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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KN, CNN 뉴스가 귀에 쏙쏙…늦깎이 ‘영어도사’ 박천보씨의 소리학습법

“입을 고쳤더니 영어가 들리더군요”

  • 글: 정 영 자유기고가

AFKN, CNN 뉴스가 귀에 쏙쏙…늦깎이 ‘영어도사’ 박천보씨의 소리학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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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영어에 쏙 빠져들게 된 계기가 아주 재밌다. 그는 10년째 ‘신동아’를 정기구독하는 애독자인데, 1999년 6월부터 ‘신동아’에 연재된 영어 학습비법을 모두 따라해 왔던 것.

‘괴짜강사 정인석의 영어 통달비법’ ‘한국인이 영어 못하는 이유’ ‘이문장의 영어 통달비법’ ‘혀 훈련 영어’ ‘헨리홍의 최신비법’ ‘샘박의 50English’에 이르기까지, 소위 영어도사로 불리는 영어전문가들이 내세운 방법들을 정말 말 그대로 모두 따라했다. 특히 정인석의 비법에 반해 학원을 찾아가 수강하기도 했다.

“발성만 잘하면 된다고 하니 ‘쉽게 영어를 배울 수 있겠구나’ 싶어서 찾아간 거죠. 소리만 잘 지르면 된다고 해서 정말 열심히 큰 소리로 발성연습만 했어요.”

산에 올라가 모기에게 피를 나눠주면서까지 소리를 질러댔고, 아무데서나 입을 옆으로 쫙 벌리는 ‘전위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식구들에게 군소리를 들을까 염려하여 골방에 처박혀 발성연습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당장 그만두라’며 벼락같이 화를 냈다. 평소 그가 질러대는 소리가 아파트 위아래층으로 퍼졌던 모양인데, 마침 위층에 치매 노인이 있어서 이웃들은 그 노인이 소리를 지르는 줄로 알고 시끄러워도 참았던 것. 그러나 그 이상한 소리의 주인공이 박씨임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렇게 아파트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발성연습을 그만둔 것은 아니었다. 할 만큼 했는데도 나아지는 게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영어발음도, 청취력도 좋아지지 않았다. 하긴, 그 방법만으로 5년 안에 영어의 달인이 될 수 있다면 누구라도 그처럼 되었을 것이다. 그는 정인석의 학습법을 중지하기로 하고 함께 수강했던 사람 10여 명과 ‘영어특공대’를 조직해 ‘영어도사’의 길을 찾아나서기로 했다.

영어특공대 결성에서 자멸까지

이후 8개월 동안 영어특공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영어에 미친 사람처럼 영어공부를 했다. ‘신동아’에 소개된 학습법은 물론, 시중에 나와 있는 영어책이란 영어책은 모두 갖다놓고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생각만큼 영어실력이 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이들은 영어 동화, 영어 회화책을 통째로 읽고 외웠다. 큰 소리로 읽으면 좋다고 해서 큰 소리로 외웠다. ‘로빈 훗’을 비롯한 단편 동화를 외워서 녹음하면 50분 분량인데 이를 끝까지 해냈다. 그런데 돌아서면 금세 잊어버리고 마니 아무 소용이 없었다. 외운 문장이 실제로 필요한 타이밍을 놓치면 영어로 대화하는 데 도움될 것도 없었다.

그러자 영어특공대원의 절반이 떨어져나갔다. 그래도 ‘영어도사’를 향한 노력은 계속됐다. 받아쓰기 학습이 좋다고 해서 AFKN 뉴스를 받아 적었다. 그런데 못 알아듣는 말은 계속 못 알아들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특공대원의 수는 더 줄어들고 말았다.

문법을 공부하기도 했고, 음성학 책을 연구하기도 했다. 어디서든 외국인만 보면 달려가 말을 걸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외워둔 몇 개 문장으로 말을 건네고 나면, 더 이상 이어갈 말이 없었다. 영어에 유창한 척하며 첫마디를 꺼내놓으면 상대 외국인이 말을 쏟아놓기 시작하는데, 도무지 감당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갖가지 방법을 써보니 각 방법마다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알게 될 정도였다. “이미 나와 있는 학습법들은 방향만 제시했지 구체적인 방법까지는 제시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 방법들은 만든 사람만의 특수한 경험일 뿐, 일반화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더군요.”

특공대원들은 멤버 중 한 명이라도 실력이 향상되면 그 대원의 공부방법을 모니터링한 후 모두 그 방식을 따라하기로 했는데, 그런 결과를 얻어내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박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특공대원 중 마지막 한 사람이었던 소리연구 박사 이동익씨와 그는 막다른 길에 다다른 것 같았지만 길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영어가 확실하게 귀에 들리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그와 이동익씨는 영어는 ‘소리’로 접근해야 한다는 이론에 동의하고 있었다. 이들은 우선 소리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소리를 중시하는 어떠한 학습 텍스트도 얻지 못했다. 이론만 있었지, 그 이론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하라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스스로 답을 찾자. 이들의 새로운 노력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박씨가 영어 공부에 발을 들여놓은 지 2년이 지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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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 영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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