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있는 윤진식 산자부 장관(왼쪽 두번째).
실제로 산자부는 참여정부 출범 후 짧은 기간이지만 굵직굵직한 현안들을 무난히 소화해냈다. 상반기 수출호조를 이끌며 극심한 내수부진으로 곤경에 처해있던 우리 경제를 견인했으며, 각종 기업 조세감면 정책을 주도했다. ‘산업연수생제도와 병행추진’이라는 타협점을 찾아 외국인고용허가제 조기입법화를 유도, 산업현장의 혼란과 공백을 미연에 방지하기도 했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과거 4대 정권, 17년 동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던 원전수거물관리센터 부지선정의 실마리를 마련한 것이다. 현금보상 문제를 놓고 구설에 오른 데다 주민 반대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지만, 그래도 큰 첫 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우리 경제성장을 담보할 차세대 성장산업 발굴에 있어서도 산자부의 역할은 지대하다.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이 ‘차세대 먹을거리’를 강조한 이후, 산자부는 550여 명의 산·학·연·관계 전문가들과 5개월의 방대한 작업 끝에 차세대 성장동력 발전전략을 도출했다. 이후 ‘차세대 성장산업 국제회의’를 주도적으로 준비해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 등과의 차세대 성장산업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동북아 경제중심 프로젝트의 핵심과제 중 하나인 외국인투자유치 과제도 산자부에 맡겨졌다.
‘집중과 충직의 진돗개’
산자부가 경제 핵심부처로서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는 자신감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자동차 특별소비세 인하 및 각종 기업조세 감면, 삼성전자·쌍용차 수도권내 공장설립 허용 등의 문제를 앞장서서 풀어가는 모습이 그렇고, 최근 현대차 노사타결에 대해 직접적이고 강경하게 우려를 표시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산자부의 이같은 변화는 어디서 비롯한 것일까. 직접적 동인은 재경부 시절 ‘집중과 충직의 진돗개’로 명성을 날렸던 윤진식 장관에게서 찾을 수 있다. 취임 직후 원전수거물관리센터 부지선정과 관련 노무현 대통령과의 ‘베팅’을 시작으로, 윤장관은 유연하고 일관된 업무처리로 국무위원 가운데 두각을 나타낸 것은 물론 산자부 조직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여기에는 재경부 경력과 화려한 인맥, 부총리보다 앞선 행시 기수 프리미엄 등도 크게 작용했다. 그 결과 현재 윤장관은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가장 잘 맞는 장관으로 통한다고 한다.
산자부의 부상은 성장의 한계에 도달한 한국경제의 과도기적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요소투입형 성장에서 생산성 주도의 성장으로 전환점을 맞은 한국경제가 향후 잠재성장률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은 차세대 성장산업 발굴 및 외국인투자유치에 있기 때문이다. 재경부가 국가경제 발전을 위한 거시적 토대를 제공한다면 그 위에 실질적 성장엔진을 다는 역할을 하는 것은 산업계의 대표격인 산자부 외에 달리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윤장관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