알고 불쾌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실명이 거론된 한 학자는 이 보도가 사실임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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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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