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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농민단체 대표해 쌀 협상 참여한 김충실 경북대 교수

“‘자해공갈단’소리 들어가며 협상했다, 그런데 ‘이면협상’ 이라니…”

  • 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사진: 성기영 기자

농민단체 대표해 쌀 협상 참여한 김충실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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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단체에서는 쌀 협상 과정에서 중국이 과일 검역 완화 등의 요구조건을 내놓으리라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주장합니다. 의심이 들어서라도 정부 협상팀에 이 문제를 확인해보지는 않았습니까?

“여태까지와 다른 내용이 들어 있는지는 물어봤죠.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런 내용을 허용하지 않았을 거예요. 만약 허용했더라면 국회에서 국정조사에 준하는 수준의 추궁을 당할 것이 뻔한데….”

-그러한 정부의 방침은 협상 막바지까지 그대로 이어졌습니까, 아니면 변화 조짐이 있었습니까.

“협상이 끝날 때까지 그대로 진행됐습니다. 12월8일 워싱턴에서 열린 마지막 협상까지만 해도 그런 문제를 협상 내용에 포함한다는 이야기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12월8일 이후에는 사실상 주요 국가들과 모든 협상을 끝내고 최종 사인만 남겨뒀던 것 아닙니까.



“중요한 것은 다 끝났고 부가적인 부분들에 대해 문구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만 남아 있었죠. 하지만 원래 쌀과 다른 품목은 분리한다고 했으니까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내 사고 영역의 바깥에 있었다는 말이에요.”

김 교수가 언급한 12월8일은 허상만 당시 농림부 장관이 직접 워싱턴을 방문해 한미간 쌀 협상에 대해 마지막 담판을 지은 날이다. 김 교수는 이때까지 공식적으로 협상단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그렇다면 12월8일 이후에 정부 협상팀내에서 부가적 합의사항에 대해 변화 기류가 있었다면 김 교수로서도 알 수 없는 일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마지막 협상을 한 12월8일부터 정부가 쌀 협상 최종 결과를 발표한 12월30일 사이에 ‘부가적 사항’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바뀌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요.

“나는 그렇게 판단합니다. 고심하지 않았겠어요?”

“마지막 협상까지도 거론 안 됐다”

-그렇다면 중국산 과일의 검역 완화 문제도 그 뒤에 불거졌다는 이야기입니까?

“큰 덩어리는 모두 다뤄졌으니까 글자 그대로 절차 및 부가적 사항만 남았던 거예요. 협상하는 사람으로서도 상대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중국측도) 돌아가서 주장할 것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요구만 다 들어줬다는 얘기가 나올까 부담스러웠던 거죠.”

-여하튼 12월30일 정부 발표에는 ‘부가적 합의사항’과 관련한 부분이 들어 있습니다. 발표 내용을 보고 문제를 느끼지 않았습니까?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내가 협상의 흐름을 살펴왔기 때문에 나중에 차분히 읽어보고 나서는 막판에 기술적이고 절차적인 부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 부분이 들어가게 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당시 언론에서도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지 않습니까. ‘부가적 합의사항’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볼 만한 상황은 아니었어요. 정부도 이렇게까지 민감한 반응이 나타나리라고는 당시엔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정부가 12월30일 협상 결과 발표에서 ‘부가적 합의사항’을 흘리듯이 슬쩍 언급하고 4개월이 지나서 이를 발표한 것은 ‘꼼수’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협상대표들은 신상에 대해서 지나칠 정도로 걱정하면서 협상에 임했어요. 이런 얘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협상대표라기보다 국제협상 무대의 자해공갈단’이라는 얘기를 주고받기도 했어요. 나는 자해공갈단을 사주하는 ‘배후세력’이고…. 우리가 얼마나 진지하게 협상에 임했는지를 표현해주는 말 중에 이것만큼 적당한 단어는 없을 겁니다. 어떻게 보면 서글픈 현실이죠. 그만큼 협상에 임하는 사람들 처지에서는 ‘내줄 것이 없는’ 협상이었다는 말입니다. 번번이 똑같은 소리를 하면서도 협상은 계속 하자고 하니 오히려 상대방으로부터 동정을 받을 정도였어요.”

중국이 선뜻 물러섰을까?

-결국 지난해 12월30일 이전의 쌀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중국측에 사과와 배의 검역 완화 등을 보장해줬느냐 여부가 핵심 쟁점인 것 같습니다. 중국측은 우리와의 쌀 협상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검역 완화 등에 대한 보장도 받지 못하고 협상을 그대로 종결지었다는 이야기인데, 도무지 설득력 있게 들리지를 않습니다.

“그 부분은 뭐라고 추론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중국측에 ‘당신들도 관세화하는 것보다 관세화를 미루고 물량을 보장받는 것이 안정적 시장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꾸준히 설득했습니다. 국내에 ‘역정보’를 흘리는 방법을 동원하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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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사진: 성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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