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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제언

한국 표준시 30분 늦추면 ‘대충대충’ 풍토 사라진다

동경 127도30분 채택은 ‘시간의 광복’!

  • 김기덕 건국대 연구교수·한국사 kkduk1551@hanmail.net

한국 표준시 30분 늦추면 ‘대충대충’ 풍토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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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의에 참석한 한 인사는 미 극동군사령부(주일미군)가 주일미군과 주한미군, 한국군과의 연합작전을 위해 통일된 시간이 필요하다며 표준시 변경을 요청해 단 몇 분 만에 통과시켰다고 증언했다.”

결국 국민의 대표기관이 아닌, 군사쿠데타로 성립된 ‘국가재건최고회의’는 미군의 요청이 있자 쿠데타 승인을 받기 위하여 1954년 표준시 변경 이후 불과 7년 만에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한 표준시로 변경한 것이다. 이후 일광절약 시간제(서머타임) 도입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1986년 ‘표준시에 관한 법률’로 한 차례 변경했을 뿐, 현재까지 우리는 1961년에 개정된 동경 135도 기준의 표준시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북한도 동경 135도 기준의 표준시를 사용하고 있다.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북한의 경우 표준시와 관련된 특별한 논쟁은 없었다. 우리처럼 변경과정 없이, 지속적으로 동경 135도 기준의 표준시를 사용해온 것으로 추측된다.

한국에선 그동안 표준시 변경을 둘러싼 크고 작은 논쟁이 있었다. 그 결과 1993년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기 시작했다. ‘민족주체성 확보를 위해 우리나라의 기준자오선은 127도30분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자, 1993년 5월 정부 행정쇄신위원회 검토대상 과제로 상정됐다. 그러나 검토 결과 동경 135도 기준의 표준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제15대 국회에서는 표준시 변경에 관한 청원이 접수(1997년 7월10일)됐으나, 회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당시 발의자는 조순형 의원이었으며, 이론적 근거는 정덕화(전 서울고·경복고 수학교사)씨가 마련했다. 정씨는 교사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표준시 변경을 강조한 인물이다.



표준시 변경과 관련해 최근의 사례는 2000년 8월12일 표준시에 관한 법률 중 개정법률안 발의(발의자 조순형·송훈석 의원)다. 그 내용은 표준자오선을 동경 127도30분으로 개정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제안에 대해 정부 각 부처에서 의견을 제시했는데, 요약하면 이렇다.

표준시를 변경하면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에 맞는 ‘우리 시간’을 되찾음으로써, 현재의 표준자오선이 일제의 잔재 혹은 사대주의적 발상에 근거를 둔 것이라는 일부의 인식을 불식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점도 있다. 우선 대부분 국가의 표준시와 30분 단위 차이가 남으로써 시차 환산이 복잡해진다. 또 한반도에 두 개의 표준시가 존재하게 되므로 북한과 보조를 맞추든가 아니면 통일 후 변경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그리고 1954년 변경 당시에도 유엔군사령부가 군사작전의 불편함을 들어 강력하게 반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도 이러한 국가안보 차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15분, 30분 시간차 자오선도 사용

세계시차표도 수정돼야 한다. 세계 여러 나라에 홍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특히 세계시차표는 1시간 단위로 표시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30분 단위의 시차를 가진 극소수(10여 개국) 나라는 표기가 생략될 우려가 있어 국제교류에 상당한 불편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기상, 금융정보 등 시간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수정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기상청의 의견처럼 과거 기상자료의 활용을 위해 변경된 시간에 맞춰 자료를 수정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정보화시대에 접어들면서 모든 데이터가 컴퓨터로 처리되고 있어 각종 컴퓨터 시스템의 시간 입력 자료를 변경해야 할 경우에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상당한 불편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 일광절약시간제 추진 의도에도 역행한다. 특히 하절기엔 현재보다 더 늦은 시간에 활동이 시작되므로 에너지 절약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

2000년 발의된 표준시에 관한 개정법률안은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표준시 변경을 반대하는 이유는 비용과 혼란이 야기되고, 30분 표준시는 정수배 표준시를 적용하는 국제관례에 역행한다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자.

표준시 변경에 비용과 혼란이 따른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국제적으로 세계시차표를 조정하는 문제, 기상과 금융정보 등 시간과 관련된 각종 정보의 수정 문제에 다소의 혼란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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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건국대 연구교수·한국사 kkduk15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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