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호

삼원론 철학자 박재우

“새천년은 ‘뉴트로’의 시대, ‘근원 미소’ 가득한 ‘제로 세계’가 온다”

  • 김서령 칼럼니스트 psyche325@hanmail.net

    입력2006-01-13 16: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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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는 세상의 근본이치를 모조리 삼원모델로 풀어간다. 모든 존재를 똑같게 하려는 힘인 호모, 모든 사물을 서로 다르게 하려는 힘인 헤테로, 이 둘을 융화하는 힘인 뉴트로가 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 이원론적 세계관에 발목잡힌 우리에게, 철학자 박재우는 “미소로 뉴트로에 도달하라”는 진리를 전파한다.
    삼원론 철학자 박재우
    새해가 시작된다. 다시 시작되는 한 해는 밀봉된 시간을 새로 개봉하는 기쁨을 준다. 그건 긴장이고 설렘이고 희망이고 각오다. 시간에 단위를 부여한 첫 번째 효용이 바로 이것 아닐까. 새해 ‘이 사람의 삶’ 첫 번째 인물로는 나와 주변과 나라의 운세가 어떻게 펼쳐질지 짚어줄 분을 찾고 싶었다. 그러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철학자 박재우(朴宰佑·64) 선생과 연이 닿았다. 그는 한 해의 대부분을 러시아에 거주하고 연말의 3주 정도만 한국에 머문다고 했다.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꺼린다는 소문이었지만 박 선생은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띤 채 나를 맞았고, 시종 온화하며 침착하게 자신의 이론을 풀어놨다.

    십수년 전 그는 ‘황제내경’을 읽으며 동양의학을 공부하다 수족침 원리를 찾아냈다. 손 안에 인체의 모든 장기와 사지가 축약돼 있다는 건 이미 알려진 얘기이지만 그의 수족침은 이전과는 달랐다.

    “손과 인체의 유사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어요. 인체에서 손가락처럼 바깥으로 돌출해 있는 건 머리와 사지 아닙니까. 수족침은 이전과 달리 엄지를 머리로 봅니다. 인체의 머리와 목처럼 엄지도 짧고 굵으며 두 마디로 되어 있잖습니까. 양팔이 양다리를 감싸고 늘어뜨려지듯 엄지를 뺀 바깥의 검지와 새끼지가 팔에 해당하고 중지와 약지가 길이가 가장 긴 다리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손가락이 세 마디인 것처럼 사지도 팔(발)꿈치 윗부분과 아랫부분, 손(발) 셋으로 나뉘잖습니까.

    몸이 앞으로 굽고 뒤로 굽지 않는 것처럼 손가락도 앞으로는 접을 수 있는데 뒤로 접히지는 않게 만들어져 있지요. 발은 해부학적으로 손과 똑같은데 손보다 덜 민감할 뿐이고….”

    손과 신체의 유사성



    따져볼수록 손 안에 정교한 인체의 축소판이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다 손에 인체의 경혈(經穴)이 담긴 건 건강 목적만은 아니란 걸 깨닫게 됐다. 놀라운 발견이었다.

    ‘황제내경’의 내용은 80%가 침술이다. 황제는 기원전 2600년경에 살았던 사람으로 그가 정리한 침술이 수천년 말로 전해내려오다 기원전 4세기경에야 책으로 집대성된다. 세계 최초의 방대한 의학서인 ‘황제내경’은 음양론의 깊은 차원이 언급된 책이다.

    “이 책을 읽은 후엔 다른 음양론 책은 유치해서 볼 수가 없어요. 그렇지만 그 책이 생긴 지 2000년이 넘도록 동양의학과 침술은 근본적인 차원에서 진전이 없었어요. 크게 봐서 그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게 내가 ‘황제내경’을 네댓 번 읽고 난 후 수족침을 개발하는 동기가 됐어요. 손과 인체의 유사성에 착안한 건 1974년쯤이고 중요 이론을 완성한 건 1988년이지요.

    그렇다면 ‘왜 손이냐?’를 묻다가 알게 됐어요. 손이 가장 쉽게, 가장 빨리 우리 눈에 띄는 부분 아닙니까. 가장 눈에 쉽게 띄는 부분에다가 문제의 해답을 준 거예요. 그게 인간을 만든 창조주의 의도라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자식을 낳은 걸로 끝나지 않고 자상하게 돌보듯 사람을 만들어낸 창조주도 인간을 계속 보살피고 싶었던 겁니다. 손 안에 인체를 축약해둔 건 창조주가 우리를 사랑한다는 증거거든요. 창조주는 인간이 병에 걸려 고통스러워하는 걸 원치 않았어요. 손 안에 치료하는 법을 담아놓고 자신과 교신하기를 기다렸던 겁니다. 손 안의 경혈을 안다는 건 병을 치료하라는 뜻만은 아닙니다. 창조주와 교신하는 채널이 열려 인간으로 하여금 자기완성으로 다가가라는 뜻이에요. 그런데도 인간은 그걸 20세기가 지나도록 읽어내지 못했어요.”

