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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분석

자살테러의 메커니즘

시간·장소 가리지 않는 비용대비 효과 극대화로 ‘인간 스마트탄’, ‘남는 장사’

  • 글: 최진태 한국테러리즘연구소장 jtchoi21@paran.com

자살테러의 메커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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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폭탄 테러의 주된 공격대상은 미군이지만 이라크전에 참전한 연합군에 대한 자살테러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한 예로 지난해 10월25일 주(駐)이라크 호주대사관의 외교관 보호임무를 수행하던 호주군 장갑차 3대가, 그린 존 외곽에 있는 호주대사관에서 350m 떨어진 지역에서 순찰 임무를 수행하던 중 차량 자살폭탄 테러를 당해 3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라크 사태의 장기화로 이슬람권의 반미·반서방 감정이 고조되면서 이슬람권 국가에서 동조 테러 위협이 확산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자살테러 발생지역도 이라크뿐 아니라 인근 중동지역, 심지어 동남아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9월9일 주인도네시아 호주대사관 정문 앞에서 발생한 차량 자살폭탄 테러로 200여 명이 부상당한 사건이 그 예다.

학문적으로 정의하자면 자살테러란 특정 인물이나 시설을 공격하기 위해 작전에 동원되는 사람의 목숨을 의도적으로 희생시키면서 대량 살상을 꾀하는 테러의 한 유형이다. 이러한 자살테러는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산된 테러조직의 전술이라는 점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현대적인 의미의 자살테러는 1983년 10월 레바논에서 최초로 발생했다. 헤즈볼라가 수도 베이루트에 있는 미군 해병대 사령부에 대해 자살폭탄 공격을 가해 241명의 군인이 사망한 사건이다. 1만2000파운드의 폭약을 실은 노란색 벤츠 트럭이 이른 아침 정문을 통과해 사령부 건물 정면으로 돌진해 폭발했다.

이 사건은 레바논에 주둔하고 있던 미국·영국·프랑스·이탈리아의 평화유지군이 철수하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헤즈볼라의 자살테러는 점령군 철수라는 목적을 달성한 성공적인 작전으로 인식됐고, 테러조직의 전술적 선택으로 정착됐다고 할 수 있다. 이 사건 이후 자살테러는 일종의 현상이라 할 만큼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1986년에는 헤즈볼라에 의해 선발된 젊은 레바논 여성이 차를 몰고 이스라엘 사람들이 탑승한 트럭에 충돌한 후 자폭해 충격을 던졌고, 1993년 9월13일 오슬로평화협정 체결 이후 1994년부터는 하마스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의 자살테러가 잇달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자살테러의 파도가 휘몰아쳤다. 극단적인 자살테러의 전형이 된 9·11 테러는 그 의외성으로 인해 미국인은 물론 전세계인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 제1단계 : 공격목표의 선정 ]

통상적으로 자살테러는 공격목표 선정, 자살테러범 선정 및 훈련, 테러 수법 결정, 자살테러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 등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거친 뒤 실행에 옮겨진다. 계획부터 실행까지 오랜 준비기간이 소요되어 9·11 테러의 경우는 무려 4년여가 걸렸다. 준비는 대개 자살테러 여부 결정, 공격목표 물색, 작전구상 및 준비, 자살테러범 선발 및 훈련, 테러범 배치, 실행의 단계로 진행된다.

자살테러의 최초 결정단계는 테러조직의 지도부가 자살테러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는 단계다. 보통 최고위급 간부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철저한 토론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 자리에서는 국제정세나 자신들이 처한 상황 등을 고려해 자살테러의 목적과 필요성, 공격목표 선정, 테러수법, 테러범 선발기준, 테러범에 대한 사후보상 문제 등 테러 전반에 대한 거시적인 틀을 결정한다.

지도부의 단행 결정이 내려지면 목표선정에 들어간다. 지도부가 특정 국가, 특정 도시에 있는 시설 같은 큰 틀을 결정하면 중간 간부들이 구체적인 목표물을 설정하는 식이다. 목표물이 결정되면 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직접 현장을 답사하는 등 준비과정이 이어진다.

과거에는 테러의 공격대상이 상징성이 높은 군사시설, 외교시설 등 강성 표적(hard target)이었지만, 자살테러의 공격목표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쇼핑센터, 백화점, 재래시장, 대중교통수단 등을 포함하는 연성 표적(soft target)이 주를 이룬다. 1994년부터 2004년 9월까지 대중시설에 대한 공격은 총 87건으로 전체의 34%를 차지한다.

테러조직이 이처럼 대중시설을 표적으로 삼는 이유는 테러의 피해가 크고 그만큼 공포 분위기가 확산되기 쉽다는 점도 있지만, 실제로는 이들 시설의 경우 보안대책이 전무해 침투가 용이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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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진태 한국테러리즘연구소장 jtchoi21@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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