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호

PART 2. 당당한 은퇴를 위하여

  • 입력2006-01-16 18: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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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요롭지는 않지만 품위는 지켜야

    사람은 가보지 않은 길에 들어섰을 때 불안감을 갖는다. 하지만 몇 번 그 길을 드나들다 보면 불안감은 어느새 사라진다. 은퇴도 마찬가지다. 은퇴생활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기 때문에 막연하게 불안할 뿐이다. 허둥지둥하다 보면 은퇴 자금을 지나치게 높게 가정하거나 반드시 준비해야 할 사항을 놓치기도 한다.

    은퇴한 뒤 풍요롭지는 않더라도 품위를 잃지 않으려면 재무 측면에서 몇 가지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자원봉사나 종교 활동 같은 비재무적인 측면에서도 준비할 것이 있지만, 우선은 돈과 관련된 준비가 필수다. ‘그림1’을 보자.

    은퇴 후 필요한 돈은 부부가 같이 생존하는 동안 필요한 생활비, 남편이 사망하기 전에 필요한 의료비와 사망 뒤 장례비, 남편 사망 후 부인이 홀로 생존하는 기간의 생활비, 마지막으로 부인이 사망하기 전에 필요한 의료비 등 4가지로 구성된다. 이 밖에 생존기간 중 암이나 치매처럼 치명적인 질병이 생겼을 때 소요되는 치료비도 고려해야 한다.

    ▼ 첫 번째 구성요소 : 부부 생존 기간 필요한 생활비▼ 두 번째 구성요소 : 남편 사망 전에 필요한 의료비▼ 세 번째 구성요소 : 부인 생존 기간 필요한 생활비▼ 네 번째 구성요소 : 부인 사망 전에 필요한 의료비



    3단계 은퇴기간

    인간은 세상에 태어날 때와 사망할 때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태어날 때는 자신만 울고 주위 사람들은 모두 환한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사망할 때는 본인만 미소를 짓고 주위에 있는 모든 이가 운다. 과연 우리 가운데 사망할 때 미소를 지으면서 편안하고 품위 있게 갈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웃으면서 죽을 수 있을까. ‘웃으면서 죽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노후생활이 3단계로 진행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은퇴생활 첫째 단계 : 활동기

    60세를 은퇴 시점으로 가정한다면 60세부터 70세까지는 활동기다. 외국에선 ‘Go-Go Years’라고 할 만큼 정열적으로 움직이는 시기다. 이때는 그동안 미뤄왔던 국내외 여행, 골프, 취미활동을 활발하게 즐긴다. 은퇴생활하는 동안 돈이 가장 많이 필요한 때다.

    은퇴 후 가장 중요한 활동기를 잘 보내야 노후생활이 빛을 발한다. 너무 일찍 은퇴하면 인생 자체가 지루해지고 고통스러워질 수 있다. ‘은퇴혁명’이라는 책을 쓴 미치 앤서니는 “노년에 대한 환상을 깨라”고 충고하면서, “은퇴 후에 일을 그만둘 생각은 포기하라”고 주문한다. 우리 주위에서도 은퇴 후 일을 전혀 하지 않으면 일찍 늙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이유로 은퇴 후에도 일을 완전히 그만두지 않는 ‘절반의 은퇴(semi-retire)’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은퇴 후 20~30년을 무료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심각한 질병을 앓는 것과 같다. 현재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파트타임으로 컨설팅 업무를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꼭 돈을 벌라는 얘기가 아니다. 자원봉사 같은 일을 찾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지금부터라도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해서 생각해보고 준비해야 한다. 해외 여행을 한다거나 자주 골프를 칠 계획이라면 상당한 돈을 쓸 각오를 해야 한다.

    PART 2. 당당한 은퇴를 위하여


    PART 2. 당당한 은퇴를 위하여
    ▲은퇴생활 둘째 단계 : 회상기

    70대 초반부터 중반까지를 ‘회상기’라고 한다. 이 시기에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가족이나 친구가 있는 곳에 주거를 정한다. 기온이 온화한 곳이나 생활비가 적게 드는 곳으로 이사하기도 한다. 여전히 건강은 좋지만 활동 범위가 줄어들기 때문에 은퇴 기간 중 생활비가 가장 적게 든다.

    이때는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친구가 지나치게 줄어들거나, 사회활동이 끊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상당수 사람은 자신이 속한 종교단체나 사회봉사단체에서 봉사하길 원한다. 때론 자신보다 활동력이 떨어지는 노인을 위해 봉사하기도 한다.

