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를 반영하듯 2005년 대학입시 정시 논술 시험에선 문화를 주제로 한 논제를 출제한 대학이 가장 많았다. 성균관대는 고전음악과 대중음악의 크로스오버 현상, 한양대는 ‘용사마 현상’, 동국대는 문화의 힘에 대한 논제를 출제했다. 앞으로도 문화에 대한 논제의 출제 빈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의 한 장르인 고전음악을 소재로 한 ‘아마데우스’는 모차르트의 일생을 그린 평범한 전기 영화가 아니라 두 사람의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안토니오 살리에리의 삶과 음악, 그리고 두 사람간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천재적 재능은 있지만 난잡하고 경박한 모차르트에 대해 내내 열등감에 시달리던 살리에리가 그를 질투한 끝에 살해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추리에서 영화가 만들어졌다. 진실일지도 모를 허구를 기반으로 한 음악 영화를 통해 우리는 그 시대의 흐름을 시각과 청각으로 음미할 수 있다. ‘Amadeus’란 라틴어로 ‘신의 아들, 신의 사랑’이란 뜻이다.
문화로서의 예술은 인간에게 영원히 중요한 화두다. 예술은 그 시대를 대변하면서 가장 인간다운 것을 그려낸다. 모차르트의 선율은 몇 세기를 뛰어넘어 우리 모두의 귀에 익숙하다. 모차르트의 작품들은 단지 그의 천재성에서 비롯된 것일까? 위대한 예술은 작가의 천재적 재능을 통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상과 인간의 감정을 이루는 요소들이 용해돼 형성되는 것이다.
신을 믿지 않게 된 살리에리
모차르트 교향곡 25번 1악장의 장중한 선율과 함께 한 노인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모차르트! 모차르트! 용서해주게. 자넬 죽인 건 날세. 내가 자넬 죽였네. 모차르트 용서해주게! 나야! 모차르트! 자넬 죽인 게 바로 나란 말일세. 용서해주게 모차르트!”
요양원에 수용되어 자살을 시도한 이 노인에게 신부가 찾아온다. 노인은 안토니오 살리에리(F. 머레이 에브람 분)다. 영화는 살리에리가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살리에리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와서 요제프 2세(제프리 존스 분) 황제의 궁정 음악장이 되어 음악 애호가인 황제의 개인 교습을 도맡았다. 하지만 모차르트(톰 헐스 분)의 출현으로 살리에리는 자신의 음악적 한계를 절감하기 시작한다.
요제프 2세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연주 소식을 듣고 오페라 작곡을 의뢰하기 위해 그를 궁중으로 초대한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를 환영하는 행진곡을 작곡해 궁중에서 연주한다. 그런데 모차르트는 살리에리의 연주를 한 번 듣고서 악보를 보지 않은 채 즉석에서 재현해내고 수정할 부분까지 지적한다. 이런 천재적인 재능을 보고 살리에리는 패배감에 사로잡힌다.
모차르트는 자신의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탈출’에 살리에리가 사랑하는 제자를 프리마돈나로 출연시켰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가 약혼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리마돈나로 출연한 자신의 제자와 관계를 맺은 것을 알고 모차르트에 대한 증오와 저주의 마음을 품게 됐다. 살리에리의 고백이 이어진다.
“그때부터 신을 믿지 않게 되었소. 오만하고 음탕하고 지저분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 녀석을 선택하고선 나에겐 그것을 인정할 수 있는 능력밖에 안 줬기 때문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