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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의 대중문화 보충수업 ②

‘자유부인’에서 ‘야수’까지, 영화 속 ‘작업법’ 총정리

느끼, 막무가내, 심신이원론, 파격과 변주… 여인네 도발 부추기는 작업男의 필살기

  • 이승재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sjda@donga.com

‘자유부인’에서 ‘야수’까지, 영화 속 ‘작업법’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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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민준의 작업법은 중요한 시사점을 보여줍니다. 여자의 마음을 진정 훔치기 위해서는 말 속에 구체적인 ‘팩트(fact)’를 담아야 한다는 점이죠. ‘유럽의 전설’ ‘담배에 얽힌 사연’ ‘30원’과 같은 디테일을 말 속에 섞어야 여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당신은 꽃처럼 아름다워요”라는 밋밋한 말보다는 “당신은 프리지아처럼 향기가 참 좋네요”라는 말이 훨씬 입체적이고, 또 “당신은 한 송이 백합 같아요”라는 표현보다는 “당신은 한 송이 백합 같아요. 아름답기는 하지만 추위에 약하고 쉽게 토라져버리는 모습이 늘 나를 불안하게 해요”라는 말이 상대방의 마음을 확실하게 흔들 겁니다. “오늘 향수 냄새가 좋은데!” 대신에 “오늘 당신의 향수 냄새는 프라다가 만든 첫 번째 향수처럼 고전적이면서도 도발적인 느낌이에요”는 어떨까요.

‘느끼한 전략’은 만국 공통의 ‘수컷 전략’인 듯도 싶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멜로 영화 ‘도쿄타워’에서도 여실히 증명되니까요. 21세 의대생 토오루(오카다 준이치)가 스무 살 연상의 명품 패션 전문점 여사장 시후미(구로키 히토미)에게 던지는 한마디를 살펴볼까요.

“내 안에서 당신을 지우는 건 불가능해요. 당신은 작고도 아름다운 방이에요. 나는 3년간 그곳에 있으면서 당신이 좋아하는 소설을 읽고 당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어요. 그 방을 나와서는 살 수 없어요. 살아봤자 의미가 없어요.”

여자는 알면서도 넘어옵니다. 그녀의 마음을 제대로 훔치기 위해서는 늘 구체적인 디테일을 말 속에 담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코뿔소식 ‘막무가내’ 작업법 : 영화 ‘연애의 목적’

남자들이 생각하는 ‘연애의 목적’이란 무엇일까요. 십중팔구 ‘섹스’입니다. 얼마 전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배우 송일국은 이런 말을 하더군요.

“남자들이란 예외 없이 ‘깔때기’ 같은 존재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저런 행동을 하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오로지 한 곳으로 목적이 귀결된다는 점에서 말이죠. 오로지 섹스 말입니다. 하지만 여자는 달라요.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천이면 천, 모두 다르죠.”

실로 탁월한 비유와 해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깔때기라…. 지난해 개봉해 169만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 ‘연애의 목적’에는 정말 깔때기 같은 남자가 등장합니다. 이 영화에서 고등학교 영어교사 유림(박해일)은 교생이지만 나이는 자신보다 한 살 연상인 홍(강혜정)을 호시탐탐 노리죠.

이 영화에서 유림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을 실제로 증명해 보입니다. 그는 자신의 체면을 땅바닥에 내팽개치고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홍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집적대면서 ‘도끼’처럼 계속 찍어대죠.

“와, 다리가 너무 예뻐요.”(유림)

“네.”(홍)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지만, 같이 자고 싶어요. 우리 같이 자요.”(유림)

“왜 그러세요, 이 선생님.”(홍)

“최 선생님, 안고 싶어요.”(유림)

“많이 취하셨나 봐요. 그만 일어나죠.”(홍)

“저 원래 굉장히 솔직한 스타일이거든요. 감추고 음흉한 거보다는 낫잖아요.”(유림)

“처음 만난 여자들한테 다 그래요?”(홍)

“아니요. 맘에 들고 좋아야 그러죠.”(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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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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