    ▲은퇴생활 셋째 단계 : 간호기

    70대 중반 이후부터는 간호기에 접어든다. 이때는 거동이 불편해지거나 뇌졸중이나 치매 같은 노인성 질환에 걸려 간호가 필요하다. 그만큼 의료비용이 증가하고, 예상했던 수명 이상으로 더 생존하면 생활비가 고갈되는 문제까지 겹친다. 돈이 없으면 어려움은 가중된다. 따라서 은퇴 준비가 얼마나 잘 됐는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것이다.

    이때를 대비해 간병 비용이나 의료 비용을 현금으로 준비해야 한다. 보통 은퇴자금을 설계할 때 빼먹기 쉬운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보험으로 노인성 질환을 커버할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좋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기는 쉬워도 품위 있게 물러나기는 어렵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시기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노후를 어떻게 보낼 생각인지 물어보면 상당수가 “고향에 내려가 텃밭을 일구면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하겠다”고 답한다. 생각만 해도 즐거운 계획이다. 지긋지긋한 도시에서 벗어나 한없이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게다가 그동안 미뤄둔 일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여기에다 1년에 한 번쯤 배우자와 함께 외국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런 꿈을 이루려면 소요되는 비용을 구체적으로 계산해야 한다. 노후에 필요한 생활비가 얼마인지 추정하려면 복잡한 계산과 가정이 필요하다. 먼저 은퇴 자금을 추정하려면 3가지를 결정해야 한다.

    우선 은퇴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 은퇴는 퇴직과 다르다. 퇴직이란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고, 은퇴는 경제활동을 그만두고 수입 없이 지출만 하며 사는 것을 말한다. 은퇴 시점은 일반적으로 60세 안팎이다.

    월 250만원은 필요하다

    그 다음으로 해야 할 것이 은퇴 후 매월 사용할 생활비를 결정하는 일이다. 생활비는 기본적인 생계비와 여가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합한다. 기본적인 생계비는 의식주 비용과 병원비 등을 말하며 여가생활비는 취미활동이나 여행 등에 필요한 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도시근로자의 평균생활비는 212만원이고, 50세 이후 은퇴자의 평균생활비도 200만원대라고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략 필수 생활비 200만원과 여유자금 50만원을 합한 250만원은 있어야 한다.

    남편 사망 후 부인이 얼마나 쓸 것인지도 챙겨야 한다. 남편이 60세에 은퇴한 뒤 평균수명인 약 82세가 될 때까지 부부는 함께 생활한다. 그리고 남편이 먼저 사망하면 부인이 홀로 남아 7~10년을 더 살게 된다. 이때 부인이 사용할 생활비는 부부가 같이 사용하던 생활비의 60%쯤으로 보면 적당하다.

    그렇다면 현재 50세인 샐러리맨의 은퇴 뒤 생활비를 계산해보자. 물가상승률을 4%, 연금자산 수익률을 5%로 가정하면 은퇴 시점에 약 10억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물론 현재가치로 따지면 6억50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이렇듯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물가 상승률과 10년의 남은 시간 때문이다.

    ‘그림2’는 매년 지출해야 하는 은퇴생활비를 나타낸 것이다. 노후에 필요한 생활비는 그림에 나타난 값을 현재가치로 환산하여 합하면 자연스럽게 산출된다. 50세라면 은퇴 시점에 주거용 부동산과 10억원의 현금이 있어야 매월 250만원을 쓰며 은퇴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다른 사례를 하나 더 보자. 남편이 40세, 부인이 38세인 경우 남편이 60세에 은퇴생활을 시작한다면 얼마의 생활비가 필요할까. 다음에 나오는 네모친 부분의 가정대로 은퇴생활비를 추정하면 은퇴 시점에 10억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부부가 생존하는 기간(25년)에 필요한 생활비가 7억9000만원이며, 남편 사망 후 부인이 홀로 생존하는 기간(10년)에 필요한 생활비는 1억8000만원이므로 합쳐서 9억7000만원이다. 이는 여러 가지 여론조사 결과, 국민이 일반적으로 10억원 이상의 노후 생활자금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과 일치한다.

