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종의 형성과정을 보면 고혈압 혹은 흡연과 같은 위험인자들이 동맥혈관 벽을 손상하고 이는 혈액 내에 존재하는 LDL(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이 동맥벽 안으로 들어가게 한다. LDL 콜레스테롤이 들어가면 동맥에 콜레스테롤이 축적되기 시작(이것이 바로 죽종이다)하고 내경은 점차 좁아진다.
동맥경화증은 한마디로 생활습관 때문에 생기는 질병이다. 정상으로 생각되는 성인을 대상으로 동맥경화증에 대한 정밀검사를 하면 50% 이상에서 이상이 발견될 정도로 증상이 거의 없어 방치하기가 쉽다. 또한 자신이 위험인자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 대다수가 이를 교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식이상태, 규칙적인 운동, 금연, 체중 조절, 스트레스 해소 등이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혈관 질환으로 나타나기 전 동맥경화증 혹은 위험인자를 조기에 발견하여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맥경화증은 10대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20세 이상의 성인은 심혈관 질환에 대한 가족력, 음주습관, 흡연, 체중, 식사 습관, 혈압, 맥박, 혈당, 혈중지질에 대한 평가를 하여 위험인자가 있으면 정밀검사를 받아 주기적(위험인자가 있으면 2년마다, 없으면 5년마다)으로 재평가를 해야 한다. 조기에 동맥경화증의 위험을 줄이려 노력할 때 심혈관 질환뿐 아니라 암 발생도 줄일 수 있고 중·노년기의 건강도 보장받을 수 있다.
심근경색·뇌졸중까지 초래
동맥혈관 내에 생성된 죽종은 여러 경로로 합병증을 유발한다. 죽종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혈관의 지름은 더 좁아지고 이는 곧 혈액의 흐름을 점차 방해한다. 죽종으로 내경이 좁아지는 것은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데, 하나는 동맥벽에 지질의 침착이 증가해 죽종이 커지는 경우이며, 다른 하나는 죽종의 손상 혹은 파열로 인해 혈전이 쌓였다가 다시 죽종이 안정되는 과정을 통해 동맥 내경이 좁아지는 경우다.
신체의 많은 부분은 동맥이 좁아지면 다른 경로를 만들어 혈액 공급 감소를 보상할 수 있지만 심장, 뇌, 다리는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이런 장기로 가는 동맥에 문제가 생기면 시간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이 되기 때문에 치명적이다. 또한 공교롭게도 동맥경화증이 발생하기 쉬운 동맥이 심장, 뇌, 다리 등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라는 데 이 질병의 심각성이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죽종이 계속 자라서 혈관을 완전히 막는 경우다. 죽종은 때로는 파열되기도 하는데 이때 죽종 안의 지방 침착물이 혈액에 노출되어 혈액이 엉긴 덩어리(혈전)를 형성하고 그 결과 이 엉긴 덩어리가 혈관의 일부 혹은 전부를 막는 것이다.
또는 이 엉긴 덩어리의 일부가 떨어져 나와 동맥의 다른 좁아진 곳에서 혈류를 막을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심근경색(심장마비) 또는 뇌혈관 질환(뇌졸중) 등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평소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협착이 있어 아무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죽종의 파열로 인한 혈전으로 혈관이 완전히 막히기 때문이다. 급성 심근경색증의 반수 이상이 평소 증상이 전혀 없다가 발병하는데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고지혈증과 고혈압
동맥경화증 못지않게 위험한 것이 고혈압이다. 최근에는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고혈압 가운데 한 가지 질환만 있어도 나머지 둘이 함께 나타나므로 셋이 뿌리가 같은 질환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그만큼 세 질병 사이의 연관관계와 상호 유발성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고혈압의 치료는 별개로 철저히 해야 하는데 최근 조절하고자 하는 목표 혈압이 예전보다 상당히 낮아지고 있다. 고혈압 환자는 정상혈압인 사람보다 동맥경화증이 생길 위험이 세 배, 뇌중풍 발생 위험은 네 배 높다. 혈압이 140/90mmHg를 넘는 사람이 2~3개월 운동과 식사조절을 해도 140~90 mmHg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심장병·고혈압 전문의 스티븐 터너 박사는 ‘내과회보’ 2004년 6월28일자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혈압이 높은 사람 상당수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터너 박사는 혈압이 높은 백인 1070명과 흑인 1286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백인은 남성의 78.4%, 여성의 64.7%, 흑인은 남성의 56.7%, 여성의 49.5%가 각각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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