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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분석

좌충우돌, 진퇴양난…교육부 ‘개혁실험’ 1년

미봉책 절충안, 비대한 관료주의가 ‘백년지대계’ 발목잡았다

  • 글: 이기우 인하대 교수·사회교육학 leekw@inha.ac.kr

좌충우돌, 진퇴양난…교육부 ‘개혁실험’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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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진퇴양난…교육부 ‘개혁실험’ 1년

11월22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휴대전화 수능 부정사건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는 안병영 교육부 총리.

이러한 교육부의 제안을 놓고 교육단체와 대학관계자, 교육학자 간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논쟁의 초점은 학생부 반영 비중을 높이는 것이 타당한지, 수능의 반영 비중과 반영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맞춰졌다. 논쟁이 격화되자 안 부총리는 여론 주도층 인사들에게 협조 서한을 보냈고 언론이 이 서한을 보도했다. 결국 국민을 향한 공개서한이 된 셈이다.

제로섬 게임의 전장

몇 차례의 공청회를 거쳐 최종안이 확정됐다. 교육부는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통한 공교육 정상화, 학교와 교사에 대한 신뢰 제고, 사교육비 감소 등을 대입 개선안의 기대효과로 내세웠다. 고심 끝에 내놓은 입시제도 변경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대학입시 개선방안이 사교육비를 절감시킬 것이라고 기대하는 학부모는 거의 없다. 내신이 강화되면 수능 과외 대신 내신 과외가 기승을 부릴 것이기 때문이다. 수능 시험의 반영비율을 낮춘다지만 수능은 여전히 존재하므로 이를 대비한 과외도 성행할 것이다.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수능시험 반영 비율을 높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신이 학교 공동체를 파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학교 구성원들이 학력신장과 인격발현을 위하여 함께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같은 학교 학생들끼리 경쟁단위를 이루며 제로섬 게임을 벌이게 된다. 학생들이 협력하면서 학력을 신장시키는 학습 공동체를 만들기도 어려워진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잘 지도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기보다는 평가하고 관리하는 데 치중하게 될 것이다. 결국 학교교육의 질적인 향상은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이번 입시제도 개혁안은 욕을 덜 먹는 변경안은 될 수 있어도,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하기엔 역부족이다. 교육부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무리하게 절충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런 변경안을 제안할 바에는 차라리 현행제도가 낫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제도가 실제로 적용되는 시점이 되면 입시관리는 현재보다 훨씬 더 복잡해질 것이다. 수험생이나 교사의 입시 예측도 지금보다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 입시의 당락이 눈치작전에 따라 결정되는 폐단이 오히려 극심해질 수 있다.

이렇듯 수없이 대입제도를 바꿔봤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 사설학원에서 주최하는 입시설명회가 이토록 성황을 이루는 나라가 또 있을까. 학교 교육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입시제도를 그렇게 자주 바꿔도 되는지 묻고 싶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2004년 11월17일에 실시된 수능 시험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행위와 대리시험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교육부는 또 한 번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이에 안 교육부총리는 특별담화를 통해 이렇게 대책을 제시했다.

전국 시험관리의 한계

“이번 사건이 휴대전화 등 최신 통신기기를 사용했다는 점에 주목해서 첨단기기를 이용한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적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대리시험 등 다양한 방법의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강구하겠습니다.”

수능시험 부정 문제는 중앙정부와 교육부가 지방교육행정청을 통해 전국적으로 수능시험을 관리하는 것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적신호다.

수능 시험을 위해 국민의 출근시간을 1시간 늦추는 나라, 듣기 평가를 위해 비행기 운항도 중단하는 나라, 시험지를 경찰관의 호위 속에 운반하는 나라, 해마다 며칠씩 수능 소식이 톱뉴스가 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수능시험 감독을 위해 중·고등학교 교사가 차출되고 이 때문에 임시휴교를 하는 나라도 찾아보기 어렵다.

단 한 차례의 수능시험으로 한 사람의 운명이 결정되니 학생들은 한판승부에 모든 것을 건다. 그러니 첨단기술에 익숙한 학생들의 부정행위는 어느 정도 예측된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 실제로 시험이 있기 전부터 소문이 돌기도 했다고 한다.

수능시험의 횟수를 늘린다든가, 기술적으로 전파를 차단한다든가, 부정행위자의 차기시험 응시자격을 박탈한다든가 하는 수능 부정 방지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보기 어렵다. 수능시험을 지금의 형태로 유지할 것인지, 국가가 대입시험에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들이 대국민사과를 하고 시험부정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으로 그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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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기우 인하대 교수·사회교육학 leekw@in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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