    남편의 예상 사망 시점 85세, 남편 사별 후 부인의 추가 생존 기간 10년, 은퇴 후 월 생활비 250만원, 국민연금 월 80만원, 물가 상승률 3%, 은퇴 후 연금자산의 수익률 4%


    다음 ‘표1’은 다양한 조건에 따른 노후 생활자금을 추정해본 것이다. 국민연금을 받는다면 은퇴 후 생활비는 6억8000만~12억6000만원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받지 못한다면 은퇴자금은 11억4000만~17억2000만원으로 훌쩍 늘어난다.

    은퇴시점(60세)에 필요한 노후생활비                               (단위: 만원) *가정 : 남편 40세, 부인 38세의 경우. 물가상승률 3%, 은퇴 후 연금자산 수익률 4%
    국민연금 지급액은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증가. 남편 사망 후 부인이 60%의 생활비를 계속 사용
    은퇴 후 예상 국민연금 부부 생존시 남편 사별 후 노후생활비
    월 생활비 월 수령액 월 생활비 부인의 월 생활비 총합계
    200 0 93,300 21,628 114,928
    200 80 55,980 12,977 68,957
    250 0 116,625 27,035 143,660
    250 80 79,305 18,384 97,689
    300 0 139,950 32,442 172,392
    300 80 102,630 23,791 126,421


    은퇴 후 생활비를 계산할 때 주의할 것이 있다.

    첫째, 은퇴 후 생활비는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계속 증가해야 한다. 모든 물가가 상승하는데 생활비는 늘어나지 않는다면 생활이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은퇴 후 생활비를 계산할 때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지 않고 일정한 생활비를 가정하는데, 이렇게 계산하면 나이가 들수록 생활비가 부족하게 된다.

    둘째, 남편 사별 후에 부인이 홀로 생존하는 기간에도 생활비가 물가상승률 이상 증가하도록 액수를 조정해 이를 준비해야 한다.

    셋째, 앞서의 은퇴생활비 계산 과정에서 남편과 부인의 사망 시점 전후에 필요한 의료비와 장례비용은 고려하지 않았으므로 이는 따로 준비해야 한다.

    넷째, 국민연금을 고려할 때 유의할 것은, 2040년쯤 기금이 완전히 고갈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언젠가는 연금 지급액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국민연금에서 지급하는 연금 예상액을 가능하면 낮게 잡아야 은퇴자금이 모자라지 않는다.

    은퇴자금, 어떻게 준비할까

    은퇴자금을 마련하는 데는 목돈을 한꺼번에 마련하는 방법과 매월 일정한 금액을 저축해서 마련하는 방법이 있다. 현재 시점에서 6억5000만원 정도의 현금을 목돈으로 마련한 다음 이를 은퇴자금용으로 놔두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은퇴 시점의 10억원은 현재 시점에서 6억5000만원으로 할인되는데, 이때 할인하는 투자수익률을 세금공제 후 5%로 가정했다. 따라서 6억5000만원의 현금으로 10년 동안 최소 연 5% 이상의 수익을 올려야 한다.

    투자하는 방법 중 부동산 투자는 권하고 싶지 않다. 고령화 시대에 부동산은 생각보다 적합한 투자 대상이 아니다. 이는 이미 일본과 같은 장수 국가들이 경험한 바 있다. 따라서 주식과 채권에 분산 투자해서 은퇴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국채의 세후(稅後) 수익률이 4%에 불과하므로 채권만으로는 5%의 수익률을 얻기 어렵다.

    PART 2. 당당한 은퇴를 위하여

    은퇴자금을 설계할 때 자주 빼먹는 것이 남편 사별 후 부인이 홀로 생존하는 기간에 필요한 생활비 마련 계획이다.

    그렇다면 주식에 얼마나 투자해야 5%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주식펀드의 연간 기대수익률을 7%, 채권펀드의 연간 기대수익률을 4%로 가정하면 주식펀드에 30%, 채권펀드에 70%를 투자하라는 결론을 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주식에서 연간 7~12%의 수익을, 채권에서는 연간 3~5%의 수익을 예상한다. 따라서 현금 6억5000만원 중 2억원을 주식펀드에, 나머지 4억5000만원은 채권펀드에 투자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지금 당장 목돈이 없다면 은퇴자금 마련 10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은퇴자금 전부를 마련한다는 가정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은퇴 시점인 60세에 퇴직금, 은행에 저축해둔 예금 등으로 5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나머지 5억원만 추가로 마련하면 된다. 투자수익률을 5%로 가정하면 매월 320만원을 확보하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이때에도 주식펀드에 30%, 채권펀드에 70%를 투자, 연 5%의 수익률을 목표로 설계해보자. 물론 매월 320만원을 투자하기란 고액연봉자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연령별 자금 마련 계획은 뒤에 자세하게 설명하겠지만, 이럴 경우 주식펀드의 투자비율을 높이거나, 투자기간을 연장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주식펀드에 매달 투자하는 방법을 적립식 투자라고 한다. 이렇게 투자하면 주가가 하락할 경우 주식펀드의 매입량이 늘어나 매입단가가 떨어진다. 주가가 상승하면 낮은 가격으로 매입한 만큼 수익률도 높아진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적립식 투자기법으로 은퇴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따라서 주식펀드와 같이 투자위험이 있는 상품에 대해 적립식으로 장기간 투자하다 보면 결국 위험은 줄어들고 기대수익률은 높아진다.

