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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 ‘출처불명 5억’ 해명에 의문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 ‘출처불명 5억’ 해명에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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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매의 수표 중 앞서 언급한 2003년 4월 이후 발행된 수표를 뺀 나머지는 2002년 하반기(9~11월) 발행됐다. 57매의 수표 모두 발행시점이 고령에다 숙환을 앓고 있던 문 의장의 모친과 장모가 이미 작고했거나 사망 직전이다. 상식적으로 모친과 장모가 수도권 도처의 금융기관에서 57매에 이르는 이들 자기앞수표를 자신의 명의로 발행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한 사망한 뒤는 말할 것도 없고 사망을 앞두고 건강이 악화된 시기에 문 의장의 모친과 장모가 이처럼 수도권 각지에서 발행된 수표를 취득할 정도로 활발한 경제활동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긴다.

물론 문 의장이 모친과 장모로부터 받은 돈을 계좌에 넣어뒀다가 수표로 인출했을 수도 있다. 이 경우 57매의 수표가 발행된 8개 은행의 계좌 주인이 모두 문 의장이라야 한다. 또한 이 경우 문 의장은 어머니와 장모 유산을 8개 은행 계좌에 예금했다가 수도권에 산재한 11개 지점에 가서 자기앞수표로 인출했다는 얘기가 되므로 이것도 쉽게 납득하기는 어렵다.

이들 수표가 발행된 계좌의 실제 주인이 문 의장이 맞는지, 아니면 다른 누구인지에 대해선 문 의장 본인이나 계좌추적권이 있는 수사기관만이 밝힐 수 있다. 문 의장은 답변을 해오지 않았다.

단독주택, ‘체어맨’ 승용차 공짜 제공

문 의장은 지난 달에 보내온 해명서에서 3억5000만원의 출처와 관련, “한국청년회의소(JC) 출신 홍모씨와 권모씨로부터 순수한 마음에서 40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문 의장이 언급한 권모씨는 사업가인 JC 경기지부 권 전 회장이다. 권 전 회장은 “2003년 5월 문 의장에게 내가 2000여만원을 줬고, JC 경기지부 회장을 역임한 홍모씨도 비슷한 시기 문 의장에게 2000여만원을 마련해 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 전 회장이 문희상 의장에게 금전적 도움을 준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20일 부산에서 문희상 의장이 자신의 ‘체어맨’ 승용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부상을 당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 차량은 권 전 회장이 문 의장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던 것이다.

2004년 초 문 의장은 대통령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나 17대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대통령 비서실장 관용차가 더 이상 지원되지 않자 권 전 회장으로부터 체어맨 승용차를 받아 이용했다. 이 차는 권 전 회장이 5300만원을 주고 새로 구입한 차량이었다. 자동차 보험료와 세금도 모두 권 전 회장이 냈다. 수개월 뒤 이 승용차의 소유권은 문 의장 아들에게 넘어갔다. 이에 대해 권 전 회장은 “문 의장을 도와주는 뜻으로 차를 쓰게 했다. 이후 문 의장 아들에게 4000만원을 받고 넘겨줬다”고 말했다.

3억5000만원의 출처와 관련, 문 의장에게 2000만원을 준 홍 전 JC 경기지부 회장은 문 의장에게 주택도 공짜로 제공했다. 2005년 재산변동 자료에 따르면 문 의장과 그 가족은 2005년 5월 현재도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동 대지 103평, 연건평 89평인 2층 단독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이 주택은 홍 전 회장의 소유다.

문 의장은 2004년 재산신고에서 이 주택에 대해 ‘1999년부터 사용대차’라고 신고했다. ‘사용대차’란 건물주가 입주자에게 무상으로 건물을 이용하도록 하는 계약이다. 이 주택은 원래 문 의장 가족 소유였으나, 1999년 채무 미변제로 집이 경매로 넘어가 문 의장 측이 집을 비워줘야 할 처지가 되자 홍 전 회장이 경락을 받은 뒤 문 의장 가족이 이사를 가지 않고 계속 살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문 의장은 이 집에 대해 경매처분 등 권리 관계를 재산신고하지 않다가 17대 국회 들어 사용대차로 신고했다.

홍 전 회장은 돼지를 대규모로 사육하는 축산사업가로, 현재 국비와 시비가 지원되는 모 문화원 원장을 맡고 있다. 2000년 11월 홍 전 회장 소유의 경기도 용인시 구성읍 소재 토지 1만9461㎡가 공기업인 한국토지공사의 택지개발지구에 편입되면서 홍 전 회장은 55억원의 보상을 받았다.

한국토지공사 측에 따르면 이 택지개발지구에 인접한 그의 다른 토지도 부동산 가치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한다. 홍 전 회장은 보상가 문제를 놓고 한국토지공사와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으며 현재 대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문희상 의장은 2000만원과 고급승용차를 제공한 권 전 회장의 아들에게 공직 채용을 알선해줬다. 문 의장은 1998년 2월 김대중 정부 출범 초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에 임용되어 청와대로 들어가면서 권 전 회장의 아들(무직)을 청와대 5급 공무원으로 채용했다. 권 전 회장은 “아들은 당시 27세로, 모 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 어학연수 중이었는데 문희상 수석이 ‘청와대에 취직시켜주겠다’고 해 아들을 귀국시켜 청와대에 근무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후 권 전 회장의 아들은 국가정보원에서도 근무했다. 2003년 3월 노무현 정부 출범 초 대통령 비서실장이 된 문 의장은 권 전 회장의 아들(당시 32세)을 청와대 4급 공무원으로 승진시켰다. 문 의장이 열린우리당 당 의장이 되자 권 전 회장의 아들은 청와대에서 나와 문 의장 보좌관(4급)으로 국회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 공무원은 “청와대 5급이나 4급 공직은 상당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채용되는 자리다. 요즘엔 행정고시에 합격해도 4급이 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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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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