    비약 같지만 그의 이론을 다 들으면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수족침 개발로 한국에서 힘겨운 일을 당하던 그는 1991년 구소련의 대체의학 심포지엄에 수족침을 들고 참석한다. 마침 소련은 약제조 공장들이 문을 닫는 바람에 의사들이 약이 없어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심포지엄 참석 의사들에게 수족침 원리를 강의하고 현장에서 머리나 관절이나 심장에 통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어느 부위를 문지르거나 비틀어보라고 지시했다. 효과는 당장 드러났고 참석자들은 열렬히 호응해왔다.

    “그해 심포지엄은 4일간 계속되었는데 피니싱 세리머니에서 수족침이 앙코르 요구를 받았어요. 기간을 연장해서 강의를 더 듣자는 요청이 넘쳤어요. 그러나 마침 그 장소에 다음 스케줄이 예약돼 있어 어쩔 수 없이 폐회한다고 치프 오거나이저(Chief Organizer·대표 주최자)가 나서서 발표했어요. 그랬더니 거기 모인 의사들이 ‘닥터 박! 닥터 박!’ 외치느라 도무지 해산을 않는 겁니다. 할 수 없이 내가 나서서 ‘정 그렇다면 내가 묵는 호텔로 와라, 강의는 거기서 계속된다’고 일단 진정시켰어요.”

    그랬는데 정말 거기 모였던 1200명가량의 의사들이 그가 묵는 호텔까지 찾아왔다. 객실 복도에 죽 앉혀놓고 강의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하도 많아 호텔의 집기가 부서지기도 했다.

    “그들의 열광을 잊을 수 없었어요. 그날의 인상이 하도 강해 그후 한국보다 소련에서 활동하기로 작정했습니다.”

    수족침의 원리는 간단하다. 엄지손가락을 손목 쪽으로 돌려놓기만 하면 손은 사람의 신체 형태와 똑같아진다. 지금 손모양은 다만 물건을 잡고 집어올리는 데 편리하도록 엄지손 방향을 옆으로 약간 돌려놨을 뿐이라는 거다. 상응 부위를 문지르거나 비틀어주는 것만으로 통증은 해소되고 경혈이 뚫려 기(氣)의 순환이 순조로워진다고 한다.

    소련으로 간 그는 모스크바에 ‘수족 아카데미’를 설립해 제자를 길러낸다. 각국에서 강연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1994년 가을이었다. 모스크바였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보이는 모든 것이 모조리 똑같은 모양을 가진 것으로 느껴졌다. 천장과 전등, 책상과 의자가 다 똑같았다. 놀라 화장실로 달려갔다. 수건과 비누와 치약과 칫솔과 변기와 욕조가 다 똑같았다. 바깥을 내다봤다. 건물과 가로수, 사람과 도로와 자동차가 똑같았다. 심지어 하늘을 나는 새와 구름까지 똑같았다.

    나는 그런 이야기가 유난히 흥미롭다. 자꾸 캐물을 수밖에 없었다.

    “똑같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모양이 같다는 겁니까. 구별이 안 된다는 뜻입니까.”

    “분자와 원자 전자까지 내려가면 결국 만물은 다 똑같을 수밖에 없잖습니까. 그러나 현미경을 통해 보지 않아도 똑같은 요소로 이뤄졌다는 것이 훤히 보였던 거지요. ‘다르지 않고 똑같구나’ 하는 느낌뿐이었는지도 모르죠. 아무튼 모든 게 똑같았고 하루 종일 그런 느낌 속에서 익사이팅하게 보냈어요. 왜 그런가 자문하는 중 절로 답이 왔어요. ‘세상에는 모든 존재를 똑같게 하는 힘이 작용하는구나! 이건 존재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힘이구나!’ 하는 깨우침이었죠.”

    호모, 헤테로, 뉴트로

    그는 대번에 그 현상을 이름지었다. 호모(Homo)라고! 이튿날은 어제처럼 똑같은 것을 연상하며 눈을 떴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모든 게 다 달랐다. 어제와 똑같은 순서로 달려가 봤다. 화장실의 수건과 비누는 달랐다. 바깥의 건물과 가로수도 다 달랐다. 같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왜 이렇게 모든 게 다를까 의문을 던지는 순간 즉시 응답이 왔다. 간단했다. 이 세상에는 서로 다르게 하는 근본적이 힘이 있기 때문이라는 거다. 이 다르게 하는 힘을 어제의 호모에 대응시켜 헤테로(Hetero)라고 이름짓는다.

    “세상에 똑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같은 아톰(원자)이라도 공간적 위치가 다르면 압력, 열, 크기가 다 달라져요. 그게 바로 헤테로 때문에 그렇거든요. 빅뱅 이후 우주가 탄생했다고 하잖아요. 원래 있던 제로 세계는 아무 움직임도 없었는데 어느 날 가만히 있는 걸 참지 못하는 헤테로가 탈출해 바깥으로 나오죠. 같아지려고 하는 호모는 달라지는 걸 참을 수 없으니까 헤테로를 붙잡으러 할 수 없이 바깥세상으로 따라나와요.