    은퇴자금을 마련할 때는 기대수익률이 높은 상품에 장기간 매월 투자하는 것이 좋다. 평소에 이용하지 못했던 주식펀드나 주식혼합펀드를 이용해 투자하면 은퇴자금을 효과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

    재산 상태부터 진단하라

    자신을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장기적인 노후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자신의 재산 상태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40대에 접어든 사람이라면 적어도 1~2개의 정기예금과 4~5개의 생명보험, 1~2개의 연금 상품에 가입해 있을 것이다. 또 아파트 1채와 아파트 담보대출 금액이 꽤 많을 가능성이 높다. 그 외 자동차보험, 사업장이나 가계의 수입과 부채, 주식투자 자금이 있을 수 있다.

    이를 카테고리별로 정리하면 금융자산, 부동산, 연금, 보험, 기타 자산, 부채, 현금으로 나뉜다. 자신의 재산 상태를 파악할 때는 다음과 같은 원칙에 따라야 한다.

    첫째, 가능하면 시장에서 실제 거래되는 가격으로 평가한다. 정확한 시장가격이 없더라도 최대한 시장가격에 근접하게 산출해야 한다. 자산은 부동산, 주식, 채권, 현금성 자산으로 나눌 수 있다. 채권에는 정기예금과 적금, 각종 예금상품, 채권펀드 등이 모두 포함된다. 또 주식과 채권을 적절히 섞어서 투자하는 혼합형 펀드는 주식투자액과 채권투자액으로 구분해 파악하면 된다.

    둘째, 부부가 함께 자산 목록을 작성하고 점검한다.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자산 목록을 작성하다 보면 서로 알지 못했던 자산도 공유할 수 있으며 앞으로의 은퇴 준비에 대한 인식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부부간의 원활한 협조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노후준비가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장기적인 투자계획을 마련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산별 구성비를 효과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6개월치 생활자금을 유동성 자산(비상금)으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동산 자산을 조정할 수 없다면 주식과 채권 구성비율을 조정하는 것이 투자의 성패를 결정한다.

    제아무리 ‘평양감사’라도 자기가 싫다면 못하는 법이다. 마음이 내키지 않는데 전문가가 하라는 대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투자성향을 전문가와 함께 파악해서 이를 반영해야 한다. 투자성향은 위험성향이라고도 하는데 위험을 받아들이는 정도를 말한다. 달리 말한다면 ‘위험 허용 수준’이라고 할까. 자신의 위험성향 수준에 맞게 투자해야 마음이 편하다. 주식처럼 수익률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리는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는 감당할 자신이 없으면 하지 않는 게 좋다. 투자 기간 내내 불안해 하기 때문이다.

    나의 투자성향은?

    투자에서 위험이란 수익률이 변화하는 정도를 말한다. 주식투자의 위험이 높다는 것은 주식의 수익률이 왔다갔다하기 때문이다. 주식은 연간 10% 전후의 수익률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상황이 악화되면 30% 이상 하락할 수도 있고, 경제상황이 호전되면 30% 이상의 수익도 바라볼 수 있다.

    채권은 위험도가 주식보다 낮다. 채권의 위험 수준은 주식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채권은 통상 연간 4%의 수익률이 예상된다. 하지만 물가 상승으로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값이 하락해 채권에 대한 투자수익률은 떨어진다. 1년에 1% 정도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가격은 1~1.5% 하락하므로 채권수익률이 2%대로 하락할 수 있다. 물론 반대로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수익률이 2% 정도 상승할 수 있다.

