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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증언

‘꾼’들이 털어놓은 재건축 비리사슬

“조합장에게 로열층 아파트 한 채는 기본, 구청 공무원 까지 끼워 넣으면 금상첨화”

  • 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꾼’들이 털어놓은 재건축 비리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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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이 조합은 구청 소유의 땅을 공시지가보다 훨씬 비싸게 사주는 조건으로 사업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구청은 버려진 땅을 비싸게 팔아 막대한 이득을 챙겼고, 이 땅을 매입하는 데 들어간 돈은 고스란히 조합원 부담으로 돌아갔다.

조합과 구청, 조합과 시공사 사이를 오가며 ‘코디네이터’ 노릇을 하는 곳은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른바 컨설팅업체들이다. 정부는 무분별한 재건축을 막기 위해 2002년 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을 제정해 기존의 주택건설촉진법을 대체함으로써 재건축 규정을 대폭 강화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시공사들이 재건축 사업의 전면에 나서지 못하게 되자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 것이 컨설팅업체다.

도정법에 따라 ‘정비사업자’라고 부르는 컨설팅업체들은 재건축 사업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해 조합장이나 조합 간부들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들 사업 전반을 대행하는 역할을 떠맡는다.

그중에서도 이들이 주로 담당하는 분야는 구청을 상대로 로비를 벌여 각 사업단계별 승인 및 허가를 받아내는 일. 이들 컨설팅업체를 ‘행정용역’업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컨설팅업체의 능력을 재는 척도 또한 구청과 얼마나 밀착해 있냐는 것으로 판가름나게 마련이다. 서울 D지구 조합 간부 E씨의 증언.

“컨설팅업체 주요 임원 중 A사는 S구청 출신, B사는 K구청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는 게 이 바닥의 정설입니다. 구청 공무원 출신이면 아무래도 구청을 상대로 인허가권을 따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더욱 심각한 문제는 컨설팅업체를 매개로 구청과 조합이 유착해 각종 특혜를 주고받으며 금품을 챙기는 관행이 이어지다 보니 아예 일부 구청 공무원들이 퇴직 후를 의식해 ‘경력 세탁’에 나선다는 점이다.

“일부 구청에서는 공무원 생활 그만두고 나가서 이런 컨설팅업체를 차리는 데 도움이 되도록 주택과와 지적과 등을 돌면서 순환근무를 시키기도 하는 것으로 압니다. 구청 근무를 마치고 서울시 주택국이나 도시계획국 등을 경유하고 나오면 더 바랄 게 없죠.”

2개 이상의 조합이 난립해 서로 주도권 경쟁을 벌일 때에도 표면적으로는 두 조합간 싸움으로 비치지만 실제로 내용을 들여다보면 컨설팅업체, 그리고 그 배후에 숨은 시공사가 사활을 건 수주전을 벌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합원 총회는 허수아비

“이런 컨설팅업체 임원이라는 사람들, 말주변이 보통이 아닙니다. 누구라도 넘어가게 돼 있어요. 이들의 설명을 가만히 들어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어요. 처음에는 낡고 오래된 집에 살아온 서러움을 잔뜩 늘어놓다가 재건축 이후 들어설 주거단지에 대해 환상적인 청사진을 펼쳐놓습니다. 구청측과 협상단계에도 들어가지 못한 상황에서 이미 용적률이 결정된 것처럼 주민에게 선전해대는 데도 조합원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그러고 나서 늘 결론은 경쟁을 벌이는 상대방 조합에 제출한 조합 설립 동의서를 철회해달라는 거죠.”

조합 단위로 추진되는 재건축 사업은 조합 설립 인가, 시공사 선정, 관리처분 등 단계마다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조합원 총회에서 사업 추진 방식을 놓고 이견이 발생해 의견 충돌이 빚어지면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조합 집행부는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일을 막기 위해 조합원 총회 준비부터 의결에 이르는 전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행사 전반을 주관하는 것도 컨설팅업체의 주요 임무다.

E씨는 “조합원 총회를 ‘일사천리식’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서울 시내 재건축 조합원 총회를 찾아다니며 사회만 봐주는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재건축 현장에 전문 ‘사회꾼’까지 등장한 것이다.

설령 치열한 세(勢) 대결과 지분 확보싸움 끝에 어느 한쪽이 승리하더라도 그 때부터 사용 경비 등을 둘러싸고 또 한바탕 논란이 벌어진다. 일반 조합원들은 조합간 다툼이 벌어져 사업 진행이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조합이 하나로 통합되기를 바라지만, 일단 조합이 세력다툼을 시작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

조합 설립 이전 단계인 조합 설립추진위원회 승인조차 받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활동한 기간에 써버린 경비 문제가 걸림돌이 되는 사례도 많다. 세력다툼에서 밀려난 조합 추진위원회가 조합 통합 과정에서 기존 사용 경비를 떠안아줄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통합 협상조차 쉽지 않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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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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