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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업체 ‘팬택&큐리텔’의 놀라운 재기 신화

‘배수진’ 20개월… 겁 없는 투자, 도발적 마케팅으로 우뚝

  • 글: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

휴대전화업체 ‘팬택&큐리텔’의 놀라운 재기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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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닉스에서 떨어져나온 ‘미운 오리새끼’ 현대큐리텔.
  • 팬택 박병엽 부회장은 제 덩치의 두 배가 넘는 ‘부실덩어리’에 전재산을 쏟아부었다. 퇴출당했던 국내 휴대전화 시장에서 LG전자와 2위 자리를 다투게 되기까지, 팬택&큐리텔의 흥미진진 재기 비화.
휴대전화업체 ‘팬택&큐리텔’의 놀라운 재기 신화

팬텍&큐리텔의 카메라폰. 젊은 층에 특히 인기가 높다

서울 중화동의 한 휴대전화 대리점.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이 무어냐고 물으니 삼성전자 모델 서너 개와 팬택&큐리텔 것 두어 개를 꺼냈다. 그 중 점포 직원이 직접 골라 권한 제품은 팬택&큐리텔의 카메라폰. 최신 기능이 모두 담겨 있으면서 가격은 삼성전자 제품보다 저렴하고 디자인도 세련돼 특히 젊은층에 인기가 높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팬택&큐리텔이요? 삼성, LG를 제외한 중견 휴대전화 업체 연구개발진 치고 그 회사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 거의 없을걸요? 연봉도 센 데다, 연구진 대우도 좋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있거든요. 전망도 좋아 보이고…. 저요? 갈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가고 싶지요.”(모 휴대전화 제조업체 직원)

33만 화소 카메라폰으로 ‘대박’

“요즘 휴대전화 시장의 경쟁력은 스피드입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을 장착한 최신 모델을 누가 먼저, 다양한 모델로 출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지요. 삼성전자가 모토로라와 노키아를 누를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팬택&큐리텔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피드 경쟁에서 전혀 밀리지 않아요. 앞으로 휴대전화 업계에서 가장 눈여겨볼 만한 기업 중 하나가 될 거라 믿습니다.”(동원증권 김태경 애널리스트)

요즘 증권가에서 단연 화제를 모으고 있는 기업 팬택&큐리텔의 단면을 보여주는 얘기들이다. 현재 거래소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팬택&큐리텔은 최근 상장 기업 중 공모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모 규모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가 우량하고 전망이 좋다는 뜻이다. 실제 팬택&큐리텔의 실적은 상당하다. 올 1분기의 경우 매출 2649억원(판매 수량 1314만대)에 영업이익 161억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8%, 판매수량은 71%, 영업이익은 51% 증가했다.



이뿐 아니다. 내수 시장 진출 1년도 안 돼 점유율 15%를 자랑하며 삼성, LG에 이은 3위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향후 휴대전화 시장의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이는 카메라폰에서는 이미 LG를 제치고 2위에 올라 있다. 지난 7월 국내에서 팔려나간 휴대전화는 모두 111만여 대. 이 중 카메라폰이 57만대로 이미 50%를 넘어섰다. 카메라폰 판매 대수는 삼성이 34만여 대로 1위. 10만여 대를 판 팬택&큐리텔이 2위다. LG전자는 2만여 대를 팔아 모토로라에 이어 4위에 그쳤다.

KTF가 집계한 판매 대수 기준 인기 순위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1~4위가 삼성전자, 5, 6위가 팬택&큐리텔 제품이다. LG는 9, 10위에 이름을 올려놨을 뿐이다. 팬택측 표현대로라면 “완전경쟁 시장에서 대기업 브랜드를 누른 최초의 중소기업 브랜드”가 될 날이 멀지 않은 듯도 하다. 이같은 사실은 홍콩 경제주간지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하지만 ‘장사가 잘 된다’는 것이 요즘 팬택&큐리텔이 주목받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잘나가는 기업이 어디 한둘인가. 팬택&큐리텔이 화제가 되는 주요인은 다른 데 있다. 하이닉스에서 현대큐리텔이란 이름을 달고 분사해 나온 후 팬택에 인수되던 2001년 11월까지만 해도, 이 회사는 그야말로 돈만 잡아먹는 ‘미운 오리새끼’였다. 그런 업체가 2년도 채 안 돼 화려한 변신에 성공한 것이다.

위기에 처한 ‘걸리버’

하이닉스로 이름을 바꾸기 전인 현대전자 시절. 당시 현대전자 휴대전화 사업부는 신인 탤런트 박진희(일명 걸리버 걸)를 내세워 ‘걸면 걸리는’ 걸리버 브랜드로 시장에 도전했지만, 계속 뒤로 밀려 2001년 초에는 내수시장 경쟁에서 사실상 탈락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때문에 2000년 말부터는 엄청난 마케팅 비용이 들어가는 내수시장을 아예 접고 수출에만 매달렸다. 결과적으로 내수시장 점유율은 2000년 7%에서 2001년 1%대로 떨어졌다. 휴대전화 시장의 최대 각축장인 내수 시장에서 밀렸으니 수출 또한 활황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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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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