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호

머물고 간 자리 외

  • 담당·구미화 기자

    입력2006-01-16 11:3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머물고 간 자리 외
    머물고 간 자리 이청준 지음, 김선두 그림

    2000년부터 쓴 산문을 추려 엮은 책. 작가의 세상살이에 대한 회고와 문학에 대한 감회가 담겨 있다. 첫 장 ‘우리를 웃기는 삶의 허방’에는 문학 작품을 둘러싼 담론 위주의 글들이 실려 있다. 작가는 소설 속 사랑의 삼각 구도가 여성 상위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하고, 따스한 문학적 정서와 유대가 사라져가는 문단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놓는다. 뒤이은 ‘부끄러움, 혹은 사랑의 이름으로’에서는 작가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가치와 의미를 통찰하고, ‘머물고 간 자리, 우리의 뒷모습’에서는 정보화 시대와 물질 중심 사회의 세태를 꼬집는다. 마지막 ‘소설 노트’는 이미 출간된 몇몇 작품에 대한 이야기다. 문이당/222쪽/1만원

    더 라이트 네이션 존 미클레스웨이트·아드리안 울드리지 지음, 박진 옮김

    미국은 최근 열 번의 대통령선거에서 우파 정당인 공화당이 일곱 번 승리했다. 2004년 11월 조지 W 부시는 이라크전쟁 등 도덕적·정책적 실책에도 불구하고 재선에 성공했으며, 네오콘의 입김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미국지국 편집자와 워싱턴 특파원이 함께 쓴 이 책은 과거 30년 동안 미국을 우편향화하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한 사람들과 제도를 자세히 설명하고, 여러 통계 수치와 관련 일화들을 인용하면서 미국의 보수주의를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복음주의적이고 노골적인 ‘미국식’ 보수의 탄생 과정을 면밀히 살펴봄으로써 미국이 세계 여러 나라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려준다. 물푸레/540쪽/2만원

    국보 이야기 이광표 지음



    숭례문은 국보 1호지만, 흥인지문은 국보가 아닌 보물 1호다. 그렇다면 국보와 보물은 어떻게 다른 걸까? 국보는 우리 전통 문화유산 가운데 최고의 명품으로 꼽히는 것을 가리키지만 정작 국보에 대해 말하기는 쉽지 않다.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고 있는 것이 훨씬 많은 게 사실이다. 이 책은 1호 숭례문에서 308호 대흥사 북미륵암 마애좌상에 이르기까지 국보의 소재지와 제작시기, 소장처, 특징, 감상 포인트를 정리했다. 동아일보 문화재 전문기자로 10여 년 동안 취재 현장을 누빈 저자는 ‘통계로 본 국보’ ‘이름이 잘못된 국보’ 등 국보에 얽힌 화제와 미스터리, 국보의 사연과 국보 해외 유출 및 훼손문제까지 국보의 모든 것이라 할 만한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간다. 작은박물관/344쪽/1만5000원

    빠블로 네루다 애덤 펜스타인 지음, 김현균·최권행 옮김

    197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1973년 사망한 시인 네루다의 평전. 칠레 출신의 네루다는 제3세계 문학의 전범으로 손꼽힌다. 그의 대표작인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하나의 절망의 노래’는 1960년대 이미 100만부 이상 발행됐다. 네루다는 영화 ‘일포스티노’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시는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으며, 김용택 시인이 엮은 ‘시가 내게로 왔다’ 또한 네루다의 시에서 제목을 따온 것이다.

    이 책은 칠레 남부의 소도시 테무코에서 보낸 유년기부터 보헤미안적인 삶에 탐닉한 학창시절,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 유럽에서의 외교관 생활, 그리고 암에 걸려 눈을 감기까지 네루다의 파란만장한 삶의 행로를 좇는다. 그는 아나키스트였는가 하면, 열성적 스탈린주의자였다. 그러면서도 정치적 신념에 구애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과 친분관계를 쌓았다. 덕분에 그의 평전엔 사르트르, 피카소, 디에고 리베라, 체 게바라, 마오쩌둥, 카스트로, 스탈린, 히틀러, 트로츠키 등이 조연으로 등장한다. 네루다의 삶을 한층 극적으로 만드는 건 ‘연애’다. 그는 세 번 결혼했지만, 수많은 여자와 교감을 나눴다. 아내와 연인 사이에서 줄곧 위험한 줄타기를 했으며 노년엔 세 번째 부인의 조카와 사랑에 빠졌다. 책의 저자 애덤 펜스타인은 스페인 일간지 런던 특파원으로, 미공개 자료를 적극 활용해 네루다 본연의 모습을 되살리기 위해 애썼다. 생각의 나무/704쪽/2만5000원

