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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에 실망 넘어 배신감” “너 죽고 나 죽자, 노령층 더 반대”

  • 남훈희|신동아 객원기자 brentnam11@gmail.com

“문 대통령에 실망 넘어 배신감” “너 죽고 나 죽자, 노령층 더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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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반대측 불법 검문, “무법지대 된 건 정부 탓”
  • ● 반대단체, 기자에 욕하고 팔 비틀어
  • ● “촛불 정부가 촛불 시민을 배신”
  • ● 경찰 “말 통하는 사람들 아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는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의 최대 안보 이슈로 떠올랐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가중되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7월 한국 내 사드 배치를 허용했다. 이어 미사일 발사대 6대 중 2대가 경북 성주 성주골프장(롯데 스카이힐 성주컨트리클럽)에 배치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환경영향평가 등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반면, 미국은 문 대통령이 한미 정부 간 사드 관련 협약 이행에 미온적이라고 보면서 조속하고 완전한 사드 배치를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감행하자 문 대통령은 나머지 발사대 4기의 임시 배치를 지시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사드 반대 주민들을 설득하면서 배치하겠다고 했다.

사드 내 X-밴드 레이더의 ‘전자파 유해’ 논란이 국내 언론에 보도된 후 일부 성주 주민들과 외부 단체들은 사드 철수를 요구했다. 이들은 사드가 배치된 성주골프장으로 통하는 도로에서 시위를 이어가면서 검문을 통해 사드와 관련된 사람과 물자의 수송을 차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경북 성주의 사드 배치 지역 인근 시위 현장을 직접 취재해보기로 했다. 또한 시위대의 동선을 따라 이들의 상경 시위도 동행 취재하기로 했다. 2017년 7월 30일 일요일 오전. 성주버스터미널 인근에서 택시를 타고 소성리라는 작은 동네로 향했다. 성주읍내를 벗어나자 참외의 고장답게 창밖으로 참외 비닐하우스가 끝없이 펼쳐졌다. 모든 것이 평화로워보였다.





“당신 기자야? 어디서 왔어?”

하지만 소성리로 진입하는 어귀부터 풍경은 달라졌다. 도로변 곳곳에 “사드 결사반대”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소성리 입구엔 아래의 큼지막한 경고 문구가 한국어와 영어로 씌어 있었다. 

“경고. 이 지역은 평화구역이므로 사드 관련 장비 및 인력 출입을 금함. 소성리 마을 이장 및 마을 주민 일동. Trespassing any facility (equipment) of THAAD and people who is involved is prohibited. The president of Soseong-ri and all of it.”

사드 반대 시위는 이 마을에서 1년여간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졌다. 그래서인지 이 마을은 준전시상태처럼 보였다. 특히 이틀 전인 7월 28일 북한이 ICBM을 동해상으로 발사하자 문 대통령이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에서 사드 잔여 발사대 4기를 성주골프장에 추가 배치하도록 지시한 터라 이날 소성리의 분위기는 여느 때보다 격앙되어 있었다. 마을회관 주변의 시위대는 모두 화가 나 있는 듯 보였다. 이런 험악한 분위기는 기자에게도 직접 전달됐다.

“당신 기자야? 어디서 왔어?”

낯선 젊은이인 필자가 시위대 주변을 기웃거리는 모습을 보고 50대의 A씨는 필자가 기자임을 직감한 듯했다. 일요일 이른 아침이어서 현장의 기자는 필자가 유일했다. A씨는 시위대 속에서 나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접근했다. 


서글픔, 위기감, 후회…

반말을 들어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필자는 질문에 답을 해주기 위해 A씨에게 소속을 말했다. 필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A씨는 필자에게 욕설을 내뱉었다.

“당장 꺼져. 어디서 이런 적폐 기레기 ××가 찾아오고 지랄이야.”

이어 A씨는 손으로 필자의 어깨를 세게 밀치며 위협했다. 필자는 순순히 듣기만 했고 뒤로 밀렸다. 사드 반대 시위대 A씨의 이런 폭언과 신체에 대한 행동은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었다. A씨가 씩씩대며 물러가자 이번엔 시위대 지도부의 일원인 B(52) 씨가 다가와 “우리는 ○○○, ○○(진보 성향 매체)은 상대하지만 조중동은 상대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조근조근 말했다. 시위대 지도부의 또 다른 일원인 C(35) 씨도 비슷한 취지를 훈계조로 필자에게 말하면서 “아무도 당신 취재에 응해주지 말라고 해둘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사드 반대 시위대가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이라고 인터뷰 거부는 물론이고 욕하고 밀치는 것을 보면서 조금 서글픈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서울에서 성주까지 내려와 허탕만 치고 돌아가겠구나’ 하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본격적 시위는 이날 오후부터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필자는 ‘오전에 시위 현장에 오면 조금이라도 더 시위대를 취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날 밤 성주읍에 도착해 여관에서 잔 뒤 이날 아침 일찍 택시로 읍에서 소성리 시위 현장에 왔다. ‘이렇게 유난을 떤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말았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서글픔, 위기감, 후회…. 그러니까 한마디로 필자는 ‘멘붕’이 된 것이다. 

