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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산책

잃어버린 고대 한국어 ‘백제어’를 찾아서

계백 장군충청도 사투리 썼다

  • 글: 도수희 충남대 명예교수·국어학 tohsh@chol.com

잃어버린 고대 한국어 ‘백제어’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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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한어는 현재의 충남·전라도 지역에만 분포해 있었다. 충북을 비롯한 기타 지역에서는 마한어가 사용되지 않았다. 온조 비류 형제가 각각 나라를 세운 곳의 지명에서 마한어의 특징인 ‘비리>부리’는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홀’(위례홀, 미추홀)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일 이들 지명에 붙은 ‘홀’이 고구려 장수왕이 중부지역(황해·경기·충북)을 점령한 서기 475년 이후의 어느 시기에 고구려 식으로 새로 붙인 어미가 아니라면 이것은 분명 백제어의 기원을 증언하는 횃불의 존재이다. 이를 근거로 백제어는 부여계어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정하여도 무방할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많다. 앞에서 제시한 ‘위례홀’과 쌍벽을 이루는 ‘미추홀’의 별명이 ‘매소홀’(買召忽)인바, 이 별칭의 첫글자 ‘매(買)’가 ‘매홀(買忽=水城, 요즘의 수원)’ 등과 같이 ‘수(水)’의 뜻임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중부 지역의 남단인 청주의 옛 이름은 ‘살매(薩買)’인데, ‘매(買)’가 어미일 경우에는 강을 뜻하는 ‘천(川)’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동일한 예로 경기도 이천(利川)시의 옛이름은 남천(南川)인데 백제시대엔 남매(南買)라고 했다.

이와 같은 특징은 조수 간만(干滿)의 이름에도 화석처럼 박혀 있다. 예를 들면 한반도 중부지역의 남단인 어청도에선 음력 초하루를 ‘일굽매’라고 부르는데, 남부지역의 북단인 흑산도에선 ‘일곱물’이라고 한다. 열이틀은 어청도에선 ‘세매’, 흑산도에선 ‘서물’이다.

이처럼 ‘매’가 한반도 중부지역에만 분포되었고 마한 지역에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로 미루어볼 때 백제어는 부여계어를 쓰던 ‘위례홀어’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도 백제 역사는 공주·부여 시대에 고정되어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백제사에 대한 이해와 관심은 이른바 경기도 ‘한홀’(漢城) 시대까지 확대되어야 한다. ‘한홀’(현재의 경기도 광주)은 백제 시대 전기·중기(BC 18~AB475년)의 중심이었다.

‘백제 역사=공주·부여시대’라는 착각에 빠지도록 만든 사람은 고려의 김부식이었다. 1145년 김부식이 지은 ‘삼국사기’ 지리 1-3 지명에 의거하여 그려진 삼국 판도는 고구려가 남침하여 백제의 북부(황해·경기·강원 영서·충북) 지역을 장악한 장수왕 63년(475년) 이후 시기를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그 이전 백제의 역사가 상당 부분 묵살되었다.

여기서 필자는 ‘삼국사기’가 애써 감춘 사실들을 들추어내고자 한다. 다행스럽게도 ‘삼국사기’의 본기와 열전에 그 단초가 있다. ‘삼국사기’의 기사를 면밀히 검토하면 백제의 전기·중기 시대 한반도 중부지역은 고구려의 영토가 아니었던 사실(史實)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시기 고구려의 중심부는 졸본과 국내성이었으며 남쪽 경계는 살수(청천강)였다. 따라서 백제의 중기 말(475년) 이전까지 고구려는 한반도 중부지역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었던 것이다. ‘삼국사기’ 백제 본기의 내용을 중심으로 백제의 전·중기 판도를 그린 결과 중부지역이 오히려 백제의 소유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따라서 한반도 중부지역인 황해도, 평안남도 일부, 경기도, 충청도, 강원도 영서지방 언어는 백제어였음에 틀림없다. 강원도 영동지역은 처음부터 백제와 무관했다.

한반도 중부지역은 고구려가 약 77년간 점령한 이후에 신라의 북진으로 경기 이남과 이북으로 분리된다. 따라서 경기도, 충청도 지역은 겨우 77년간만 고구려의 소유였다. 그렇기 때문에 백제 문주왕이 공주로 천도하기 전인 서기 475년까지 중부지역의 토착어는 고구려어가 아닌 백제의 전기·중기어로 봄이 타당하다.

지명은 가장 보수성이 강한 언어다. 경기·충청지방의 지명들이 고구려어도, 마한어도 아닌 백제어(위례홀어)와 뿌리가 닿아 있는 것은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하게 해준다.

잠시 지명의 보수성을 살펴보자. ‘구약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의 고장이었던 ‘바빌론’을 비롯하여 아브라함의 고향인 ‘우르’와 ‘우르크’, 아수르왕국의 수도 ‘아수르’ 등의 옛 지명이 50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이라크 전역에서 지명으로 쓰이고 있어 얼마 전 이라크전쟁 보도 때 자주 접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도 백인들이 점령하기 이전 인디언 지명과 하와이 원주민의 지명이 그대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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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도수희 충남대 명예교수·국어학 tohs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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