    스무 살에 선택하는 학문의 길 김용준·정운찬 외 지음

    대학 진학과 전공 선택을 앞둔 청소년과 대학생들에게 학문의 진정한 가치와 비전을 일깨우고자 기획된 책. 김용준 한국학술협의회 이사장, 정운찬 서울대 총장, 박찬모 포항공대 총장 등 쟁쟁한 필자 49명이 조언자로 나섰다. 1부 ‘학문이란 무엇인가’에서는 학문이 무엇이며, 어떻게 발전·분화해왔는지, 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은 각기 무엇을 다루고 있으며 어떤 연구방식을 취하고 있는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2부에서 6부까지는 인문학에서 예술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 전공자들이 해당 전공학문을 소개하고, 적절한 공부법과 앞으로 연구해보면 좋을 방향, 졸업 후 전망을 친절하게 일러준다. 필자들은 하나같이 학생들이 전공 학문에 대한 뚜렷한 문제의식과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카넷/657쪽/1만8000원

    머물고 간 자리 외
    짧은 영광, 그래서 더 슬픈 영혼 전원경 지음

    장궈룽, 존 레논, F. 스콧 피츠제럴드, 빌리 홀리데이,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화려하게 빛났다가 홀연히 사라진 천재 예술가 11인의 삶을 다룬 책. 영국 런던에서 예술비평을 전공하고, 월간 ‘객석’, ‘주간동아’에서 문화 담당 기자로 활약한 저자는 천재 예술가들이 짧은 생애에, 갖가지 방법으로 드러냈으나 일반인이 알아채지 못한 고독과 인간적 고뇌를 읽어낸다. 그리고 그들을 에워싼 고통의 흔적을 담담한 필체와 절제된 묘사로 재현해 천재들의 삶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바슬라프 니진스키는 ‘발레의 신’으로 일컬어졌으나 29세에 정신병에 걸려 은퇴한 뒤 30년간을 혼돈 속에서 살았다. 자클린느 뒤 프레는 16세의 어린 나이에 영국 최고의 첼리스트가 됐지만 27세에 전신마비 환자가 되었다. F. 스콧 피츠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를 능가하는 작품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다 알코올중독으로 세상을 떴으며, 아시아를 뒤흔들 만큼 큰 인기를 누린 장궈룽은 고소공포증에도 불구하고 호텔에서 몸을 던졌다.

    저자의 표현대로 “이들은 한결같이 그리 평온한 인생을 누리지는 못했”으며 “영광은 찰나처럼 그들을 스쳐갔고 행복은 그보다 더 짧았다.” 일반인은 천재를 대할 때 대개 찬탄 반, 질투 반의 감정을 느끼지만, 예술가에 대한 넘치지 않는 애정을 담아 쓴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들이 누구보다 연약한 영혼이었으며 그들이 남긴 작품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느끼게 된다. 시공아트/324쪽/1만3000원

    로라(전 2권) 마광수 지음

    1999년 11월부터 2000년 9월까지 ‘문화일보’에 연재한 소설 ‘별것도 아닌 인생이’를 다듬어 엮은 책. 시인이지만 밥벌이로 미술평론을 쓰는 예술가 ‘천민’이 우연히 부와 미모를 갖춘 ‘로라’를 만나 권태롭고 짜증스러운 일상에서 벗어나 성적 유희에 빠져드는 내용이다. 권태로운 일상을 버티는 행위로서의 성(性)과 여성의 자유로운 성적 선택권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 주인공이 색정적인 데다 노골적이라는 점에서 ‘로라’는 ‘즐거운 사라’의 연장선상에 있다. 백설탕 같은 피부와 온몸에 착착 감기는 듯한 몸놀림, 순은색 머리칼의 로라는 13년 전 외설시비를 불러일으키며 뭇매를 맞고 사라진 사라가 환생한 듯하다. 해냄/각 292쪽, 336쪽/각 8500원