    위험 허용 수준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어떤 사람은 손해가 나더라도 위험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고, 어떤 사람은 수익률이 낮더라도 위험은 감수하지 않으려고 한다. 투자자의 나이, 직업에 따라 위험을 받아들이는 정도와 수준도 다르다. 30대 초반에 투자할 때와 50, 60대에 투자할 때의 위험에 대한 태도는 확연히 다르다. 또 성격이나 교육 정도, 투자자산 규모, 투자기간 등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위험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각자의 위험성향을 분석해야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을 결정할 수 있다. 위험 회피적인 투자자는 위험자산 투자비중을 낮게 잡아야 한다. 위험을 선호하는 투자자는 위험자산 투자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것이 당연하다.

    사실 위험성향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자신의 마음 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사람은 아마 흔치 않을 것이다. 상황별로 다르고, 투자에 대한 경험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투자자의 위험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설문지를 활용한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부분의 응답자는 임의적으로 대답한다. 결과를 활용하는 금융사의 방법도 논리적이지 않다. 특히 투자경험과 지식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응답자는 위험은 무조건 회피하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높은 수익률을 추구한다. 이런 이중적 태도 때문에 위험성향을 측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 과거 잘못된 투자로 투자 자세가 왜곡된 경우 위험성향 또한 왜곡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어떤 금융상품을 고를 것인가

    이제 가야 할 목적지를 정했다면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가장 효율적인 수단을 찾아내야 확실하게, 빨리 목적지에 갈 수 있다. 금융 상품을 고를 때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첫째, 적어도 10년 이상 장기간 운용되는 상품이어야 한다. 연간 단위로 운용하거나 2~3년 단위로 운용하는 상품은 연금 상품으로 이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일정 기간에만 운용되는 부동산펀드라든지 주가연계증권펀드(ELS)도 노후 준비에 맞지 않는 상품이다.

    둘째, 아직 은퇴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비교적 많이 남은 사람이라면 주식과 같이 기대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안정적인 채권 상품에 투자하는 것보다 바람직하다. 최소한의 노후자금이라도 마련하는 일은 녹록지 않다. 용기를 내서 기대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셋째, 워낙 장기로 가입해야 하는 상품이므로 수수료 같은 비용이 크지 않아야 한다. 단기 상품이야 비용에 신경 쓰지 않고 투자할 수 있지만 장기 상품은 비용이 누적되기 때문에 결국 수익률을 낮추는 결과를 빚는다.

    넷째, 연금 지급이 가능한 상품을 이용해야 한다. 은퇴 후 생활비의 70~80%가 연금 형태로 지급되도록 해놓으면 불안하지 않아서 좋다. 가급적 은퇴 상품은 매달 연금으로 지급되는 것을 선택하자.

    현재 투자자가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은퇴 상품은 개인연금, 기업연금, 국민연금이다. 이런 상품은 기본적으로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세 가지 연금으로는 은퇴자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없다. 다른 상품을 찾아야 한다. 가령 변액연금보험과 적립식 펀드는 좋은 투자 대상이다.

    변액연금보험은 펀드처럼 자산운용회사의 전문 펀드매니저들이 운용하고, 나중에 연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실적 배당형 펀드에다 연금식의 지급기능을 더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변액연금보험은 보험의 성격보다는 펀드의 성격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부터 도입됐고 최근 각 보험사에서 주력상품으로 판매할 만큼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이 상품은 반드시 10년 이상 가입해야 한다. 가입 전 주식으로 운용하는지, 채권으로 운용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변액연금보험과 펀드 비교
    구분 변액연금보험 펀드
    투자방법 펀드매니저가 운용 펀드매니저가 운용
    투자대상 주식, 채권 등 모든 자산 주식, 채권 등 모든 자산
    비용 운용보수, 수탁자보수, 사업비 운용보수, 수탁자보수, 판매수수료
    운용자산의 수익률 펀드와 동일 펀드와 동일
    연금 지급 여부 연금지급 가능 없음
    보험 적용 방식 사망, 장애시 보험금 지급 없음
    세제 혜택 10년 이상 계약시 비과세 없음
    투자기간 최소 10년 이상 6개월~수십년


