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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정치’의 진수, ‘유전 게이트’ 두 달째 히트친 한나라당 전략전술

  • 글: 이동훈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dhlee@hk.co.kr

‘폭로정치’의 진수, ‘유전 게이트’ 두 달째 히트친 한나라당 전략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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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유력인사 제보설은 한나라당의 정보망에도 포착됐다. 이는 유전 게이트가 좀처럼 찾기 힘든 ‘대박거리’임을 한나라당이 확신하는 데 일조했다. 사건 자체가 오보나 불발탄이 아닌 실체가 있는 것이므로 아무리 공격해도 국정 발목잡기라는 역풍을 맞을 염려가 없는 ‘꽃놀이패’라는 대차대조표가 나온 것이다. 이 같은 계산이 서자 한나라당은 “고(GO)!”를 외쳤다. 내부적으로는 파상공세를 퍼부을 ‘실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4월6일 박근혜 대표가 “뭔가 있다”고 얘기한 것도 이런 분위기에서 나온 말이다.

화염을 키우기 위해서는 적절한 불쏘시개가 필요하다. 불길은 언제든 꺼질 수 있는 상황.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MBC가 이슈를 제기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너무 많이, 너무 자세하게 보도하는 바람에 공격거리의 상당부분이 이미 소진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더구나 ‘권력을 빙자한 단순사기극’이란 소염제가 화염 위에 뿌려지고 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적절한 시점마다 ‘번개탄’을 던져 넣을 수 있었다.

한나라당 내에서 유전 게이트에 대해 초반부터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한 이는 임태희 원내수석 부대표다. 그가 들려주는 얘기다.

“처음에 얘기를 듣는 순간 분명히 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공무원을 해봐서 공무원의 생리를 잘 안다. 재무부에서 철도청 공무원들과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책임을 안 지겠다’는 것을 업무처리의 기준으로 삼더라. 결국 육감적으로 철도청에서 이 모든 것을 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철도청 관계자를 만났다.”

임 수석은 철도청 관계자들을 만나고 시중 정보를 더욱 확신하게 됐다. 한나라당 안에서 유전 게이트를 키운 또 다른 주역인 검사 출신 권영세 의원은 MBC 보도 이전까지 유전 게이트에 대해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았다고 했다. 권 의원의 얘기다.



“처음엔 4월 국회 대정부 질문용 아이템의 하나 정도로 생각했다. 우리 사무실에 대한생명과 관련된 모종의 정보가 들어와 있어서 그것을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의 주된 메뉴로 삼고 MBC가 보도한 철도청 유전개발 투자 문제는 약간만 언급할 요량이었다.”

한나라당의 확신은 일요일(4월3일)과 식목일(5일)을 낀 징검다리 연휴를 보내고 나온 6일 더욱 굳어졌다. 얼개는 이미 그려져 있는 사건이었다. 거기에다 정보에 대한 확신도 얻었다.

그러나 사건을 권력형 비리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뭔가가 부족했다. 열쇠는 ‘이광재 의원과의 관련성’을 보여줄 수 있느냐였다. 그가 관련됐음을 입증할 증거를 찾아야 했다. 한나라당은 이것을 찾는 데 당력을 집중했다. 그 임무는 조사단장을 맡은 권영세 의원에게 떨어졌다. 한마디로 벼락치기였다.

“측근이 喪家에 안 나타났대!”

이때만 하더라도 누구도 한나라당 실태조사단에 기대를 걸지 않았다. 권영세 의원은 주위 의원들에게서 “괜히 망신당하지 말고 일찌감치 조사단장직을 내놓으라”는 충고까지 들어야 했다. “증거를 들이대 밝힐 수 있겠느냐”는 게 주위 의원들의 걱정 섞인 반응이었다.

실태조사단에 참여한 의원들도 급하게 뛰어들다 보니 사건 전반에 대한 기본적인 ‘공부’가 돼 있지 않았다. 활동 첫날인 7일 철도공사를 상대로 한 현장 조사에 참여한 건교위 소속 의원들은 신광순 사장 등을 불러놓았지만, 제대로 추궁도 못한 채 이들의 해명만 들어야 했다.

조사단 소속 의원들은 이후 기자실을 찾아 이날 조사내용을 브리핑했지만 신 사장 등의 해명만 고스란히 전했다. 기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기들도 제대로 내용을 모르면서 무슨 실태조사를 하느냐”는 비아냥이 터져나왔다. 그때만 해도 한나라당 실태조사단의 앞날은 뻔해 보였다.

실태조사단에 참여한 의원과 실무진은 이광재 의원과의 관련성을 찾기 위해 떠도는 소문을 모조리 확인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에 “왕영용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이 러시아로 출국해 있는 동안 이광재 의원 측근이 동행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제보자가 모 인사의 상가(喪家)에 갔다가 반드시 와야 할 이 의원 측근이 모습을 보이지 않자 이유를 물었고 “러시아에 갔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는 것이다. 제보를 받은 당 관계자는 무릎을 쳤다.

이후 며칠 동안 확인 작업이 이뤄졌다. 본인과 연락이 닿았지만 부인했다. 결국 출입국 기록까지 뒤졌다. 하지만 이 의원 측근은 국내에 있었음이 확인됐다. 당 관계자는 허탈하게 돌아서야 했다.

의원회관 내 이광재 의원 사무실의 출입기록을 모조리 뒤져보겠다고 호기롭게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국회 사무처는 “출입기록도 개인정보에 해당되기 때문에 해당 의원실 외에는 열람할 수 없다”며 손을 내저었다. 이 의원과의 관련성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믿는 구석이 하나 있었다. 임태희 수석은 “이 의원의 이름이 등장하는 의사록이 있다는 얘기를 철도청 관계자에게서 이미 들었다”고 말했다. 철도청 내에서 유전개발 사업 투자를 결정하는 회의가 열렸고 그 자리에서 이광재 의원의 이름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 자료만 찾으면 되는데….” 임 수석과 권영세 의원은 연일 머리를 맞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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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동훈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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