시위 현장엔 경찰 인력도 와 있었다. 이날 오후 사드철회 성주투쟁위원회, 김천시민대책위원회, 원불교 성주 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회, 성주 지역 주민들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사드 추가배치 철회 목적의 집회를 열 예정이었다. 이 집회엔 평소보다는 많은 인원이 몰릴 것으로 추정됐다. 그래서 경찰은 5개 중대 400여 명의 병력을 투입해 질서 유지에 안간힘을 쏟고 있었다.



“불법인 줄 알지만”

필자는 사복을 입은 경찰 간부(경정)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와중에 ‘사드 결사반대’라는 머리띠를 모자에 두른 이모(52·농업·경북 성주군 초전면) 씨가 소성리 마을회관에서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시위대 지도부의 ‘인터뷰 금지’ 지령이 이씨에게까지 제대로 전달됐을까? 기온이 30도를 훨씬 넘어선 무더운 날씨였고 시위대는 일사불란해 보이지 않았다. 이씨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는데 이씨는 순순히 인터뷰에 응했다. 

성주가 사드 배치 장소로 확정된 지 1년이 지났다. 성주는 지난 1년간 어떻게 변했나?
“사드 때문에 삶이 황폐해졌다. 농사를 짓다가도 소성리 마을회관에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바로 나오는 생활이 반복되고 있다.”

사드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몰라서 묻나? 사드는 북한 핵 방지용이 아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무기체계다. 한반도는 국토가 작아 북한군이 한국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사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사드가 들어오면 우리는 항상 극도의 긴장과 공포 속에서 살아야 한다.”

그것뿐인가?
“거듭 강조하지만, 사드는 전쟁 무기다. 혹자는 사드가 평화를 위한 무기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주변 국가와의 긴장만 고조시키고 갈등을 유발한다.”



“박근혜 지지 극히 후회”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까 우려해 사드를 반대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소성리는 사방이 산과 들로 둘러싸인 깡촌이다. 여기는 서울 강남이 아니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내릴 일이 없다. 사드 반대엔 부동산 가격 같은 개인적 욕심 따위는 일절 개입되어 있지 않다.”
시위대는 도로를 사실상 점거해 차량을 검문해왔다. 마을회관 앞 도로에 임시 검문소를 만들어 차량을 통제하는 것이다. 이씨에게 이와 관련된 내용도 물어봤다. 

민간인들이 도로를 점거한 채 일련의 검문 행위를 벌이는 것은 불법 아닌가?
“민간인에 의한 외부 차량 검문이 불법이란 것을 우리가 모르겠느냐? 다만 정부와 국방부가 소성리 주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우리 스스로 생존권과 재산권을 지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드 운용에 필요한 유류, 장비의 반입을 막고자 나서는 것이다. 소성리는, 아니 성주는 4월 26일 이후로 법이 없는 곳이다. 정부가 불법적으로 사드를 기습 배치했는데, 우리도 최소한의 저항은 해야 하지 않나? 소성리를 법이 없는 곳으로 둔갑시킨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

사드 문제를 놓고 적정선에서 타협할 의사는 없나?
“이곳에서는 60대도 ‘애기’로 통할 정도로 고령의 어르신이 많다. 그러나 이들이 더 결사적으로 사드 배치를 철회하라는 목소리를 낸다. 우리 중 누구도 물러설 의향이 없다. 한마디로 ‘너 죽고 나 죽자’는 분위기로 보면 된다.”

김선명 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장(52·원불교 교무·경북 성주군 초전면)은 필자에게 “소성리 주민들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것을 극히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19대 대선에서 사드 배치를 찬성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대구경북에서 47%의 득표율을 보였다. 그런데 성주군에선 이보다 높은 56%의 득표율을 올렸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18대 대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한 대구경북 유권자는 80.5%에 달했다. 성주군민은 85%였다. 이번에 홍준표 후보를 뽑은 성주군민이 56%라면, 30%에 육박하는 민심이 돌아섰다는 의미다. 성주도 그만큼 바뀌고 있다는 반증으로 봐야 한다. 특히, 사드 배치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김천혁신도시에서 홍준표 후보는 20%도 안 되는 처참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를 결정했는데.  
“우리는 문 대통령에게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느낀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사드 문제에 관해 차기 정부로 넘겨 재검토하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사드의 효용성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사드 배치에 대해 돌연 말을 바꾸고 별다른 논의 절차 없이 사드를 배치한 과정에 우리는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다. 촛불 정부가 촛불 시민을 배신한 것 아닌가.”