    헤테로는 먼저 나왔으니 1번이고 호모는 나중 나왔으니 2번이에요. 1은 불안하고 활동적이고 2는 안정적인데 보수적이죠. 그렇지만 헤테로를 잡아야 하니 호모도 한시도 편할 날이 없어요. 다투고 도망가고 뿌리치고…. 그 둘의 알력과 투쟁이 바로 음양의 원리죠.”

    손발의 인체상응이라는 치료 체계에 몰두해 세계를 다니며 그 원리를 가르치던 그에게 현상의 본질을 깨닫게 한 신비체험은 세상 전반에 걸친 이해의 폭을 한층 넓혀줬다. 그러나 미진했다. 호모, 헤테로 두 힘만으로 해결 못하는 현상이 있음을 실감했다.

    그러다 1998년쯤 호모 헤테로 외에 또 하나의 근본적인 제3의 힘이 존재한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인도 여행길에서 그 개념은 뚜렷해졌다. 화평하고 고요한 어떤 순간, 그건 호모도 아니었고 헤테로도 아니었다. 그 둘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순간이 세상에는 분명 넘쳐나고 있었다. 호모나 헤테로가 아닌 그 균형과 조화가 세상의 주연임이 분명해보였다. 그걸 그는 다시 뉴트로(Neutro)라고 이름짓는다.

    뉴트로는 호모와 헤테로를 조정하는 힘이고 질서를 세우는 힘이고 연결하고 지속하고 중화하는 힘이었다. 뉴트로는 개선하는 힘이고 융화하는 힘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힘이고 조화로운 리듬을 만드는 힘이었다. 호모가 음성이면 헤테로는 양성이고 뉴트로는 중성이었다. 뉴트로는 호모와도 헤테로와도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다. 오히려 뉴트로는 호모와도 친근하고 헤테로와도 친근하다. 뉴트로는 호모나 헤테로처럼 두드러진 특성을 가지지도 않고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작용한다. 분명히 존재하면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뉴트로는 맨 처음의 제로 세계와도 맞닿아 있어 거기서 태어난 호모와 헤테로의 합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 현실세계의 근본원리이기도 하다. 호모, 헤테로, 뉴트로! 이것이 바로 박재우 선생이 세상의 근본원리라고 말하는 3원 원리다.

    삼원론 철학자 박재우

    철학자 박재우는 ‘삼원의 세계’를 비롯, 여러 권의 저서를 발간했다.

    진작부터 음양론에 빠져 있는 그는 새롭게 만난 호모, 헤테로, 뉴트로 3원 개념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현상의 본질을 모조리 이해할 수 있을 듯했다. 3원 원리로 해석되지 않는 학문체계가 없었다. 3원 원리를 그는 줄기차게 기존 학문적 성과에다 대입해봤다. 신학, 천문학, 물리학, 의학, 생물학, 사회학, 심리학, 정치학, 경제학 전 분야에 3원 원리가 작동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세상 신비의 대부분을 풀어낸 기분이었다. 당연히 그걸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나서고 떠들어대는 것은 뉴트로적 모습이 아니었다. 인간 또한 호모적 인간과 헤테로적 인간과 뉴트로적 인간으로 나눠볼 수 있고 가장 성숙한 모습은 당연히 뉴트로 속에 구현돼 있었다. 뉴트로는 제 안에 호모와 헤테로를 이미 품고 있어 어떤 극단도 이해하지 못할 게 없었다.

    열두 달 만에 태어난 아이

    그는 1942년생,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얘기를 물어도 그는 자꾸 화제를 피한다. 공부를 잘하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었노라 한다. 늘 학과 아닌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뭐든 눈앞에 보이는 물건을 놓고 그것의 근본을 파고들어 생각을 거듭하는 것이 취미였다. 나선형으로 생각을 빙빙 돌려 결국 맨 밑바닥까지 내려가야 직성이 풀렸다. 그 밑바닥에는 환하게 대답이 기다리고 있기 일쑤였다. 그는 자신의 탄생에 관한 신화적인 얘기를 들려준다.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리송하지만 어떻든 그의 얘기는 이렇다.

    “열 달이 넘고 열두 달이 가까워도 내가 태어나지 않더랍니다. 아버지는 공무원이셨지만 불경 공부를 깊이 하셨어요. 가까이 지내는 스님께 물었더니 전주 완산 아래 가면 어떠 어떻게 생긴 집이 있으니 거기 가면 몸을 풀 거라고 해서 만삭인 어머니를 그리로 옮겼답니다. 어머니는 거기서 열두 달을 꽉 채워 날 낳았다지요.”

