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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탈(脫)원전을 다시 생각한다

큰 지진 올 수 있다 원전 관리 신뢰·소통 더 필요

지진과 원전 안전

  • 정현상 기자|doppelg@donga.com

큰 지진 올 수 있다 원전 관리 신뢰·소통 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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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7.0 넘는 지진 예상하기도”

그러나 지금 당장 원전 주변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한다면 과연 한수원은 제대로 대처해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고, 국민의 불안감을 씻어줄 수 있을까. 탈원전이나 친(親)원전 어느 한쪽의 주장만 갖고 판단하지 말고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참여단의 시각으로 꼼꼼히 짚어보자.

먼저 국내 원전은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가 하는 질문에 대해 기술적인 답변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국내 원전은 지난해 경주 지진(리히터 규모 5.1, 5.8) 정도의 규모는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현재 국내 원전 내진설계 기준값은 대부분 0.2g(리히터 규모 6.5)이며, 신고리 3~6, 신한울 1·2호기는 부지 여건을 감안해 0.3g(리히터 규모 7)의 지진 값으로 내진설계됐다. 설계수명은 60년이다.

한수원은 지난 3월 신월성 1·2호기 원전의 핵심 설비인 안전정지계통에 대한 내진성능을 보강해 규모 7.0(0.3g)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게 했다. 안전정지계통은 비상시 원전을 안전하게 정지하고 원자로를 냉각하는 장치다. 규모 7.0은 작년 9월 12일 경주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 규모 5.8보다 에너지가 64배 큰 수준이다.

주요 국가의 원전 내진설계 기준을 보자. 미국(0.05~0.75g), 일본(0.37~0.6g), 독일(0.05~0.2g), 중국(0.15~0.3g) 등 원전 위치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은 일단 세계 대규모 지진의 80%가 일어나는 불의 고리(Ring of Fire·환태평양조산대)인 지구의 판 경계지역에 있지 않으므로 내진성능을 7.0보다 더 높일 필요가 없다는 게 그간 한수원의 견해였다.

내진설계값 단위 ‘g’는 중력가속도를 뜻하는데, ‘중력’을 뜻하는 ‘gravity’에서 따왔다. 0.2g의 의미는 중력가속도(9.8m/sec2) 힘의 20%를 옆으로 받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구조물이 흔들리고 부서지게 된다. 내진설계값이 0.2g라는 것은 전체 시설 가운데 가장 취약한 부분, 즉 배관·패널·계기판 등 시설이 최소한 이 수치 이상 돼야 한다는 뜻이다. 격납고 같은 경우 0.7g로 튼튼하게 설계될 수도 있다.



장순흥 한동대 총장은 3월 7일 ‘원전 안전성증진 심포지엄’에서 “원자력발전은 전기 에너지원 중 환경 영향이 가장 적으며,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면 지속가능한 발전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국민이 우려하는 지진과 관련해 한국에서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으며, 가동 원전을 대상으로 수행하고 있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와 같이 현재의 원전 내진설계기준은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지진·해일 등의 자연재해나 갑작스러운 전력공급 상실 등 중대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극한 상황에서 원전이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물론 7.0보다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한반도 지체구조구 모델과 최대지진규모’라는 논문에서 7.45±0.04 규모가, 김영석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한반도 남동부 제4기 단층들의 단층변위자료를 이용한 지진규모 예측’에서 7.3 규모가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정부 및 국책연구기관 등의 공신력 있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에 따라 필요한 후속조치를 취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주 지진 때 자동정지 안 된 이유

한반도에서 관측 지진가속도는 0.01g 이상이며, 발전소별로 독립적인 지진감시시스템이 구성돼 있다. 지진감시설비에 설치된 지진계측기는 모두 158대이며, 원자로 자동정지설비에 설치된 지진계측기는 모두 96대다. 지진관측소는 발전소 주변 지역에 13개를 운영하고 있고, 145개의 관측망을 갖고 있는 기상청, 38개를 갖고 있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2일 경주 지진 발생 뒤 한수원은 모든 원전에 대해 미국 전력연구소 지진대응지침(EPRI NP-6695)에 따라 정밀점검을 시행했으며, 지진으로 인한 영향이나 손상은 없었다고 밝혔다. 펌프, 탱크, 열교환기, 공기압축기, 차단기, 변압기, 디젤엔진 등에 물리적 형상 변형이나 손상이 없었다. 증기발생기와 전류시험, 격납건물 누설률 시험에서도 기준을 만족했다.

당시 한수원은 월성 1~4호기 가동을 수동으로 정지했다. 그러자 왜 지진 발생 뒤 곧장 자동 정지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한수원은 “원전이 자동 정지되는 안전정지지진(SSE) 기준은 0.18g인데, 초기 월성1호기에서 측정된 최대 지진가속도 값은 0.0981g였다. 이후 원전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정밀분석 후 월성원전 1~4호기를 전력거래소와 협의해 순차적으로 정지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이후 원전의 주요 안전정지유지계통 내진성능을 0.2g에서 0.3g로 보강 중이며, 최대로 높일 수 있는 내진성능을 평가해 필요시 내진성능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안전정지유지계통은 원자로 반응도 제어, 원자로냉각재 압력 제어, 잔열 제거, 비상디젤발전기 필수냉각수, 격납건물 격리, 사용 후 연료냉각 등을 뜻한다. 월성1~4, 고리1·3·4, 한빛1~6, 한울3~6 등 17개 호기는 내진보강 작업을 완료했고, 2017년에 신고리1·2, 신월성1·2호기를 완료하며, 2018년 6월까지 고리2, 한울1·2호기를 완료할 계획이다. 내진보강은 주로 계획예방정비기간에만 가능해 일정을 추가로 단축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큰 지진 올 수 있다 원전 관리 신뢰·소통 더 필요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에서 본 고리원전. [동아일보 박경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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