    여러 가닥을 꼬아 만든 밧줄이 튼튼하다

    또한 펀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펀드는 변액연금보험보다 초기 비용이 매우 저렴하다. 그러나 수십년 투자할 경우 계속 일정 비율의 비용을 차감하기 때문에 장기 투자할수록 비용이 커진다는 단점이 있다. 또 펀드를 이용해서 자금을 마련하다 보면 은퇴 시점에 환매한 뒤 또다시 연금 상품으로 갈아타는 불편함도 있다.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펀드는 수많은 펀드매니저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운용하기 때문에 어떠한 상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만하다는 매력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상품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투자자는 자신의 성향에 맞춰 입맛대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금융 상품을 선택할 때는 금융기관 직원 중에서 은퇴 설계가 가능한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창구 직원들은 전문성이 떨어진다. 이들이 투자 예상 자금을 추정하고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기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실력 있고 믿을 수 있는 직원을 선택하는 데 주저해서는 안 된다.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전문적인 재무설계 기법을 공부한 전문가를 찾아보자.

    적금이나 확정금리부 상품처럼 안정성이 높은 상품은 연금 상품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상품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실제 제시하는 수익률보다 낮아져 충분한 은퇴자금을 마련할 수 없다. 예컨대 연 4%의 이자를 제시하는 적금에 가입했다고 하자. 첫달에 넣은 돈은 4% 이자 적용을 받는다. 그러나 다음달에 넣은 돈은 첫달 이자분을 제외한 이자를 받는다. 이런 식으로 1년 불입하면 12개월째 넣은 돈은 실제 연 2%의 이자를 적용받는 셈이다.

    과거에 누리던 고금리 혜택은 다시 맛볼 수 없으므로 안정성에 매달리는 자세는 일찌감치 버려야 한다. 주식펀드처럼 다소 위험이 있어도 장기간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상품을 찾아야 한다. 바다는 익사할 위험도 있지만 수영을 잘한다면 몸을 단련하고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투자자의 용기와 인내심도 중요한 요소다. 조금만 손실이 나거나 수익률이 악화되어도 안절부절못해 투자 계획을 수정한다면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 ‘투자는 엉덩이 싸움’이라는 말이 있듯 용기와 인내력을 갖고 당초에 세운 장기 플랜을 고수해야 결실을 볼 수 있다.

    적립식 펀드는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할까. 적립식 펀드 투자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적립식 펀드라는 특정 상품에만 가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증권사 같은 판매회사가 새로운 상품이랍시고 막 쏟아낸 것이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어떤 펀드라도 일정한 기간에 일정한 금액을 꾸준히 불입하면 적립식 투자요, 그 상품은 적립식 펀드가 되는 것이다. 적립식 펀드 투자는 투자 방법 중 하나일 뿐 특정 상품이나 운용방식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넘어가자.

    둘째, 펀드 수익률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좋다. 복잡한 운용전략을 구사하기보다는 단순하게 운용하는 펀드가 좋다. 예컨대 ‘주가가 오르면 내 펀드의 수익률이 어느 정도 올라가겠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어야 한다. 주가가 올랐는데 수익률이 떨어져 수익률의 움직임을 짐작할 수 없는 펀드는 피해야 한다. 예를 들면 원금보장형 상품, 파생상품펀드, 부동산펀드, 선박펀드처럼 복잡한 것은 적립식 투자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다. 이런 상품은 대부분 파는 사람도 어떻게 수익이 나고 손실이 나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장기간 투자하는 만큼 변동성이 있는 펀드가 적합하다. 변동성이 어느 정도 있어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장기 적립식으로 투자하면 변동성에 따른 위험은 줄어든다. 채권펀드보다는 주식펀드가 좋다. 더구나 국내 채권펀드는 외국보다 훨씬 짧은 기간 운용하기 때문에 장기 투자로는 적합하지 않다.

    PART 2. 당당한 은퇴를 위하여
    장기간 검증된 펀드를 골라야 한다. 일부 운용사에 있어 적립식 펀드는 하나의 ‘유행’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작심하고 가입하는 투자자에게는 바람처럼 왔다 가는 유행일 수 없다. 따라서 적립식 바람을 타고 새로 등장한 펀드보다는 이미 오랫동안 고객에게 제시한 운용전략대로 꾸준히 운용한 펀드를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

    장기간 운용 성과를 검증한다는 것은 수익률을 따진다는 측면보다 운용전략의 일관성을 따지는 측면이 크다. 수익률은 주가나 금리에 따라 오르거나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요인과 관계없이 투자자와 미리 약속한 운용전략을 꾸준히 지켰는지 평가해야 한다. 운용전략은 이해하기 쉽고 뚜렷한 것일수록 좋다. 운용회사가 시장상황에 따라 알아서 한다는 식으로 한다는 곳은 피하라.