    아버지는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일종의 신통력을 가진 분이셨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꾸중을 하시려고 해 도망가려고 하면 몸을 기울인 상태에서 발이 떼어지질 않아요. 아버지 입에서 ‘인제 가봐라’ 소리가 나와야 그제야 발이 떼졌어요. 그런 경험이 몇 번 있는데 참 이상하다, 하고 말았어요. 이제 와보니 아버지도 뉴트로적 인간이어서 제로 세계에 맘대로 드나드신 분 같아요.”

    전주고를 나와 서울대에 진학한다. 평소 공부를 잘하지 않았지만 필요할 때 집중하면 원하는 성적이 나오곤 했다. 다른 과목은 그저 그랬지만 유독 그가 관심을 가진 과목은 기하학이었다. 선생님이 칠판에 도형을 그리기만 하면 답이 환하게 보였다.

    철학과를 제2지망으로 쓰고 제1지망은 뭘 할까 고심하다 사람들에게 널리 봉사할 수 있을 듯한 사회복지학과를 택한다. 사회복지학과에 다니던 대학 시절도 이전과 똑같았다. 학교에선 있는 듯 없는 듯하고 혼자 뭔가를 곰곰 궁리하는데 시간을 바쳤다. 감기몸살을 자주 앓던 당시에 신기한 경험을 했다. 심한 감기몸살로 앓아누워 있던 중 중요한 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거기 꼭 참석하고 싶었다.

    모임 전날 자신의 몸 주위를 자그만 입자들이 잔뜩 에워싸고 있는 걸 느꼈다. 정답고 우호적인 입자들이었다. 그 입자들은 각 생명체에 배속돼 있으면서 제 몫의 생명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놈들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다. 장난삼아 주문을 외웠다.

    “내가 숨을 세 번 쉬는 동안 너희가 내 몸속으로 들어와서 감기 바이러스를 다 끌고 나가렴.”

    그러고 숨을 깊게 쉬었더니 실제로 그 자그만 입자들이 몸속에 들어왔다 나가면서 엄청난 수의 감기 바이러스를 끌고 나가는 게 보였다. 세 번째 숨에 그 자그만 입자가 풀죽은 모습의 감기 바이러스를 몇 마리 끌고 나가면서 ‘이 놈이 마지막입니다’ 했다. 그러고는 주변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물론 감기가 씻은 듯이 나았다. 하도 신기해 친구에게 똑같은 입자치료법을 실험해봤다. 친구도 같은 방법으로 감기를 퇴치하는 데 성공하는 것이었다(그는 나중 그 입자를 M입자(Mind 혹은 Mental 또는 Miracle)로 명명하고 M입자의 실재를 증명하기 위한 생명체 구조 연구를 계속한다).

    뉴트로적 인간과의 조우

    대학 졸업 후엔 세브란스병원에 취직한다. 사회복지 상담역이었다. 그러나 현장은 그의 이상과는 맞지 않았다. 별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는 생래적으로 추상에 몰두하는 사람. ‘황제내경’을 읽으며 동양의학에 몰입하기 시작한 것이 이 무렵이었다. 1976년엔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미국에 초대된다. 오하이오 주(州) 콜럼버스 시(市)의 장애자를 위한 재활기관에서 일했다. 일과 후엔 홀리데이인 호텔의 주방에서 접시닦이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때 잊을 수 없는 인간 유형을 만난다.

    “지금 생각하면 그 사람이 바로 뉴트로적 인간이었어요. 호텔 주방에서 음식 맛을 담당하던 50세가량의 여인이었는데 서툴게 일하는 내게 어디서 왔느냐고 말을 걸어요.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이 미국땅은 원래 아시아에서 건너온 인디언들의 나라였다고 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왠지 가슴이 펴지고 야릇한 힘이 온몸을 감싸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일이 즐거워지기 시작했어요.

    나와 같은 접시닦이 중에 파키스탄에서 온 불평 많은 젊은이가 있었는데 그에게도 여인은 말을 걸어요. 자신은 남편과 사별하고 자식도 없이 혼자 산다면서 젊은 부인과 어린 두 아들이 있는 당신이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부를 가졌다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조용한 목소리로 간단히 했을 말일 뿐인데도 이후 파키스탄 젊은이의 태도는 달라졌어요. 자주 휘파람을 불었고 전에 없이 밝은 미소를 보였지요. 일의 능률이 부쩍 높아지고 돈도 모인다고 했어요.

    자기 일을 하는 중에 표나지 않게 곁에 있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마음의 방황과 고통을 어루만져주는 사람, 그런 이가 많아지는 사회가 바로 좋은 사회 아닐까요? 우리 인류는 점점 뉴트로적 인간이 되어가고 있어요. 앞으로 그런 뉴트로적 인간이 부쩍 늘어날 겁니다. 기원후 첫 천년이 헤테로였다면 두 번째 천년은 호모였고 바야흐로 우리가 맞는 세 번째 천년이 그 둘을 조화하는 뉴트로의 천년이거든요. 개인의 운명보다 시대가 더 큰 개념이니 이번 천 년엔 호모와 헤테로의 대립보다는 둘이 상생하고 협력하는 뉴트로적 사건이 훨씬 많이 생길 거예요. 종교, 인종, 국가의 대립도 대부분 사라지고 사람들의 인성 속에 호모나 헤테로 보다 뉴트로가 자리잡기 시작하는 천년의 문이 열린 겁니다.”