    카라바조, 이중성의 살인미학 김상근 지음

    17세기 바로크시대를 연 이탈리아의 천재화가 카라바조의 작품 세계를 분석한 책. 저자는 카라바조의 종교화를 이해하는 열쇠가 “속(俗) 속에 담긴 성(聖)을 이해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카라바조는 실제로 혼란과 폭력이 난무하던 16세기 말 로마의 뒷골목을 오가는 거지, 불량배, 성매매 여성, 집시, 협잡꾼 등을 그림 속으로 끌어들여 그들을 예수로, 성자로, 막달라 마리아로, 성모 마리아로 묘사했다. 연세대 신학과 교수인 저자는 “카라바조 예술의 위대한 점은 속(俗)에서 진정한 성(聖)을 발견하고, 성(聖)을 저 높은 하늘에 있는 하느님의 관점이 아닌 세속적인 차원으로 끌어내렸다는 데 있다”고 말한다. 평단/415쪽/2만5000원

    초록의 공명 지율 지음

    지율 스님이 천성산 벌목 현장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난해 3월 초부터 100일 단식을 끝낸 2005년 초에 이르기까지 매일의 심경을 기록한 책. 그는 카프카의 소설 ‘법 앞에서’의 주인공 K와 자신을 비교한다. “아무도 입장을 허락하지 않는 법 앞에서 법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지기와 함께 늙어가는 K의 버둥거림”이 바로 자기 이야기라는 것. 그러나 생명을 담보로 이미 결정된 ‘국책사업’을 가로막고 서는 그의 고집은 반향만큼이나 반감도 컸다. 지율 스님은 정부가 이런 요구사항에 대해 수긍했지만 번번이 약속을 파기했기에 단식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힌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느낀 본능적인 두려움도 고백했다. 삼인/322쪽/1만2000원

    가리키면 통하는 point it 디터 크라프 지음

    외국에서 말이 통하지 않을 때 가장 유용한 방법이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이 책은 해외여행 전문가인 저자가 지난 16년 동안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촬영한 의사표현에 요긴한 사물 1200여 가지가 담겨 있다. 침대만 하더라도 1인용 침대와 더블 침대, 2층 침대 등 갖가지 종류가 다 담겨 있어 외국 호텔에서 방을 요구할 때, 그 나라 말을 알지 못해도 손으로 가리키기만 하면 원하는 방에서 묵을 수 있다. 탈것도 수십 가지여서 버스, 트럭, 우마차에 이르기까지, 세계 어느 곳을 가서도 막힘없이 소통할 수 있게 했다. 여권 크기여서 휴대하기에 간편하다. 전세계적으로 16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인간희극/64쪽/7000원

    르네상스인 김승옥 백문임 외 지음혁명과 웃음 천정환 외 지음

    머물고 간 자리 외
    번역된 일본 소설이 주류를 이루던 1960년대 ‘감수성 혁명’을 일으키고, 영화계에까지 파장을 미친 김승옥의 소설과 영화, 시사만화를 연구한 책 두 권이 잇따라 출간됐다. 먼저 ‘르네상스인 김승옥’은 백문임, 송태욱, 송은영, 이정숙, 조현일, 조성진, 한영주 등 젊은 연구자들이 김승옥의 작품 활동을 치밀하게 분석한 책이다. 김승옥은 ‘무진기행’ ‘서울 1964년 겨울’ 등 한국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을 여러 편 남겼지만 실질적으로 문학 활동에 전념한 시기는 5년여에 불과하다.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 그는 만화가로 활동했고, 소설가로 명성을 얻은 뒤에는 각색과 영화 연출에 오랜 시간 매달렸다. ‘르네상스인 김승옥’은 김승옥의 이러한 활동을 두루 살피며, 그를 외도한 소설가가 아닌 당대의 독자와 관객의 억눌린 감수성과 욕망을 자극한 ‘르네상스인’으로 평가한다. 2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건강을 되찾기 위해 애쓰고 있는 김승옥의 근황도 담고 있다.

    ‘혁명과 웃음’은 1960년 4·19혁명에서 1961년 5·16 군사정변에 이르는 시기에, 대학생 김승옥이 ‘김이구’라는 필명으로 일간지에 연재한 시사만화 ‘파고다 영감’을 집중 조명한다. 저자들은 ‘파고다 영감’이 한국 역사상 다시없는 해방공간의 정치사와 일상사를 보여주는 값진 자료라고 평가하며 만화를 텍스트로 4·19혁명이 보통 사람들의 살림살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앨피/각 344쪽, 432쪽/각 1만5000원, 1만4800원

