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의 관상은 마음 먹기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지난해 황 교수가 세계 최초로 인간 체세포 복제를 통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을 때만 해도 세상은 그저 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럽 생명공학계도 질투와 시샘 어린 눈으로 바라본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법을 찾아냈다. 그것도 척수 손상으로 팔다리가 마비된 환자 9명과 선천성 면역글로블린 결핍증 환자 1명, 소아당뇨 환자 1명 등 모두 11명의 피부세포를 떼어내 복제한 뒤 배아줄기세포를 만든 것이다.
다른 사람의 체세포를 이용할 경우 치료과정에서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날 수 있지만, 환자 자신의 체세포를 이용하면 그런 걱정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매우 유익하다. 또한 세포 분할 상태를 128개까지 키우는 데 필요한 영양세포를 인간세포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과거 쥐 세포를 이용할 때 상존하던, 동물의 병이 환자에게 전염될 가능성을 차단했다. 지난해엔 난자 242개에서 줄기세포를 단 1개 얻었고, 이번엔 난자 185개에서 배아줄기세포 11개를 만들었다. 놀라운 성공률이다.
혀 내두를 인간복제 기술
우리는 이러한 의학기술이 어느 정도 파괴력을 가졌는지 그 가능성을 가늠하기 힘든데, 이는 아인슈타인이나 후배 양자역학(量子力學) 대가들이 수십년간 연구하고 논쟁해서 증명한 이론들을 3∼4년 만에 앞당겨 놓은 것에 비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체 복제(cloning)는 한 개체와 동일한 유전자 세트를 지닌 새로운 개체를 만드는 것이다. 개나리 가지를 꺾어 땅에 심어 새로운 개나리를 키우는 꺾꽂이 기술 역시 복제에 해당한다. 그 결과 자라난 개나리는 원래 개나리와 유전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또 당근과 같은 일부 식물은 뿌리세포를 채취, 영양분이 든 배양액에서 배양해 세포 덩어리까지 키운 다음 다시 완전한 식물로 재배할 수 있음이 알려졌다. 이런 식으로 배양기에서 동물 세포를 배양하는 것도 복제에 해당한다.
이제 생명공학의 발전은 우리가 흥미롭게 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쥬라기공원’도 결코 꿈만은 아니란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러나 과학과 윤리 사이엔 ‘갈등’이 존재한다. 생명체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를 놓고 과학자와 윤리학자들은 끊임없이 논쟁을 벌여왔다. 과학과 윤리 사이에 노선 차이가 워낙 커 쉽사리 종착역을 찾을 수 없다.
생명공학 또는 인간복제 기술은 불임으로 고통받는 많은 이의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다. 불치의 유전병으로 죽어가는 아이를 살리거나 시한부 생명을 살고 있는 환자에게 간세포 배양을 통해 건강한 삶을 제공할 수도 있다. 이런 실험을 비윤리적인 문제로만 간주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장기 이식을 위한 복제는 인간의 생명을 단지 ‘수단’으로 전락시킨다는 인간 존엄성 침해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인간 조작의 비윤리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여기에 상업적인 목적까지 가세한다면 인간복제는 인류 최대의 재앙으로 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