    이렇게 희망적인 메시지가 있다니. 2006년 한 해 운세가 문제가 아니라 이번 천년 전체가 투쟁과 갈등이 아닌 화해와 용서의 시대가 되리라는 예언이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서로 돕고 양보하고 희망을 준다면 세상은 고해는커녕 천국이 될 거다. 그렇지만 ‘수많은 가치가 충동할 수밖에 없는 이 세상에 갈등이 없을 리가?’ 반신반의했더니 그런 생각 자체가 호모나 헤테로적 편견이라고 박 선생은 부드럽게 웃어 보인다. 그 미소에서 내가 플라톤의 공화국에 나오는 ‘동굴의 비유’를 연상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남자와 여자가 섞인 한 무리의 죄수가 동굴 안에 갇혔다. 그들은 발에 무거운 족쇄가 채워져 조금밖에 움직일 수 없었다. 죄수들끼리 짝 짓고 자식 낳는 것 은 허용됐으나 형량은 모두 종신형이었다. 처음에는 목숨을 걸고 저항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체념 속에서 그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어둠 속에서 눈이 쓸모없어진 죄수들은 보는 대신 더듬었다. 짝도 더듬어 찾았고 새끼들도 더듬어 낳았다. 물론 자식들을 낳을 때 사슬도 함께 낳았다. 눈은 퇴화되어 갔지만 손은 익숙하게 적응해갔다.’

    우리는 다들 동굴에 갇힌 죄수처럼 호모와 헤테로의 세계에서 보지 못하는 채 그저 세상을 더듬기만 하는 게 아닐까. 동굴에서 벗어나려는 노력 자체를 포기한 채! 나아가서는 자신이 동굴에 갇혔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채!

    박 선생은 실은 우리가 동굴 안에 갇혀 있으며 출구를 찾는 간단한 방법도 있다는 걸 알려주러 온 선지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의심 많은 나는 쉽게 믿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을 본 듯한 편안하고 충만한 웃음 앞에 자꾸 고개를 흔들며 이원론에 익숙한 머리를 아프게 굴리는 수밖에.

    “미소명상~ 미소명상~”

    그럼 우린 어떻게 뉴트로의 세계에 도달하나. 그 접근법이 요 몇 해 박재우 선생의 주된 연구였다. 그건 어렵지 않다. 하도 간단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단순명료하다. 그 대답은 미소다. 스마일! 입을 열지 않고 다만 양 입귀를 위로 살짝 들어올리는 자연스러운 스마일이 바로 뉴트로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라는 거다.

    “입을 벌린 것은 헤테로이고 다문 것은 호모인데 양 입귀를 위로 살짝 들어올린 것이 뉴트로거든요.”

    박 선생에게 새로운 계기는 늘 신비하게 찾아왔다. 삼원 원리를 책으로 펴낸 후 인도 북서부 자이푸르에 묵던 중 야생 공작새가 날아다니는 것을 발코니에서 내다보고 있었다. 그때 공중에서 “미소명상~ 미소명상~”이란 음성이 들려왔다. 명상은 이전에 따로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다만 바라나시에 갔을 때 부처가 명상하던 자리가 보존돼 있길래 거기 앉아 잠깐 명상자세를 취해본 경험뿐이었다. 하늘에서 오는 음성을 들은 후 바쁜 일정 중에서도 틈만 나면 미소명상에 대해 사유했다.

    “그 소리를 들었을 때 내 안에서 미소가 솟았어요. 생전 처음 느껴보는 영원성을 간직한 듯한 미소였고 마음과 육체를 신선한 기운으로 감싸는 힘이 있었죠. 그 느낌을 도무지 잊을 수 없는 겁니다.”

    그 생동하던 힘을 어떻게 이해할까. 세상에서 미소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미소명상이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가. 우연한 기회에 키프로스 섬에 가서 1300m 고지에 올라가게 되었다. 거기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 고요한 장소가 있었다. 그 아래 앉아 명상을 시작했다. 일찍이 찾아낸 삼원의 원리에 따라 진행된 명상이었다.

    삼원론 철학자 박재우

    박재우 선생은 “미소 명상을 통해 뉴트로의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차츰 미소명상의 원리적 윤곽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느 날 ‘다 됐다’는 느낌이 왔다. 눈을 떠보니 정확하게 21일이 지나 있었다. 그때 명상한 내용으로 쓴 책이 ‘Smile Meditation’이고 인연이 있는 인도에 ‘스마일 아카데미’를 열고 ‘스마일 재단’도 연이어 설립한다.

