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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심 수사 지양하고 인권검찰로 거듭나라”

검사 출신 함승희 의원 직격 발언

“공명심 수사 지양하고 인권검찰로 거듭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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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대야 현상으로 밤늦게까지 후텁지근하여 깊은 잠을 못 이루다가 새벽에 선잠에서 깨어나 늘 하던
  • 습관대로 TV 리모콘 버튼을 눌렀다.
  • TV 화면이 뜨면서 ‘현대그룹 정몽헌 회장 사망’ 자막이 눈에 들어왔다.
  • 믿기지 않았다. 다른 채널로 돌렸다.
  • 같은 내용이었다. 머리가 띵했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공명심 수사 지양하고 인권검찰로 거듭나라”

함승희 의원은 정몽헌 회장 변사사건을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요즘 경제가 몹시 어렵다. 만나는 사람마다 “정치인들은 뭐 하는 거냐. 사는 게 너무 힘들다. 사업 하기 너무 어렵다”고 비명에 가까운 말들을 한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늘 마음이 무거운 터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간판 기업인 중의 한 분이 사옥에서 추락사했다니!

이날 하루 종일 언론은 그의 죽음이 자살이라는 전제하에 사인 분석에 열을 올렸다. 정치권도 애도 표시와 함께 정치적 시각에서 죽음의 원인에 대한 나름대로의 분석을 내놓았다. 한쪽에서는 특검을 지목해 정회장이 특검 조사에 시달리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 죽음을 결심했을 것이라고 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지난 정권 내내 정치권에 끌려다니며 ‘대북 퍼주기’로 자금난과 사업부진에 봉착하여 자살하게 됐다고 했다.

언뜻 보면 양쪽의 분석이 모두 그럴싸하게 들린다. 그러나 재벌 회장의 죽음이라는 심리적 충격에서 벗어나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국회의원 생활 3년을 했으면서도 이런 식의 정치적 해석에는 아직 뭔가 본능적인 거부감이 다가온다. 10년 넘도록 몸에 밴 검사적 감각이 아직도 꿈틀거리는 것일까.

정몽헌 변사사건 졸속수사

남북경협과 현대 살리기에 그토록 열정적으로 헌신하던 한 기업인이 하루 건너 하루씩 연 3회 몰아치기식 조사를 받고 나온 지 만 하루 만에 모두 잠든 새벽녘에 싸늘한 시체로 변했다지 않은가. 어떻게 이런 현상을 두고 막연하게 특검 수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나 사업부진으로 자살을 결심했다고 단정하고 넘어갈 수 있는가.



그리고 상당 기간 자살을 생각해왔다면 최근의 행적에서, 아니면 적어도 사건 당일 그가 만났던 친구, 단골 이발소 종업원, 단골 카페 종업원은 물론 그의 숨소리만 들어도 그의 심리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아내, 아이들, 기사조차도 죽음을 결심한 사람으로서의 특이한 언행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정회장은 죽음을 결심하고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가족에 대한 애정으로부터 그토록 초연할 수 있었다는 말인가?

또 근시안인 사람에게는 몸의 일부나 다름없어 세수할 때와 잠잘 때 외에는 항상 끼고 있는 안경을 굳이 벗어놓고, 그러나 구두는 신은 채 성인 하나가 빠져나가기 힘든 집무실 반개폐형 환기창을 통해 기어나가듯이 나가 추락했다는 것이 과연 자연스러운 자살과정인가.

어디 그뿐인가. 자살을 추정케 하는 유일한 물증인 세 통의 유서내용이 정회장의 평소 성격과 습관을 잘 아는 가족이나 측근이 볼 때 과연 스스로 죽음을 결심한 사람의 최후 목소리라고 여겨지는 것인지, 또 사체에 대해서도 애착을 떨쳐버리지 못해 화장보다 매장을 원했던 유가족이 사체를 두 번 죽인다고 생각해 보통사람들은 그토록 꺼려하는 부검을 스스로 원하면서 사인규명을 촉구했던 속마음에는 스스로 결심한 죽음이라고 받아들이기에는 뭔가 납득할 수 없는 점이 있어서는 아닌지.

몰아치기식 연 3일 조사를 받고 나온 마지막 날 밤 새벽녘까지 고인과 통음을 했고, 사건 당일에도 저녁내 함께 시간을 보낸 정회장의 아주 가까운 친구 박기수씨는 왜 천리 길 멀다 않고 장례식날 달려오는 우리 풍습을 깨고, 영결식 하루 전날 가명까지 써가며 허겁지겁 미국으로 떠나버렸나. 떠나기 직전 검찰에서 무슨 조사를 받았으며, 그 속에는 정회장이 죽음을 결심하게 된 단서 같은 것이 담겨져 있지는 않나.

의문은 꼬리를 물고 밤낮으로 머리를 혼란케 했다. 보좌관들에게 정회장 변사사건 관련 보도내용을 빠짐없이 스크랩하도록 했다. 상식을 가진 주위 사람들과 대화도 해보았다. 모두 비슷한 의구심을 갖고 있었지만 그것을 표출할 길이 없다고들 했다.

요즘 국민들은 검찰 중앙수사부(중수부)나 특수부에서 벌이고 있는 정치인 비자금 수사를 개탄하면서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언론도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사건 중에도 비자금 사건이나 권력형비리 사건이 사건 중의 사건이고, 이런 사건을 많이 다룬 검사가 검사 중의 검사인 것으로 인식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모름지기 형사 사건의 백미는 강력사건, 그 중에서도 살인사건이다. 왜냐하면 국민의 생명 보호가 국가가 존재하는 제1차적 이유이고 검찰의 기본 책무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 나라에 우리는 세금을 내고 애국심을 갖고 살 수 없는 것이다.

살인사건 수사의 첫 단추는 변사사건의 검시에서 출발한다. 변사사건이란 사인이 명쾌하게 규명되지 아니한, 자연사 아닌 일체의 사망사건을 의미한다. 변사체의 주인공이 고 정회장처럼 사회적 영향력이 매우 컸던 사람인 경우 그 조사과정은 어떤 비자금 사건이나 권력형 비리사건보다 중요하다. 언론의 초점을 받든 안 받든, 국민적 관심이 있든 없든 그것은 중요하다. 죽은 사체는 땅 속에 묻히면 그만이지만 그를 죽게 한 사회적 모순 현상은 산 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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