“무기 내려놓는 게 안보”

원불교가 성주에 사드 배치하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드가 배치된 성주골프장으로 진입하는 입구에 원불교 2대 종법사인 성산종사 탄생지가 있다. 이곳은 원불교 성지 중 하나다. 원불교가 반대하니 ‘종교 님비 아니냐?’는 반론도 나온다. 계속 공부하면서 사드는 한반도에 필요가 없고 전쟁 위기만 가중시킬 뿐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성주뿐 아니라 우리나라 어디에도 사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김 위원장이 말하고픈 국가 안보는 무엇인가?
“진정한 국가 안보는 평화다. 무기를 내려놓는 게 국가 안보라는 말이다.”

공권력은 사드 반대 시위대의 불법 앞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필자에게 “도로를 점거하고 있는 검문소를 철거하고자 했지만, 그때마다 원불교, 천주교 등이 종교 행사를 하는 바람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검문소 철거가 종교 탄압으로 비치면 우리도 골치 아프다. 무리하게 진압에 나서기보다는 상황을 주시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시위대의 외부 차량 검문 자체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했다.

소성리 입구에서부터 성주골프장까지는 2km에 불과하다. 그러나 시위대의 제지에 막힌 주한미군은 이 짧은 육로를 포기하고 사드 운용을 위한 유류와 병력 대부분을 헬기로 운송해왔다. 아찔한 사고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6월 하순 성주골프장으로 향하던 헬기가 난기류를 만난 것이다. 결국 헬기는 인근 칠곡군 한 야산에 약 1900리터에 달하는 항공유 한 통을 떨어뜨려 군 병력 100여 명이 동원되기도 했다고 한다.

시위대의 불법 검문은 한미관계에서도 민감한 문제다. 자유한국당의 한 인사는 “문재인 정부가 시위대의 불법 검문과 사드 운용 방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미국은 의심하는 것으로 안다. 미국은 내심 문재인 정부에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보수단체인 서북청년단은 이날 오후 2시 소성리에서 ‘사드 찬성’ 맞불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현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었다. 이때 필자에게 욕설을 내뱉고 어깨를 밀친 A씨가 다시 필자에게 다가와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필자가 시위 참가자인 이씨와 인터뷰하는 장면을 저만치서 목격한 듯했다. A씨는 입에 담기조차 힘든 폭언을 필자에게 또 토해내면서 “마을에서 당장 나가라”고 했다. 심지어 A씨는 필자의 팔목을 움켜쥐어 비틀기까지 했다.



“제발 각성하십시오!”

필자는 A씨의 손아귀를 뿌리쳤다. 필자는 이런 폭행을 당한 것에 대해 분한 기분이 들었지만 차분하게 대응했다. “소성리 입구에 ‘이 지역은 평화구역’이라고 쓰여 있더라. 사람에게 폭언하고 폭행하는 게 평화인가? 무슨 권한으로 시위 취재를 방해하고 ‘나가라’고 하는가?” A씨는 아무 말도 않고 돌아갔다.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마을회관 부근에서 약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드 추가배치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사드배치 결사반대’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고 “적폐수용 규탄한다” “사드 추가배치 철회하라” “장비부터 철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한 사드를 온몸으로 막겠다는 의지라면서 밧줄로 서로의 몸을 묶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소성리에 사는 한 주민은 “북한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핵·미사일 실험을 거듭 하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사드 추가 배치가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대응책이 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북청년단도 소성리 마을 입구에서 사드 찬성 맞불집회를 열었다. 정함철(44) 단장 등 이들은 개인 차량으로 삼삼오오 현장에 집결했다. 이어 대형 앰프를 통해 “종북의 시대” 같은 노래를 틀며 태극기를 흔들었다. 정 단장은 마을회관 부근까지 진입하려 했지만 사드 찬반 단체 간 물리적 충돌을 우려한 경찰 병력은 정 단장의 진입 시도를 막았다. 정 단장은 사다리 위에 올라 메가폰을 들고 일장연설을 토했다.



“경찰 물리고 우리끼리 붙자”

“주민 여러분, 제발 각성하십시오! 사드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키는 자산입니다. 사드가 설치됨으로 인해 북한 핵을 억제하고 중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을 여러분도 알지 않습니까? 지금 중국이 사드를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대한민국이 중국의 속국으로 전락해서는 안 되잖습니까? 이 나라를 지키려면, 혈맹인 미국과의 동맹을 끈끈히 이어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드를 즉각 배치하라!”