    곰을 피하는 방법 권재현 지음

    ‘동아닷컴’에 연재되고 있는 권재현 기자의 인기 칼럼 ‘한잔의 서식’이 단행본으로 나왔다. ‘한잔의 서식’은 2003년 7월부터 연재되기 시작해 높은 인기를 모으며 지금까지 장수하고 있다. 1996년 동아일보사에 입사해 국제부와 사회부 문화부를 거치며 10년간 기자 생활을 한 저자는 80여 편의 길지 않은 칼럼에서 인문서, 소설, 시, 영화 속의 인상적인 구절이나 대사로 시작해 현실 문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소소한 일상에서 정치, 역사, 종교, 과학, 섹스, 살인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뻗어가는 그의 생각의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발상의 전환을 경험하고, 무심코 지나친 사회 현상에 호기심이 생기고, 사유하고픈 욕망이 꿈틀거린다. 늘봄/300쪽/1만3000원

    인정받는 팀장은 분명 따로 있다 김경준 지음

    회사의 중추인 팀장급 인력이 조직에서 성공하는 60가지 비결을 제시한 책. 조직과 인간을 이해하는 통찰력, 팀원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현실적으로 인솔하는 리더십의 발현, 살벌한 기업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냉철한 인식 등 조직의 핵심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지침들이 정리돼 있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김경준 상무이사는 그동안 ‘잘되는 회사는 분명 따로 있다’ ‘뛰어난 직원은 분명 따로 있다’를 펴냈다. 이 책은 ‘…분명 따로 있다’ 3부작 시리즈 완결편인 셈. 경영 일선에서 크고 작은 팀을 지휘하는 현역 혹은 예비 팀장들에게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지침들을 제공한다. 원앤원북스/272쪽/1만3000원

    영화가 사랑한 사진 김석원 지음

    음악, 미술, 문학, 건축 등 온갖 예술 장르는 영화를 살찌우는 오브제이다. 그래서 미술로 본 영화, 음악으로 본 영화, 건축으로 본 영화, 의상으로 본 영화 등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영화는 전혀 다른 모습을 띠기도 한다. 영화 속 사진도 그렇다. 영화의 소재로, 스토리 전개의 주요 오브제로, 때로는 감초로 사진은 영화에 활력과 재미를 더한다. 이 책은 영화 속에서 발견한 흥미진진한 사진을 소재로 영화 이야기를 풀어간다. 대학에서 사진과 영화를 가르치는 저자는 ‘올드보이’ ‘8월의 크리스마스’ ‘러브레터’ ‘메멘토’ ‘아멜리에’ 등 국내외 영화 23편을 사진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집중 조명한다. 아트북스/320쪽/1만5000원

    최고의 협상 로이 J. 레위키 외 지음, 김성형 편역

    개인과 조직의 갈등 해결에서 거래교섭, 국제협상에 이르기까지 협상의 모든 것을 말하고 있는 책. 세계 유명 대학의 비즈니스 스쿨에서 교재로 활용하고 있으며 외교통상부와 이화여대 리더십개발원에서도 교재로 채택했다. 갈등을 관리하는 방법과 다양한 협상 상황 이해, 전략 세우기와 협상의 기본 틀을 짜는 방법 그리고 기획하기,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상대의 전략에 대처하는 방법,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이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협상법, 협상에서 의사소통 방법과 감정 다스리는 법, 협상에서 윤리성을 이해하는 방법, 국제협상에서 문화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방법, 까다로운 협상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스마트비즈니스/548쪽/2만1000원

    갑신정변 연구 박은숙 지음 그래서 나는 김옥균을 쏘았다 조재곤 지음

    머물고 간 자리 외
    1884년 조선의 자주독립과 근대화를 목표로 일어나 ‘3일 천하’로 막을 내린 갑신정변을 소재로 한 두 권의 책이 나왔다. 서울시사편찬위원회 박은숙 연구원이 쓴 ‘갑신정변 연구’는 갑신정변에 대한 통념에 도전해 눈길을 끈다. 급진개화파가 주도한 ‘위로부터의 변혁’으로 알려진 갑신정변이 사실은 ‘상한(常漢)’ 출신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것. 저자는 김옥균 박영효 홍영식 등 개화당 핵심인사를 제외한 갑신정변 적극 참여자 77명의 신분을 추적한 결과 51%(39명)가 상한임을 밝혀냈다. 미확인된 23명도 특정 신분을 내세우지 않은 것을 보면 상한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저자는 또 이들 상한의 요구가 반영된 갑신정변의 14개조 정령(政令)을 근거로 갑신정변에 민중계층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나는 김옥균을 쏘았다’는 갑신정변 실패 후 일본 각지를 방랑하다 또 한 번의 쿠데타를 꿈꾸며 중국 상하이로 건너간 김옥균을 암살한 홍종우와 암살 배경을 소설 형식을 빌려 재구성한 역사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기록조사과장인 저자는 홍종우가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인물이며, 김옥균과 말도 잘 통했으나 근대화 방향에 동조하지 않았기에 총을 겨눌 수밖에 없었다고 밝힌다. 역사비평사/616쪽/3만3000원, 푸른역사/328쪽/1만4500원