    또한 자산운용사의 투자 철학이 명확한 상품을 골라야 한다. 수년 후의 수익률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자산운용사는 조사 능력, 펀드매니저 운용경험,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자신만의 운용 스타일을 만든다. 가치주 투자, 대형주 투자, 성장주 투자 같은 스타일을 당장의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유지하는 자산운용사라면 믿을 만하다.

    해외펀드도 적립식 투자 대상으로 괜찮다. 해외펀드는 전세계 여러 국가의 주식과 채권을 대상으로 투자한다. 국내 펀드와 적절히 섞어서 투자할 경우 수익률 변화를 줄이며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여러 가닥으로 꼬아서 밧줄을 만들면 더욱 튼튼해지듯 해외펀드를 이용하면 위험을 줄이고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적립식 펀드를 고를 때는 펀드와 자산운용사를 먼저 선택한 후 해당 펀드를 어느 증권사나 은행에서 판매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해당 자산운용사의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해 문의하면 알 수 있다. 적립식 펀드가 유행하면서 은행이나 증권사 직원의 말만 믿고 덜컥 ‘저축이나 들자’는 식으로 막연하게 시작한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이번 기회에 자신이 가입한 펀드의 종류를 한번 따져보고 만약 잘못 선택했다면 투자 대상을 수정하는 것도 괜찮다.

    점쟁이의 길, 투자자의 길

    의외로 많은 사람이 몇 개월 후나 몇 년 후의 주가와 금리를 예측하려고 든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주가나 금리는 논리적으로 계산되지 않는 요인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마치 점쟁이처럼 주가나 금리를 예측하면서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운이 좋아서 맞췄다면 몰라도 틀렸을 경우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다. 리스크를 관리한다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지 않고 투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자의 유형에는 4가지가 있다.

    제1 유형은 직접투자, 단기 승부형이다. 이런 투자자는 시장의 움직임을 단기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곳에 투자하려 한다. 만약 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가장 유망한 종목을 선택할 수 있다면 그 종목에 모든 자금을 투자할 것이다. 투자 지식과 경험이 많지 않은 투자자일수록 이런 환상을 품는다. 부동산 시장에 이런 유형의 투자자가 많다. 아파트, 상가, 토지 등의 미래 가격과 유망 지역을 동시에 예측할 수 있다고 발언하는 전문가가 지나치게 많다. 이들은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제2 유형은 선물·옵션 투자형이다. 이런 인식을 가진 투자자는 수백 개 혹은 수천 개의 종목 중에서 가장 좋은 투자 대상을 고르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주가나 금리의 흐름을 예측해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주로 주가지수선물이나 옵션 투자자가 이 부류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개인 투자자가 선물과 옵션 투자를 하는 국가로 유명하다. 이런 사실은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주가와 금리 동향을 예측하려는 성향이 매우 강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 부류에 속하는 투자자들은 일확천금을 겨냥해 단기간에 고수익을 지향하는데, 결코 바람직한 투자 자세가 아니다. 더구나 노후 대비라면 말할 것도 없다.

    제3 유형은 적극적인 펀드 투자형이다. 이런 인식을 가진 투자자들은, 시장의 움직임은 예측할 수 없지만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종목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대박’ 종목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이들은 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다고 간주하고, 여러 가지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위험을 분산하고자 합리적으로 투자하는 자세를 갖고 있다. 그래서 그들을 ‘포트폴리오 투자자’라고 부른다.

    이들은 수익률이 가장 높게 실현될 자산에 대해 예측하고 있지만, 예측이 틀릴 경우에 대비해 자금을 여러 곳에 분산해 투자하기를 좋아한다. 반대로 어떤 자산의 수익률이 매우 악화되더라도 분산투자 차원에서 계속 보유하길 원한다. 이런 활동을 주로 하는 직업이 바로 펀드매니저나 증권사 애널리스트다.

    마지막 제4 유형은 자산 배분을 선호하는 신중한 펀드 투자형이다. 이런 인식을 가진 투자자는 시장이 매우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것은 현재 증권의 가격은 이미 모든 정보를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현재 투자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정보로는 도저히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이들은 개인 투자자들이 돈을 벌 만한 고급 정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급 정보는 돈 있는 기관 투자자들조차 많은 비용을 치르고 입수하기 때문에 설사 이익을 얻더라도 비용을 제외하면 얻는 것이 많지 않다고 본다.