정씨는 필자에게 “이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사드를 반대하는 주민들은 계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성리까지 찾아온 이유는?
“왜곡된 민심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국민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무엇이 왜곡됐다는 것인가?
“사드 배치가 철회되면 한미동맹이 무너지고 전쟁이 온다. 모 국회의원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을 종북 세력으로 지칭해 논란이 됐다. 그러나 말 자체는 틀린 내용이 아니다. 사드 배치를 반대해 전쟁이 일어나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는가? 나아가, 북한 핵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인류를 위협하는 문제다.”

마을회관 쪽으로 자꾸 가려 한 이유는?  
“무엇이 옳은지를 주민들과 대화로 가려보기 위해서였다. 소성리 주민들은 잘못이 없다. 이들을 선동하는 일부 불순세력이 문제다.”

정 단장은 “보수와 진보는 서로 타협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을 옹호하는 세력과는 타협할 수 없다. 이들은 나라와 국민을 위태롭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성리 주민 송모(60·농업) 씨는 정 단장에 대해 “극우단체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 보수단체의 주장엔 명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사드를 반대하는 측과 사드를 찬성하는 측 사이에서 고성이 오가는 싸움이 벌어졌다. 경찰 병력이 두 집단의 중간에 위치해 두 집단을 떼어놓았다. 감정이 격해진 정 단장은 사드 반대 시위대를 향해 “내가 경고하는데, 사드 발사대 4기가 추가로 배치될 때 네놈들이 가로막았다는 뉴스가 나오면 내가 네놈들을 작살내버릴 거야. 알았어? 그때는 깔끔하게 경찰 물리고 우리끼리 붙자. 경찰 뒤에 숨어 공권력 고생시키지 말고, 경찰 앞세우는 파렴치한 짓거리 집어치우고, 건장한 놈들이 직접 나와. 쪽팔리지도 않아”라고 소리쳤다.

현장에 있던 경찰 관계자는 필자에게 “사드 반대 시위대는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말이 통하는 사람들 같으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다. 사드 찬성 단체도 과격한 말을 한다. 마치 치킨게임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성리에서의 하루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다음 날인 7월 31일 월요일 필자는 소성리에서 상경하는 사드 반대 시위대를 따라 서울로 향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오후 2시 국방부 앞에서 대정부항의집회 겸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11시 40분 청와대 연무관 앞 시위엔 어린이들이 참가했다. 이 시위엔 정영섭 사드 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집행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 집행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지시에 대해 “졸속 결정”이라고 규탄했다.



“총알보다 빠른 미사일 못 막아”

이 시위에 동참한 함모(여·54·교사·경북 김천시) 씨는 “사드 레이더가 향하는 곳은 김천이기 때문에 김천 주민들은 사드 배치에 격렬하게 반발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총알보다 빨라서 길어야 5분이면 한국에 도달한다. 한국을 겨냥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사드로 막는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오후 2시 국방부 앞 시위에선 고령의 할머니들이 눈에 띄게 참가했다. 박태정 김천 사드 반대투쟁위 부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를 추가로 배치하겠다는 말을 듣고 밤잠을 이루지 못해 머리가 띵하다. 우리도 사람이고 국민이다. 1번만 찍으면 사달이 난다. 1번 새누리당을 계속 찍어 이 모양이 됐다. 이번에 1번 문재인을 찍었더니 국민 배신하기를 밥 먹듯 한다. 되고 나니까 뒤통수 치는 인물이 됐다”고 말했다. 

시위에 참여한 허모(48·자영업·경북 성주군 선남면) 씨는 필자에게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것을 안다. 어떻게 경찰과 군대를 당해내겠는가? 그러나 사드가 반입된다는 데도 가만히 있으면 정부가 우리를 더 우습게 볼 것이기에 힘닿는 데까지 싸우는 것”이라고 했다.

8월 2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정부의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에 대해 ‘잘했다’는 응답은 71%로 나왔다. 사드 찬성 여론은 이렇게 역대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현저하게 높아졌고 북·미 무력충돌 위기까지 고조된 때문일 것이다. 5월 대선에서  ‘사드 찬성’을 밝힌 홍준표 후보가 성주에서 56%의 높은 득표율을 얻은 것은, 사드 반대가 성주에서도 다수 의견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항곤 성주군수는 사드의 성주골프장 배치에 찬성했다.

취재를 마치며 드는 생각은 사드에 반대하는 해당 지역 주민들을 위한 실질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누구도 자기 동네에 사드가 들어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라는 건 부당한 처사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안보의 비상상황에서 정부가 ‘너 죽고 나 죽고’ 식 반대를 언제까지 인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의 책임 있는 관계자가 주민과 진심 어린 대화를 통해 이른 시간 내에 민주적 결론을 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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