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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의 대중문화 보충수업

‘X맨’에 대한 고찰

독설, 배신, 맞짱, 싸가지…신세대 코드 넘쳐나는 권위 파괴의 현장

  • 이승재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sjda@donga.com

‘X맨’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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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맨’에 대한 고찰
유 : “언니, 화장발이지?”

이 : “당연하지! 너, 눈 수술했지?”

유 : “당연하지! 언니는 코도 했지?”

이 : “당연하지! 너, 무좀 있지?”

유 : “당연하지! 언니는 치질 있지?”



이 : “당연하지! 너, 속눈썹 떨어진 거 알지?”

실로 ‘여자 잡는 게 여자’란 속설을 여지없이 증명해주는 흠집 내기 한판이었습니다. 종국엔 “너, 발냄새 나지?”라는 이지현의 송곳(?) 같은 한마디를 끝으로 팽팽하던 대결은 막을 내렸죠. 이때부터 이지현은 ‘당연하지’로 이름을 날리며 ‘퀸 오브 당연하지’란 별칭을 얻었죠. 그의 주특기는 상대의 자존심을 깎아내리거나 상대의 약점을 정면으로 들춰내는 것입니다.

“너, 화장실 변기 막힌 적 있다며?”(그룹 ‘베이비 복스’ 출신 윤은혜에게)

“너, 여자만 보면 ‘전진’하지?”(그룹 ‘신화’ 멤버 전진에게)

“너, 근육은 키웠는데 쓸 데가 없지?”(그룹 ‘터보’ 출신 김종국에게)

이후 이지현은 “말발이 환상적이다” “언니, 싸가지 없는 모습이 진정 매력적이에요” 등의 각종 찬사(?)를 들으며 급부상했습니다. 이 코너에서 그녀가 보여준 ‘싸가지’ 없는 공격들은 모두 알알이 모아져 ‘퀸 오브 당연하지 어록’이란 간판을 달고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죠. 특히 가수 윤은혜와의 대결은 마치 머리끄덩이를 잡고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벌이는 여자들의 모습이 포개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이지현은 앞니가 유난히 크고 몸집이 큰 윤은혜의 외모를, 훤칠한 윤은혜는 키가 작은 이지현의 키를 ‘밥’으로 삼았습니다.

이 : “너, 앞니 귀여워 보이려고 일부러 심은 거지?”

윤 : “당연하지! 너, 놀이기구 탈 때 키 제한받지?”

이 : “당연하지! 너, 수영장 가서 물에 떠보는 게 소원이지?”

윤 : “당연하지! 너, 지프는 높아서 못 타지?”

이 : “당연하지! 너, 얼마 전엔 이빨로 기차까지 끌었다며?”

윤 : “당연하지! 넌 아직도 분유 먹는다며?”

이 : “당연하지! 넌 화장실에서 볼일 보면서도 밥 먹는다며?”

결국 위태롭던 두 여자의 대결은 이지현의 승리로 끝났고 이지현은 ‘퀸 오브 당연하지’의 자리를 늠름하게 지켜냈죠.

이런 인신공격이 점차 문젯거리가 되자 ‘당연하지’ 코너의 폐지를 주장하는 인터넷 카페 모임이 생길 정도로 안티 세력을 양산하기도 했습니다. 씨름 천하장사 출신으로 이 코너의 보조 MC를 맡고 있는 강호동에 대해 퍼부어진 ‘한마디’들은 적나라한 인신공격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너, 얼굴에 뽕 넣었지?”(김원희)

“네 오줌보로 애들이 축구하지?” “너, 남 웃기려고 살찌지?”(공형진)

얼마 전 ‘카지노바 도박사건’으로 연예활동을 중단한 그룹 ‘컨츄리 꼬꼬’ 출신의 신정환도 “너, 어깨가 점점 좁아진다며?” “너, 폴라티 입으면 목 부분이 어깨에 걸쳐진다며?” 하면서 어깨가 좁고 얼굴이 큰 자신의 신체적 약점을 들춰내는 독설을 웃음으로 감내해야 했습니다. 또 까무잡잡한 피부에 터프한 여성 이미지를 지닌 그룹 ‘샤크라’ 출신 황보는 “너, 흑설탕으로 팩했냐?” “너, 상반기 예비군 훈련 갔다 왔냐?” 같은 직격탄을 맞아야 했습니다.

당장 상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해도 모자랄 만큼 가슴을 찢어놓는 말들이 오가는, 이 보고 듣기에도 민망한 코너에 신세대는 왜 열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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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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