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학조미료에 ‘전’ 음식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식당(일부 고급식당도 포함된다)에서 파는 대다수 음식도 정크 푸드, 즉 쓰레기 음식으로 분류할 수밖에 없다. 글루탐산나트륨이 주성분인 화학조미료가 많이 들어 있어 이른바 ‘중국음식증후군’이라고 하는 화학조미료 쇼크를 일으킬 수 있는 음식들인 데다가, 음식 재료에 대한 유통 관리에도 미심쩍은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홍콩, 싱가포르, 미국, 호주에서는 세 살 미만의 유아가 먹는 음식에 화학조미료를 첨가하지 못하게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 시기에 화학조미료를 먹으면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는 특이체질이 되어 평생 고통스럽게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라면 한 봉지에 든 화학조미료는 유엔 기준으로 아이의 하루 최대섭취량을 훌쩍 넘어선다. 여기에 스낵 같은 것을 조금 더 먹으면, 아이는 이미 음식만으로도 ‘쇼크’를 일으킬 만한 조건이 아이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휴대전화를 고를 때는 무척이나 까다롭지만 음식 앞에선 대단히 관대하다. 사과를 칼로 깎아 먹어야 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사실 사과를 깎아 먹는 것은 한국 사람뿐이다. 물론 우리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제상(祭床)에 사과나 배를 올릴 때에도 꼭지 부분만 잘랐다.
하지만 1960년대 중화학공업 입국(立國)을 외치면서 맨 처음 투자한 것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요소비료와 살충제 산업이다. 이렇게 농약이 투입된 이후 우리는 과일을 깎아 먹여야 했다. 선진국에선 사과나 포도 같은 과일을 경작하면서 농약을 쓰지 않은 지 20년이 넘었지만 우리는 ‘당연하게’ 사과를 깎아 먹으며 농약을 피하려 조심한다. 하지만 음식 오염은 아무리 조심해도 개인적인 노력과 회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다.
사과는 일부 친환경 농가를 제외하면 유통단계로 넘어가기 직전에 농약 통에 담갔다 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벌레가 생기기 때문이다. 사람 입에 좋은 것은 벌레 입에도 좋다. 소비자가 벌레먹 먹은 사과가 좋은 사과임을 깨닫기 전에는 사과를 농약 통에 담그는 일이 사라지기는 어렵다. 사실 사과나 포도 같은 과일은 영양분의 대부분이 껍질에 있기 때문에 깎아 먹으면 그야말로 쭉정이만 먹는 셈이다. 지금처럼 대처해서는 앞으로 10년이 지나도 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신체 불균형 초래하는 발육촉진제
‘완전식품’이라고 하는 우유도 안전하지 않다. 조선시대에는 우유가 왕이나 먹는 귀한 음식이었다. 우유가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이후다. 이 시기에 정부가 농가의 소득보전을 위해 농업보다 축산업을 장려하면서 현대식 대량축산이 시작됐다. 그런데 축산 장려가 너무 잘되다 보니 1990년대부터는 우유가 남아돌았다. 이때 우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 이른바 ‘칼슘 신화’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신화’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