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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왜 항상 시끄러운가

‘선명성’에 짓눌린 勞, ‘시장’에 발목잡힌 使

  • 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ans@donga.com

현대차는 왜 항상 시끄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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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를 보듬는 사회안전망이 미비하고 재취업이 어려운 우리 여건에선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노동자들의 최우선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

한국노동연구원 조성재 연구위원은 “노조의 경영참여보다는 근로자들의 완전고용을 보장한 것이 이번 임단협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것도 이미 몇년 전부터 언급되어온 내용이다. 2001년 임단협에서는 ‘회사는 현재 재직중인 정규인력의 고용을 유지하고 일방적으로 정리해고,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그래놓고 이번 임단협에선 해외공장 설립과 관련한 사항에 ‘국내공장에 재직중인 정규인력은 58세까지 정년을 보장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아울러 국내공장의 생산물량을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고, 수요부족을 이유로 국내공장을 일방적으로 축소·폐쇄할 수 없게 했다. 미국, 인도, 중국 등 해외공장 증가로 국내 고용보장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미래의 불안요인까지 내다본 노조가 이에 대비한 안전장치까지 박아넣은 것이다.

조성재 연구위원은 “회사가 완전고용 보장을 내주면서 그 대가로 직무순환과 다기능화 등 생산방식의 유연성을 얻어내지 못한 것이 문제”라며 아쉬워했다. 그 결과 가뜩이나 현대차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혀온 작업장 운용의 경직성이 더욱 심화되게 됐다는 것이다.



시장 대응 순발력 떨어져

차의 크기, 차종, 사양(仕樣)에 대한 소비자의 다양하고 급변하는 기호를 충족시키려면 생산라인의 유연한 적응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장상황을 주시하면서 적게 팔리는 차의 생산라인을 축소하거나 폐쇄하고, 많이 팔리는 차 라인의 인력과 설비를 확충하는 등 그때그때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대차의 경우 차량의 수요 변화에 따라 생산라인의 신설·폐쇄, 생산라인 간의 인력·설비 전환배치, 라인 스피드 조정 등을 하려면 일일이 노동조합과 합의해서 결정해야 한다. 작업장 운용이 그만큼 경직돼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A라인은 주문이 넘쳐 잔업과 특근을 밥 먹듯하고 B라인은 일거리가 없어 파리를 날려도 회사 마음대로 B라인의 인력과 설비를 A라인에 투입하지 못한다.

A라인 근로자들은 “일감이 몰릴 때 바짝 일해서 잔업·특근수당을 챙겨야 한다”며 이에 반대하고, B라인에선 “일이 하나도 없어도 기본수당의 70%는 나오는데, 왜 거기 가서 마음고생을 하겠냐”며 반대한다.

이는 우리나라 제조업 작업장의 미묘한 연고주의와 위계질서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라인으로 전환배치되면 한동안 ‘왕따’ 신세가 되기도 하고, 나이와 상관없이 그쪽 라인의 고참들로부터 잔소리를 들어가며 새로운 일을 배워야 한다. 그래서 근로자들은 이를 수평이동이 아니라 수직적 라인의 하향이동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술적으로는 두 달이면 가능한 라인 이동이 보통 6개월 이상 시간을 끌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EF쏘나타 택시 생산라인을 아산공장에서 울산 5공장으로 옮기는 데는 6개월, 2000년 트라제 라인을 울산 2공장에서 4공장으로 이관하는 데는 9개월간의 협상을 거쳐야 했다.

이런 형편 때문에 안 팔리는 차는 재고가 늘어나고, 잘 팔리는 차는 주문하고 몇 달씩 기다려야 차를 인도받는 상황이 빚어진다.

한화증권 기업분석팀 안수웅 연구위원은 “생산방식이 유연하지 못한 현대차와는 대조적으로 미국 자동차회사들의 경우 조업단축에 따른 일시 해고와 라인 폐쇄도 일상화돼 있다”고 설명한다. 1989년 현대차가 캐나다에 설립한 연 10만대 생산규모의 브르몽 공장은 판매량이 연 2만대 수준까지 떨어지자 ‘회사 사정이 좋아지면 다시 불러달라’는 조건으로 근로자들이 일시 해고를 자청했다고 한다.

또한 일본의 주요 자동차회사들은 직원들에게 전체 생산공정을 돌며 일을 배우게 해 다기능공으로 만든다. 이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른 신속한 전환배치가 가능해진다. 그래서 이들 회사는 자동차 시장이 아무리 공급과잉 상태라 해도 공장 가동률이 100%에 가깝다. 잘 팔리는 차는 공급과잉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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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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