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월드 이슈

아라파트 퇴장 6개월, 중동평화는 오는가

美-이스라엘 강경 코드에 ‘春來不似春’

  •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아라파트 퇴장 6개월, 중동평화는 오는가

2/5
바로 이런 일들이 압바스 정권이 지닌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압바스의 정치행보를 가리켜 ‘아슬아슬한 줄타기’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압바스는 하마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강경파에게는 “무기를 내려놓고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에 나서자”는 주장을 펴고, 하마스 요원들을 잡아들이라고 요구하는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자극하는 과잉 군사행동을 삼가고, 팔레스타인에 저항투쟁 명분을 주는 정착촌 확대행위를 그만두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어느 쪽도 압바스의 요구에 진지하게 귀기울이지 않을뿐더러 압바스에겐 이를 강제할 만한 힘이 없다.

지지부진한 중동평화 일정표

현재 중동에는 막연한 희망 속의 불안한 평화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2월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만난 뒤 휴전이 선포되는 등 봄기운이 감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샤론 총리는 “올여름에 가자지구에서 유대인 정착촌을 철수하겠다”고 약속했고, 하마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휴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걸핏하면 유혈충돌이 벌어져 희생자가 줄을 잇는 상황이다.

흔히 말하는 중동평화를 위한 일정표(road map)도 2단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알려진 것처럼 그 일정표는 지난 2003년 당시 3개월 동안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맡았던 압바스가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부시 미 대통령의 중재 아래 합의했던 것이다.

이에 따르면 제1단계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은 서로 국가로서 공존할 권리를 인정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팔레스타인은 폭력행위를 그만두는 동시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역의 유대인 정착촌을 동결한다. 제2단계에서는 중동평화 로드맵 구상에 참여한 4자(미국·러시아·유엔·유럽연합) 합의 아래 주권과 영토를 지닌 팔레스타인 독립국 창설 과정으로 들어가며 이를 위해 지방선거를 치른다고 되어 있다.



3단계(2004~2005)에서는 그동안 미뤄온 쟁점 사안인 양측의 국경문제와 예루살렘 분쟁,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 이스라엘 정착촌 문제를 다룰 국제회의를 여는 것으로 되어 있다. 아울러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국들이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그러나 제2단계 계획을 2003년 말까지 마치도록 했음에도 유혈사태에 따른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는 바람에 아직까지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동예루살렘 영유권 문제, 난민귀환 문제 등 워낙 민감한 사안이 많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양쪽의 입장 조율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압바스 정권 출범 뒤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물러나고 팔레스타인 쪽에 치안권을 넘기는 작업도 걸핏하면 벌어지는 총격전과 유혈사태로 인해 늦춰진 상태다. 지난 2월 샤론-압바스 회담 뒤 양쪽이 휴전에 합의하면서 샤론 총리는 서안지구의 5개 주요 도시(라말라·베들레헴·칼킬야·예리코·툴카름)의 치안권을 팔레스타인 보안병력에 넘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껏 예리코와 툴카름 두 곳에서만 이스라엘군이 철수했을 뿐이다. 샤울 모파즈 국방장관을 비롯한 이스라엘측 인사들은 “팔레스타인이 무장세력에게서 무기를 압수하기로 해놓고선 이행하지 않아 치안권을 넘길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팔레스타인 쪽에서는 “샤론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이스라엘 감옥에 장기간 갇혀 있는 팔레스타인 죄수들의 석방 여부도 심각한 문제다. 현재 이스라엘 감옥에는 8000명가량의 팔레스타인 죄수가 갇혀 있다. 그들 가운데는 15~20년의 징역형을 받은 정치범이 많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각료 가운데는 ‘죄수업무장관(Minister for Prisoner Affairs)’이란 직함을 지닌 장관이 있다. 지난 2003년부터 죄수업무부를 이끌어온 수프얀 아부 자이데 장관은 영국 공영방송인 BBC와 한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정치범들이 이스라엘 감옥에 15~20년씩 갇혀 있는 상황을 타개하지 않는다면 중동 평화협상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아라파트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 상황에서 미국이 세운 중동정책의 뼈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국가가 중동에 공존하는 형태다. 지난해 11월 아라파트 사망 직후 부시 미 대통령은 ‘2009년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안을 새로운 중동평화 이정표로 내건 바 있다.

이보다 앞서 2003년 초여름 부시-샤론-압바스가 요르단의 휴양지에서 만나 내놓은 청사진은 ‘2005년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선포’였다. 그러나 2개월 뒤 압바스가 물러나고 팔레스타인인들에 의한 반(反)이스라엘 무장봉기인 인티파다가 이어지면서 ‘2005년 독립안’은 물 건너간 상태다.

2/5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목록 닫기

아라파트 퇴장 6개월, 중동평화는 오는가

댓글 창 닫기

2022/07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