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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

‘소강국(小康國)’이 한국의 미래 모델

이분법 뛰어넘는 접속·융합의 패러다임으로 뛰어들자

  • 글: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kwkim@snu.ac.kr

‘소강국(小康國)’이 한국의 미래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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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나라의 명운(命運)과 진로가 한두 정권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는 것이며, 또 그래야 하는가. 이런 물음이 절로 나오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새삼 시대와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춰 국가의 진로를 확인하는 작업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이러한 작업에서는 기본적으로 국가를 작게 볼 것인지, 크게 볼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 즉 소국주의냐, 대국주의냐의 문제다. 흔히 미래는 전자공화국(electronic republic)이 될 것이란 말들을 한다. 컴퓨터의 발달로 가상공간을 통해 많은 요소가 거미줄처럼 얽히게 될 것이라는 예언이다. 한편으론 나라를 이대로 변해가게 둘 것인가, 아니면 진로를 새로 모색해 생산양식부터 바꿀 것인가도 논해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 같은 여러 주장들을 감안해 소국-대국론에서 논의를 출발할까 한다. 국가의 규모와 그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을 논한 뒤 발전전략을 논의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10여년 전 21세기를 준비하며 한국의 미래를 그려본 바 있다. 당시 필자는 한국의 미래 예측이 너무 안이하고, 통시적이거나 통사적이지 못하며 패러다임 변화에 기초한 논의가 드물고 변할 것과 변하지 않을 것을 구분하지 않으며 역사의 반복성과 자기 상사성(self-similarity), 그리고 세계사의 흐름과 함께 한다는 점 등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신동아’ 1994년 1월호 ‘2020년의 한국을 읽는다’ 참조).

한국의 미래, 구체적으로는 국가발전의 전제, 목표, 패러다임, 수단과 전략 등을 말하는 데 있어 필자는 ‘소강국가론(小康國家論)’을 제안한다. “웬만큼 여유 있는 국가” “그런 대로 편안한 사회”(이는 덩샤오핑의 표현이다)를 추구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웬만큼’과 ‘그런 대로’에 비중을 두고 싶다. 즉 소강국가는 물질적으로 어느 정도 충족되고 남을 배려하며 정당한 법질서를 지키려는 나라를 일컫는다. 완벽한 물질적 충족을 기대하는 건 아니다. 그것은 가능하지 않을 뿐더러 이룬다 해도 불행이 더 클 수 있다. 국민소득 2만달러, 3만달러도 좋지만 그보다 정신적 안정이 더 필요하다는 말이다.



경제적·정치적인 국가 위상도 중요하지만 내가 사는 나라가 국제적으로 괜찮은 나라, 보고 배울 게 많은 나라, 가보고 싶은 나라 등 자랑스런 나라였으면 하는 것이다. 대외적으로 비치는 국가의 이미지나 성격뿐만 아니라 그 내면적 속성도 가려봐야 한다. 다시 말하면, 국가 안의 여러 속성(법, 제도, 정책 등)이 소강국가를 지향하기에 거침이 없는가, 문제가 있다면 바꿀 가능성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논자들이 대개 국가가 내부적으로 안고 있는 여러 제도적·비제도적 속성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국주의냐, 대국주의냐

나라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는 논의의 출발이다. 한국, 한반도는 어떤 성격의 나라인가. 큰 나라인가, 작은 나라인가. 강한 나라인가, 약한 나라인가. 작지만 강한 나라인가. 크지만 약한 나라인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나라인가. 보잘것없는 나라인가. 문화유산이 풍부해 외국인들이 오고 싶어하는 나라인가, 그 반대인가.

한 나라에 대한 인식은 시각에 따라 이렇듯 다양하게 나타난다.

스스로 작은 나라, 약한 나라로 인식하는 것을 소국주의라 하고,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가려는 것을 대국주의라고 한다. 후자는 경제성장이 뒷받침 됐고 북한에 대해 우월감이 생겼던 1990년대 한국에 나타난 현상이다. 역사적으로 한국은 소국주의를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라크 파병을 놓고 벌인 논란을 예로 들면 “미국의 강력한 지원 없이는 한반도의 평화나 사회안정이 불가능하리라는 파병론자들의 인식은 기본적으로 스스로를 작은 나라, 약한 나라로 파악하는 관점에 기초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군에 속하고 세계 11위의 교역량을 자랑하며 엄청난 규모의 군사력을 보유한 오늘의 한국을 과연 소국이라 간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약육강식 논리가 압도하는 국제 상황에서 소국이란 자의식은 “열등감과 우월감, 그리고 현상용인 심리와 현상변경 심리의 복합관계 어딘가에 위치”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소국의식으로부터 두 가지 상이한 정치적 태도가 나타날 수 있는데, 하나는 소국의식을 수용하면서 대응전략을 모색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국의 지위를 거부하고 강대국으로 변신하려는 지향이다. 전자를 소국주의, 후자를 대국주의라 하는데 물론 그 구체적 모습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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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kwkim@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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