    3원 모델로 인체를 들여다보던 중 그는 전래의 경맥 중에서 지금껏 찾아내지 못한 경맥 둘을 새로 찾아내기도 한다.

    “경맥체계가 삼원모델을 갖추려면 삼원이 각기 7개 인자를 가져 도합 21개가 되어야 하고 여기에 뉴토인 시발경맥까지 합하면 모두 22개의 경맥이 필요하거든요. 중국 경맥수는 20개뿐이어서 계산상 두 개의 경맥이 모자라죠. 전래 도중 잃어버렸는지 원래부터 찾지 못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중국 경맥에는 두개가 빠져 있어요.”

    경맥의 혁명

    경맥은 단순화하면 항문에서 배꼽을 돌아 아랫입술에 이르는 ‘임맥’과 항문에서 등줄기를 거쳐 윗입술에 이르는 ‘독맥’이 있다. 여기에 그는 입에서 내장을 통해 항문에 이르는 내장경맥(관맥) 한 줄기를 새로 찾고 배꼽에서 단전을 거쳐 명문혈까지 꿰뚫는 태경맥(태맥) 한 줄기를 발견한다. 경맥의 혁명을 이룬 셈이다.

    1990년대 설립한 모스크바 수족 아카데미는 수강생이 넘쳐 몇 해 후 그는 카자흐스탄에 수족침 전문학교인 온누리 대학을 세운다. 영어로 강의하면 러시아어로 통역되고 모든 강의는 녹취돼 영어와 러시아어로 된 책만도 이미 30권 넘게 출간됐다. 정작 한국어 책은 ‘삼원의 세계’를 비롯해 서너 권뿐이다.

    “발생지는 뉴토니까 제로적 성격이 있어서 잘 알려지지 않는 게 당연해요. 그것도 삼원모델에 부합하는 일이지요. 하하.”

    삼원론을 발견한 이후 그의 강의 영역은 침술 차원을 벗어났다. 철학의 세계, 근원의 세계까지 닿아 모스크바, 카자흐스탄, 키프로스, 인도 등에서 수족침을 포함해 우주의 본질, 인생의 근원을 해명하는 강의를 계속하면서 침술보다 훨씬 쉽고 효과 있는 신체 치료요법도 개발했다. 그중 대표적인 게 ‘삼원틀기요법(Tri-Origin Twist Therapy)’이다. 그 원리는 간단히 보면 이렇다.

    우리 인체는 나선망 에너지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머리에 있는 ‘가마’나 손발의 ‘지문’이 그것으로 말하자면 우리 몸의 처음과 끝이 나선형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몸에 병이 드는 이유는 바로 인체에 각인된 나선망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게 원인이며 따라서 나선망 에너지 체계를 제대로 작동해주기만 하면 어떤 병이라도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뇌성마비 환자의 경우 말을 할 때 먼저 입과 손, 몸을 심하게 뒤트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그들이 본능적으로 몸을 뒤틀어 정지된 나선망 체계를 회복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몸에 병이 들었다는 것은 그 부위의 나선망 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한다는 걸 의미한다. 이는 곧 우리가 눈, 코, 귀, 입, 목, 턱, 팔다리, 몸통, 내장을 틀어주는 간단한 행위를 통하여 신체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트는 데도 원칙이 있어야 하는데 그 주요 작동 원리가 바로 삼원론이다. 항상 변하려 하고 밖으로 튀어나가려는 헤테로, 변치 않으려 하고 안으로 움츠러드는 호모, 그 둘을 중화해 완성된 제로 상태를 구현하는 뉴트로, 이 셋의 원리와 작용을 적용해 간단한 틀기 동작을 해주기만 하면, 마치 막힌 하수구가 뚫리듯, 우리 몸의 막힌 나선망 체계가 회복되면서 병이 낫는다는 원리다.

    틀기요법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방법이 쉽고 간단명료하며, 효과가 즉시 나타난다는 점이다. 의사를 찾아가 치료받는 수동적인 요법이 아니고 간단한 원리를 알기만 하면 스스로 치료할 수 있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요법이다. 서울에서도 2003년 말부터 정신세계원에서 한해 몇 차례씩 트위스트(틀기) 요법 강좌가 이루어지고 있다. 박재우 선생이 한국에 머무는 3주 정도는 직접 특강도 하지만 평소엔 제자가 강의를 맡고 있다. 러시아, 키프로스, 인도에서 박 선생의 인기는 대단해 평생 강의 스케줄이 이미 잡혀 있을 정도라 한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적 시각을 가졌을 때 우리는 모든 차원을 꿰뚫는 전체성의 진리를 느끼지 못해요. 전체성의 진리를 깨달았을 때 떠오르는 것이 바로 미소거든요. 우주 전체가 곧 경이이고 미소예요. 호모와 헤테로가 결합해 뉴트로가 탄생할 때 존재정신은 미소를 가득 띠고 바라보죠. 존재정신의 그 미소가 사람의 심층에 내장돼 있어요. 정자와 난자가 만나 한 생명이 만들어질 때 이미 그 미소는 DNA에 새겨지거든요.

