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를 알고 싶다면 현재를 거울삼아 과거를 들여다보라고 했던가. 동양의 지혜론은 60년을 주기로 한 60갑자 이론을 도구로 미래에 드리운 기운을 파헤쳐보라고 권한다. 말하자면 2005년의 을유년은 정확히 60년 전인 1945년의 을유년, 더 나아가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인 1885년의 을유년과 그 기운이 어느 정도 상통한다는 것이다.
먼저 1945년의 을유년은 일제의 모진 탄압을 이겨내고 한반도의 조선이 광복을 맞이한 상서로운 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무장한 소련군이 북쪽에서 내려와 평양에 사령부를 설치하고, 이에 뒤질세라 미국의 극동사령부는 서울에 군대를 보내 군정을 선포했다. 일본이 물러간 자리를 서양이라는 또 다른 외세가 차지한 것이다.
1945년 을유년뿐만 아니라 그보다 60년 전인 1885년에도 외세의 침탈로 한반도는 평탄치 못했다. 1884년 3일천하로 끝난 갑신정변과 관련해 청과 일본의 양국 정부가 조선에 군대를 보내 영향력을 행사했고, 영국 함대가 거문도를 불법 점령한 사건도 바로 이해에 일어났다.
더욱 강성해지는 중국의 국운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맞이하는 을유년은 외세의 개입과 관계가 깊다고 역학계에서는 진단한다. 국제의명연구원의 정경대 원장(불교철학 박사·중국 중의사)의 설명.
“천간(天干)에 해당하는 을(乙)은 오운육기(五運六氣)라는 동양의 기후철학적 논리에 따라 경(庚)이라는 하늘의 금(金) 기운을 불러오며, 원래 목(木) 기운인 을은 경과 합(合)을 이루어 천간 전체가 금 기운으로 바뀌는 커다란 세력 변화를 일으킨다. 이는 목 기운인 한반도에는 매우 불리한 것이며, 금 기운으로 대표되는 서구 세력이 한반도에서 힘을 발휘한다는 의미를 띠고 있다. 게다가 을유년에서 지지(地支)에 해당하는 유(酉)는 매우 매서운 금 기운이라서 이러한 기운을 강렬하게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정 박사는 2004년에 이어 2005년도 모든 면에서 매우 힘든 해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사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예사롭지 않다. 일본은 ‘방위계획대강’을 9년 만에 개정해 북한과 중국을 ‘안보위협요인’, 즉 우리식 표현으로는 ‘주적(主敵)’이라고 공개적으로 명시하는 한편, 미국과 협력해 미사일방어(MD)체제를 일본 방어의 주요 골간으로 삼는 등 군사대국화를 노골적으로 꾀하는 상황이다.
이에 질세라 중국 역시 북한과의 국경지대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고 한반도의 유사시 상황에 대비하는 형국이다. 정 박사는 중국의 움직임에 한층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지난 몇 년간 중국 베이징대에서 연구교수 자격으로 중국학자들을 접촉하는 동안 한반도에 대한 지배욕구가 수천년간 이어져 내려온 그들의 전통적 야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한국과 마찰을 일으킨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가 어제 오늘 급작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 대회 때까지 경제적, 정치적으로 더욱 강성해지는 국운을 맞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김정일, 전쟁 의지·능력 없어
신체에서 상단전(上丹田, 양미간의 경혈 자리)이 열려 천기(天氣)를 살피는 센서를 개발했다는 기(氣) 전문가 김영학씨(명암기공연구소)도 한반도의 정세가 예사롭지 않다고 진단한다. 수년 전부터 국운과 개인의 길흉을 영화관의 필름처럼 묘사해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그는 2005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당분간 국운이 상승하는 중국과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대립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태평양 지대는 긴장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더욱 초조해질 것이다. 중국은 여전히 북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고, 만일 중국이 북한에 경제적인 도움을 주지 않으면 북한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김정일 세력은 권력유지를 위해 주민 단속을 한층 강화하려 하겠지만, 평양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굶주림에 시달린 주민들의 소요와 국경선 탈출사건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