    살생의 부메랑 박석순 지음

    미나마타·이타이이타이 사건, 체르노빌 원전 사고같이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사건을 비롯해 인도 보팔 사고, 코코 투기 사건, 러브커낼 사건 등 일반인은 잘 모르지만 환경 분야에선 중요하게 다뤄지는 사건까지 지구상에서 발생한 42건의 대표적인 환경재난의 실상을 보여준다. 19∼20세기 초·중반의 환경재난은 대기오염과 수질 오염, 전염병 창궐이 주를 이루었으나 20세기 중반부터는 중금속과 유해 화학물질, 방사능 누출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으며, 최근에는 국지적 사건보다 전 지구적 환경 파괴가 심각하다. 이화여대 환경학과 박석순 교수가 그동안 환경재난에 관하여 집필하고, 수집한 내용을 보강해 정리한 책. 에코리브르/326쪽/1만2000원

    위대한 기사, 윌리엄 마셜 조르주 뒤비 지음, 정숙현 옮김

    중세의 사회구조와 일상의 모습을 깊이 있게 탐구해 중세가 기독교가 지배한 ‘엄중한 시대’가 아닌, 인간의 욕망이 들끓던 ‘약동의 시대’였음을 입증해온 역사가 조르주 뒤비의 역작. 12∼13세기에 걸쳐 잉글랜드의 왕 4명을 주군으로 모시고, 부유한 상속녀를 하사받아 펨브룩 백작에 올랐으며, 말년에 어린 왕 헨리 3세의 섭정까지 맡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기사 윌리엄 마셜의 생애를 역추적하면서 중세 기사도의 빛과 그림자를 보여준다. 결과만 놓고 보면 모든 면에서 위대하지만 부와 명성, 그리고 권력을 향해 평생을 방랑했으며, 또 살아남기 위해 치열히 싸워야 했던 생활인으로서 중세 기사를 생생하게 복원해냈다. 한길사/336쪽/1만7000원

    빈센트가 사랑한 밀레 박홍규 지음

    화가 지망생들은 대개 거장의 작품을 모사하면서 자신만의 길을 찾는다. 빈센트 반 고흐도 처음 화가의 길로 들어설 무렵, 여러 화가의 작품을 모사했는데, 특히 밀레의 작품을 수없이 반복해 모사했다. 이 책은 반 고흐의 모사작과 밀레의 원작을 비교하면서 반 고흐와 그가 존경한 위대한 스승 밀레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노동법 전공자이지만 인문학과 예술 전반에 걸친 폭넓은 주제의 글을 써왔다. 1999년에 ‘내 친구 빈센트’라는 책을 펴냈을 만큼 반 고흐에 대한 조예도 깊다. 저자가 현지를 답사해 찍은 사진과 풍부한 도판 자료, 섬세한 관찰을 담은 글이 두 화가의 진면모를 확인하게 한다. 아트북스/236쪽/1만6000원

    노화 막는 최고의 밥상 신경균·김장현·이미숙 감수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개개인의 노화 특성에 맞춰 참고할 수 있도록 한 ‘노화 방지 요리 교과서.’ 노화를 두뇌 노화, 피부 노화, 뼈 노화, 근육 노화로 세분하여 각각을 예방할 수 있는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주재료뿐 아니라 부재료와 조미료, 조리법까지 노화 예방을 고려했다. 몸 구석구석 노화가 진행된 정도를 확인해볼 수 있는 진단법과 체크리스트도 유용하다. 노화를 부추기는 식품 정보와 노화를 늦추기 위한 운동요법, 피부 관리 요령, 스트레스 푸는 건강 목욕법도 담겨 있어 요리책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신경균 포천중문의대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장현 동국대 한의학과 교수, 이미숙 서울여대 식품과학부 교수가 감수했다. 동아일보사/176쪽/1만2000원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