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 상승기에는 성장형 펀드에, 증시 침체기에는 배당주 펀드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이에 견주어 이번 ‘펀드 200조원’ 시대는 선동이나 무분별한 구호 없이 차분하게 열리고 있을 뿐 아니라 투자를 전제로 한 적립식 펀드의 꾸준한 인기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펀드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은 과거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펀드 투자를 마치 주식시장에서 종목 맞추기 게임과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어떤 펀드를 골라야 하는가’에만 투자의 초점을 맞추고, 돈을 벌어줄 만한 펀드를 찾아내는 데에만 관심을 집중한다는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주식 투자와 마찬가지로 펀드 투자에서도 ‘족집게’만을 원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펀드 투자는 본질적으로 ‘종목 선택 게임’이 아니라 ‘분산투자 게임’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그 펀드가 사들인 여러 종류의 주식을 산다는 의미다. 즉 펀드 투자 자체가 일종의 분산투자인 셈이다. 단지 어떤 방식으로 분산투자에 나서느냐에 따라 펀드의 스타일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서 받은 돈의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주식 편입 비중 70% 이상)라면 ‘성장형 펀드’가 되고, 배당 수익률이 높은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입한다면 ‘배당주 펀드’가 된다. 펀드 투자의 장점은 이처럼 직접 투자와 달리 적은 금액으로도 포트폴리오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펀드에 투자할 때는 그 펀드의 스타일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분산투자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펀드보다 운용 방식이 서로 다른 여러 종류의 펀드에 나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최근 적립식 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이렇게 여러 개의 펀드에 나누어 투자하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투자 관행을 보면 운용 회사만 다를 뿐 비슷한 스타일의 펀드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A운용사의 성장형 펀드에 50만원을 투자하면서 B운용사의 성장형 펀드에도 50만원을 투자하는 식이다. 성장형 펀드의 수익률을 평가하는 벤치마크지수는 종합주가지수의 상승률이기 때문에 지수 영향력이 큰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주로 투자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성장형 펀드는 증시가 활황일 때는 수익률이 좋지만 증시 상황이 나빠지면 수익률도 함께 하락한다. 투자자 자신은 두 개의 펀드에 나눠 분산투자 효과를 극대화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 개의 펀드에 투자한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반대로 최근 주식형 펀드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배당주 펀드에만 투자하는 이도 많다. 최근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상위 랭킹은 배당주 펀드인 ‘세이에셋 고배당 주식’ ‘신영투신 비과세 고배당 주식’ ‘미래에셋 3억만들기 배당 주식’ 등이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현재 수익률만 놓고 보면 배당주 펀드의 약진이 다른 스타일의 펀드보다 눈에 띄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도 이들 펀드가 지속적으로 현재의 랭킹을 유지할지에 대해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배당주 펀드의 벤치마크 수익률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이 아닌 은행 정기예금 금리에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다시 말해 배당주 펀드는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이지만, ‘은행 정기예금+α’를 추구하는 보수 성향의 펀드인 것이다.
투자 스타일이라는 면에서 보면 배당주 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펀드에 비해 지수 변동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점이다. 또 배당금이라는 안전장치 때문에 주가 하락기에도 다른 유형의 펀드에 비해 하방 경직성이 두드러진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