    그러니 존재세계의 탄생은 경축과 감사의 순간이고 경이적 현상이고 그 자체가 미소세계의 탄생인 거예요. 우리가 절대성을 느끼지 못하면 그 정도만큼의 혼란 속에 인생을 살게 되지만 그건 근원성의 단절에서 오는 무지이고 방황일 뿐이지 미소가 우리 안에서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고통 또한 알고 보면 경이적 현상이에요. 말하자면 농도 짙은 미소예요. 제로 상태에서 다시 태어나도록 하기 위해 고통이 마련되는 것이지 우릴 파괴하기 위해 오는 게 아니에요. 사람은 죄인도 아니고 인생은 고해도 아니죠. 경이롭고 신비하고 절로 미소를 짓게 하는 완벽한 질서 속에 태어난 생명이 사람입니다.”

    “존재정신이라니, 그게 신(神)을 말하는 거냐?”고 물었다. 이름이야 뭐라고 불러도 상관없단다. 다만 기존의 철학이나 종교에서 말하는 신과 구별하기 위해 ‘존재정신’이란 명칭을 붙여봤을 뿐이라고 한다.

    ‘마음의 미소를 지어라. 그러면 경이로움이 보이고 / 그대 주변의 모든 것이 미소를 지으며 / 그대를 축복하며 반기고 있는 걸 보게 될 것이다. / 그러면 그대는 다시 그 경이로움과 미소에 반응하여 / 자연스럽게 마음의 문이 열리면서 / 한층 순수한 미소로 응답할 수 있을 것이다.’

    ‘삼원의 세계’

    이것이 단순 명료하게 노래한 미소명상의 근본 원리다. 스마일 명상은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경구나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 식의 속담과도 상통하는 명상법인 것 같다. 박 선생은 세상의 근본이치를 모조리 삼원모델로 풀어간다. 600쪽 분량의 ‘삼원의 세계’라는 책에는 물리 에너지와 화학 에너지와 생체 에너지를 삼원모델로 풀어놓은 다양한 그림들이 실려 있다.

    삼원모델은 삼각뿔 형태다. 피라미드 모양이라고 해도 좋다. 밑바닥의 세 꼭지점이 호모, 헤테로, 뉴트로라면 위로 뾰족 솟은 꼭지점을 그는 뉴트로의 원래 모습이며 뉴트로와 직결되는 제로 세계로 잡아놓았다. 그 이름은 뉴트로의 원형이라 해서 뉴토(Nuto)라고 지었다. 뉴트로의 상태에 도달하는 게 중요하다는 건 그게 바로 뉴토와 연결되는 구조를 갖기 때문이다. 뉴토는 제로 세계이고 제로 세계는 존재정신의 세계다.

    제로 세계라는 개념을 알지 않으면 삼원원리가 무의미하다. 그가 말하는 0세계는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세계다. 그렇지만 현실 세계 바로 곁에 0세계도 항상 존재한다고 한다. 개념 자체가 인간의 오성이 미치는 한계선 바깥에 있어 설명하기 까다로울 뿐인데 동전의 양면처럼 현실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으며 0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여기엔 시공간이 없다. 따라서 거리 개념도 공간 개념도 없다. 모든 것이 서로 맞닿아 있다. 태양계 바깥의 어느 별까지도 금방 소통이 가능한 세계이면서 곧 현실이라니…. 못내 고개를 갸웃대는 내게 박 선생이 전하는 물리학적 설명.

    “물리학에서 극소미립자들은 크기가 매우 작아 중성미립자의 경우처럼 거의 제로에 가까운 것들이 있다고 해요. 물리학자들은 이 미소입자들이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고 갑자기 사라지기도 한다고 관찰 보고하고 있죠. 거의 순수한 중성을 띤 이 입자들은 지구를 관통해도 아무런 간섭 없이 빛에 가까운 속도로 통과할 수 있는데 이 입자들이 자유자재로 출몰한다는 건 현실 세계 어디서건 0세계로 들락날락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0세계의 통로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현실 세계와 딱 붙어 있다는 거죠.”

    0세계로의 여행

    0세계는 뉴트로의 중성 세계라 시공(時空)의 구분이 없는데 현실 세계는 호모와 헤테로의 세상이라 서로 다름이 있고 공간 구별과 시간 흐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수학적으로 0인 동시에 무한대이기도 하다는 0세계. 사람 몸 구석구석 세포마다 닿아 있고 동시에 태양계의 모든 행성, 나아가 전 우주의 모든 별과도 닿아 있다는 제로 세계, 우리는 순간적으로 제로 세계 여행을 하며 산다니 그게 무슨 뜻일까.

