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쓰러져 결국 ‘4중 심장 우회로’ 수술을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심한 동맥경화증으로 말미암아 막히다시피 한 심장혈관들을 대신하기 위해 무려 네 군데에 혈관을 이식했다는 의미다. 당시 미국 ABC 뉴스에 따르면, 클린턴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약물을 복용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해 체중이 줄어들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내려가자 안심한 나머지 약물 복용을 중단했는데 그것이 그만 증상을 악화시켰다고 한다.
클린턴을 생명이 위험할 정도의 심각한 상태로 내몰았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수십년간 그의 몸에 도사린 고지혈증이 심장병을 일으킨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었음은 자명하다. 제대로 조절하지 않으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 심각한 상황을 불러들이는 대부분의 성인병과 같이 고지혈증 또한 달리 눈에 띄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결국 동맥경화증으로 혈관이 좁아지고 막히는 합병증이 발생한 후에야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고지혈증을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는 단순한 ‘이상’쯤으로 여겼다가는 클린턴처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개인사업을 하는 유모(53)씨는 건강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해병대를 제대하고 토목 현장에서 근무하던 30대까지만 해도 그의 근육질 몸매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40대에 들어 시작한 사업도 그의 성실함에 힘입어 순탄하게 운영됐다. 그런데 차츰 고객과의 상담, 서류검토 등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실에서 일해야 했기 때문에 운동량이 많이 줄었고 담배도 피기 시작했다.
상담이 끝난 후 저녁에는 삼겹살에 소주 한잔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모처럼의 주말엔 TV를 보면서 청량음료, 과자, 빵, 사탕 등을 먹는 버릇이 생겼다. 그의 몸무게와 뱃살은 계속 불어나서 85kg이 넘는 거구에 허리 사이즈는 35인치가 넘게 됐다. 어느 새 그에게 붙은 별명은 ‘술통 사장님.’
급기야 올봄의 등반대회에서는 산자락을 오르다 숨이 너무 차 그냥 내려와야 했고, 다음날은 그의 기억 속에 생애 최악의 날이 되었다. 회사 직원의 걱정 섞인 전화를 받은 부인의 손에 이끌려 병원에 간 그는 난생 처음으로 자신의 몸에 병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을 알게 되었다. 고혈압에다 심각한 고지혈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症’이라고 무시했다간 큰코다친다
젊음이 떠나가는 남자 40대, 여자 50대부터 고지혈증과 같은 성인병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아무리 부모에게서 건강한 체질을 물려받았다 하더라도 365일 잘못된 몸 관리로 일관하면 탈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유씨의 경우처럼 중년의 나이에 고지혈증과 함께 흡연, 고혈압, 비만 등 심장병을 일으키는 위험요소를 여럿 가지게 되면 최소한 5명 중 1명꼴로 환갑이 되기 전에 심장병이 돌발하여 응급실에 실려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고지혈증을 직접 유발하거나 고지혈증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요소들은 크게 조절 가능군과 조절 불가능군으로 나뉜다. 조절 가능군은 주로 생활습관에서 발생하는 요인들이다. 비만, 흡연, 음주, 당뇨, 고혈압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중 당뇨와 고혈압은 고지혈증을 일으키기도 하고 고지혈증 때문에 일어나기도 하는 강한 상호연관성을 갖는다. 조절 불가능군으론 나이, 유전적 요인이 있다. 이것은 개인의 의지로 어떻게 하기 어려운 요인들이다.
●비만 : 비만은 고지혈증 발생에 매우 중요한 배경이다. 체지방량이 일정 수치를 넘어서면 내장 지방이 인슐린 호르몬의 기능을 떨어뜨려 당뇨병, 고혈압, 심장 질환 등 각종 합병증을 유발한다.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부가 제시한 아시아인의 비만 기준에 의하면 자신의 몸무게(kg)를 키(m)로 두 번 나누었을 때의 수치를 체질량지수(BMI, kg/㎡)라고 표현하여 비만을 판정한다. 가령 67.5kg, 150cm이면 BMI 수치는 3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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