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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업체 ‘팬택&큐리텔’의 놀라운 재기 신화

‘배수진’ 20개월… 겁 없는 투자, 도발적 마케팅으로 우뚝

  • 글: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

휴대전화업체 ‘팬택&큐리텔’의 놀라운 재기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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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시작 후 10년간 적자, 2001년 순손실 1427억원, 650명 선이던 연구개발진이 350명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사세가 기울었다. 결국 하이닉스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계륵이던 휴대전화 사업부를 현대큐리텔이란 이름으로 분사시켰다. 2001년 5월의 일이었다.

분사 당시 하이닉스는 세계 30여 개 유수업체에 투자 의향을 타진했다. 그 중 관심을 보인 업체는 일본의 도시바, 삼성전자, 이스라엘의 모 업체 등 3곳 뿐이었다. 그러나 이들과의 협상도 지지부진했다.

팬택 박병엽 부회장에게 인수 제의가 들어온 것이 이 즈음이었다. 현대큐리텔을 구조조정펀드 편입 차원에서 눈여겨보던 KTB가 함께 펀드를 구성하고 경영까지 책임질 인물을 찾던 중 박부회장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 중견 휴대전화업체 팬택이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가 절실하다고 생각하던 박부회장은 고민 끝에 KTB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대큐리텔을 인수하기로 결심했다. 이때가 분사 후 6개월 뒤인 2001년 11월이다.

당시 박부회장은 개인 자격으로 인수에 참여했다. 자칫 회사까지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처였다.

이후 현대큐리텔은 팬택&큐리텔로 이름을 바꾸며 기존 박병엽 부회장이 운영하던 팬택과 함께 팬택 계열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1년 반. 이 기간 동안 팬택&큐리텔은 눈부신 변화를 거듭한다. 팬택 계열에 편입한 첫해인 2002년, 팬택&큐리텔은 매출 8500억원에 영업이익 650억원의 흑자기업으로 변신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내수시장에도 다시 진출했다. 엄청난 광고 물량을 쏟아붓고도 좀처럼 경쟁 대열에 끼이지 못했던 걸리버 휴대전화가 팬택&큐리텔 이름을 달고 나온 이후로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 마침내 시장 3위 브랜드로 자리잡은 것이다. 현대 시절 제일 잘나갈 때 월 15만대 정도 생산하던 물량이 지금은 공장을 풀가동하고도 모자라는 형편. 지난 7월에는 총 70만대 이상을 만들어냈다.



기술 개발에 목숨 걸다

당연히 회사 가치도 수직상승했다. 박병엽 부회장과 KTB 컨소시엄이 하이닉스로부터 팬택&큐리텔을 인수한 가격은 총 476억원. 2년이 채 안 된 지금, 이 돈은 수천억원대로 불어났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팬택&큐리텔 주가는 3000원대. 이를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3000억원이 넘는다. 올 가을에 예상대로 상장에 성공하면 더 급격한 상승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각각 48%, 32%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박부회장과 KTB 네트워크가 이를 통해 얻게 되는 수익 또한 엄청날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M&A는 많지만 제대로 된 M&A는 팬택&큐리텔이 거의 처음”이라고 평가한다. 머니 게임 성격의 M&A를 거치며 주가만 오른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인수-경영을 통해 기업 가치가 올라간 보기 드문 사례라는 것이다.

그 비결을 따지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인수 전 현대큐리텔은 문제가 많기는 했어도 잠재력이 있는 회사였다는 점이다. 많은 연구인력이 빠져나갔지만 남아 있던 개발진은 국내 최대 기업인 현대그룹에서 뽑은 인재인 만큼 기본이 탄탄했다. 특히 분사 직전 현대큐리텔 경영권을 넘겨받은 송문섭 현 팬택&큐리텔 사장은 삼성그룹에 근무할 당시 진대제 현 정통부 장관과 쌍두마차로 불릴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로, 현대전자에 스카우트 됐다 현대큐리텔 사장에 오른 상태였다. 박부회장이 눈여겨본 것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송사장과 함께 일한다”는 것을 인수 조건으로 삼아 경쟁업체보다 후한 가격에 인수를 완료했다.

또 당시 현대큐리텔의 적자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많았다. 특히 분사 후에는 금융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LC(신용장)도 개설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부품을 현금으로 사와야 하니 자금흐름이 악화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현대큐리텔로부터 물건을 납품받는 업체들은 현대큐리텔이 수출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가격을 맘대로 내려 받아 꽤 많은 물량을 수출하면서도 남는 것은 별로 없는 실정이었다. 그럼에도 수출을 그만두지 못한 것은, 그나마 그런 수출이라도 하지 않으면 회사가 완전히 망가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이러니, 기술개발이나 인재 확보를 위한 추가 투자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결국 문제의 상당 부분은 부족한 자금에 있었다. 기본이 갖춰진 인재들에게 자금을 대주고, 이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회생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박부회장의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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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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