    “우리가 제로 세계를 여행루트로 개발한다면 앉은 자리에서 우주상의 아무리 먼 거리까지 순식간에 왕복할 수 있어요. 우리가 육체적 생명을 연속할 수 있는 것도 수시로 0세계에서 생명 에너지를 얻어오기 때문입니다.”

    그는 UFO(미확인 비행물체)에 대해서도 특별한 설명을 들려줬다. UFO는 뉴트로 기술이 개발된 선진 행성에서 0세계의 루트를 타고 지구까지 순간적으로 도달한 우주비행선이라는 거다. 뉴트로 정신으로 무장된 선진 생명체가 타고 있어 인간을 해치지 않으며 돌연 사라졌다가도 갑자기 나타날 수 있는 거라고 한다.

    미소명상을 통해 뉴트로의 상태에 이르면 우리는 바로 그 0세계에 마음대로 들락거릴 수 있어 원하는 것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이 3원론의 핵심이다. 그가 말하는 제로 세계가 바로 플라톤이 말하던 그 동굴 밖 빛의 세계일까. 시공도 없고 고통도 기쁨도 따로 없는 절대 평화의 공간, 반야심경을 읽다 이런 대목을 발견하고 나는 깜짝 놀랐다.

    ‘세계는 없는 것이고 / 없음이 곧 세계이니 / 느끼고 생각하고 행하고 아는 것이 / 모두 이에 다르지 않다.’

    기원전 6세기에 씌어진 노자 도덕경에도 재미있는 대목이 나온다. 노자도 삼원론을 역설하고 싶었을까.

    ‘도는 1을 낳고 1은 2를 낳으며 2는 3을 낳으며 3이 만물을 낳는다. 만물은 음을 등에 지고 양을 껴안아 혼합한 기가 조화를 이룬다(道生一 一生二 二生三하고 三生萬物하니 萬物은 負陰而抱陽하고 沖氣以爲和니라).’

    도는 제로 세계, 1이 헤테로, 2가 호모, 3이 뉴트로로 뉴트로가 만물, 즉 현실 세계의 작동원리라는 것이니 들여다보면 박 선생의 주장과 맞추어 같다.

    “사주는 이원론의 체계일 뿐”

    박재우 선생에 따르면 새해의 운세를 굳이 볼 것도 없다. 사주명리학은 이원론의 체계일 뿐이라는 거다. 3원론의 세계에서는 자기 마음속의 미소를 끄집어내기만 하면 그게 곧 뉴트로 세상이다. 평화롭고 갈등 없고 고요한 충만의 세계를 누구나 제 몸속에 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소를 웃음과 혼동하면 안 됩니다. 웃음은 감정의 표현인데 미소는 이성과 영혼의 표현이거든요. 웃음은 소리가 있어 이 세상에 속하고 미소는 소리가 없으니 0세계에 뿌리를 두고 있거든요. 웃음은 헤테로니까 소리가 나자마자 헤테로를 두고 보지 못하는 호모가 나서서 끄집어냅니다. 그러나 미소는 아무도 방해하지 않아요.”

    그가 상정하는 뉴트로 세상의 최종 목표는 행복이 아니다. 행복은 불행이란 반대세력이 있으므로 안정적인 뉴트로가 될 수 없다. 그저 음양의 원리 중 하나일 뿐이니 갈등에서 해방된 게 아니고 따라서 한시적이다. 영속적인 뉴트로가 지향하는 것은 자기완성이다. 혼자만 깨닫고 완성에 이르는 방식이 아니다. 뉴트로의 속성은 끊임없이 곁 사람에게 제 성질을 나눠주는 것이고 마침내 존재정신과 합일하려는 데 있다.

    “고요히 눈을 감습니다. 먼저 자신이 타인이나 외부적 우연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된 존재라는 의지를 다집니다. 지금까지 생활해오며 겪고 있는 근심, 걱정, 실망, 좌절, 두려움을 완전히 미소로 대체해 미소가 있는 인생을 살겠다는 각오를 세웁니다.

    삼원론 철학자 박재우
    金瑞鈴
    ● 1956년 경북 안동 출생
    ● 경북대 국문과 졸업
    ● 중앙중 교사, ‘매일경제’신문·‘샘이깊은물’ 객원기자
    ● 월간 ‘동서문학’ 신인상


    타인에게 부담이나 손실을 끼치지 않고 미소를 나눠주는 사람이 되겠다는 각오도 하십시오. 그러면서 자기 마음속에 숨은 근원미소를 끄집어내세요. 이 세상이 환한 미소로 가득한 미소세상인 것을 천천히 확인해 나가십시오.”

    다소 막연하긴 하지만 일단 조용히 앉아 입귀를 위로 살짝 끌어당겨 미소를 지어보자. 매일 아침 아주 짧게라도 그렇게 미소를 띠며 나 자신과 내 곁의 사람과 세상을 명상하자. 새해를 그렇게 미소로 연다면 이번 천년은 마침 뉴트로의 천년이라니 올해 분의 우리들 희망과 꿈은 환하게 미소 띠며 응답할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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