    이 부류의 투자자는 주식, 채권, 부동산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투자한다. 주로 장기 투자자들이고, 종합주가지수나 채권지수와 같은 시장 평균수익률 정도를 얻기 위해 계획을 수립한다. 또 종목 선택은 전문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들에게 맡긴다.

    네 가지 유형 중 당신은 어떤 유형인가. 바람직한 투자자는 제4 유형과 제3 유형을 섞은 형태다. 장기적인 투자계획을 세우고 좋은 펀드를 고르기 위해 노력하는 투자자다. 인생의 재무목표를 달성하려면 신중한 태도로 투자해야 한다. 제4 유형은 시장을 단기적으로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지 잘 알고 있기에 자산구성을 설계한 뒤 펀드매니저에게 자금을 맡기고 종목 선택에 집중한다. 굳이 직접 나서서 그 많은 기업과 종목을 분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능력과 자질이 뛰어난 펀드매니저를 선택했다면 당연히 높은 성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사랑하는 배우자를 위한 특별한 계획

    조강지처를 버리고 성공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자수성가한 백만장자들은 성공의 주춧돌로 ‘내조를 잘해주는 배우자’를 꼽고 있다. 가족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사회적으로 성공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성공한 사람이라면 노후 준비에서도 가족과 배우자를 배려하는 자세가 필수다.

    은퇴 준비에는 4가지 요소가 있다는 점을 앞서 설명했다. 즉 60세에 은퇴할 경우 20년간 부부가 쓸 생활비, 남편의 사망 전후 의료비용, 부인이 홀로 7년 이상 생존할 때 필요한 생활비, 그리고 부인의 사망 전후 의료비용이다. 여기에선 특히 간과하기 쉬운 남편 사망 이후 부인의 생활비와 의료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해 다뤄보자.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남성 위주로 재무 설계를 수립했다. 주로 남성이 돈을 벌었기 때문에 부동산이나 금융자산 대부분이 남편 명의로 돼 있다. 금융기관 직원도 상품 가입자가 주로 남성인 까닭에 자연스럽게 부인을 소홀하게 여겼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는 선진국과 달리 많은 여성이 남편 사후에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경제력이 없는 여성 독거노인이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한 형편이다. 따라서 사랑하는 부인을 위해 몇 가지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부부가 함께 진지하게 부인만의 은퇴 설계를 수립해야 한다. 남편과 부인이 머리를 맞대고 많은 의견을 나눠야 한다. 대개의 경우 남편보다 부인이 오래 생존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부인의 노후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준비해야 한다. 남편 사후 부인에게 필요한 것은 최소 2억원 이상의 현금과 거주용 부동산이다. 이때 노후생활비는 가능하면 연금 상품으로 마련해야 하므로 변액연금이나 변액유니버셜보험 같은 보험 상품을 활용하면 된다.

    거주용 부동산의 경우는 현재 남편 단독명의로 된 아파트나 주택을 부부 공동명의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만약 거주용 부동산이 남편 단독명의로 되어 있으면 남편 사망시 자식과 부인이 모두 상속 대상자다. 따라서 집을 분할 소유하게 되고, 때론 부인이 실제 거주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홀로 사는 외로움은 상상 초월

    셋째, 보험을 재정비해야 한다. 남편이 가입한 종신보험은 대부분 사망시 보험금 수령인을 법정상속인으로 해뒀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사망보험의 수익자로 부인을 지정해야 부인이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부인도 홀로 생활하다가 질병에 걸리거나 노환으로 사망하게 되는 경우에 대비해 보험이 필요하다. 또한 부인의 명의로 CI보험(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으로 중병 상태가 계속될 때 보험금의 일부를 미리 받는 보험), 민영건강보험, 장기간병보험과 같은 노인성 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비금전적인 준비도 중요하다. 평생 사랑하고 의지하던 남편이 사망한 후 부인이 겪는 외로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무리 많은 재산이 있다 하더라도 우울증이나 불면증과 같은 정신적인 질환을 앓거나 외로움에 시달릴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부부가 상의해서 종교생활, 사회봉사활동, 취미활동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가능하면 홀로 생존한 부인이 실버타운이나 노인집단거주시설에 입주해서 여생을 외롭지 않게 보내는 방법을 같이 고민해보는 것도 좋다. 생각보다 준비할 사항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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