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호

괌 망길라오 골프클럽

밀림 헤치고 태평양 건너니 눈앞엔 왕릉이 펼쳐지고…

  • 김맹녕 한진관광 상무, 골프 칼럼니스트 kimmr@kaltour.com

    입력2006-02-02 14:3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남녘으로 4시간만 옮겨가면 계절이 바뀐다. 겨울이 여름으로. 따뜻한 남태평양 한가운데 떠 있는 섬나라 괌. 원시 밀림과 태평양 연안의 자연을 절묘하게 활용해 만든 골프코스에서 라운드를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탐험대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괌 망길라오 골프클럽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남국 푸른 초원의 유혹은 잔인할 만큼 뜨거워진다. 결국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지난 신정 연휴를 기회 삼아 괌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칼바람이 부는 인천공항 활주로를 뒤로하고 이륙한 지 4시간 만에 비행기는 남태평양의 대표적 휴양지 괌에 도착했다. 공항에 내려서자 얼굴에 부딪히는 공기부터가 달랐다. 상큼한 바다 냄새를 잔뜩 머금은 훈풍이 코끝을 간질였다.

    괌 공항은 피한(避寒)차 이곳을 찾은 북반구 겨울 골퍼들의 긴 행렬로 부산했다. 간간이 결혼식을 막 끝내고 날아온 신혼부부들도 눈에 띄었다. 괌은 미국령이지만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고, 수속도 간단하다.

    시내로 이동하는 차창을 통해 시야에 들어온 괌 시내는 무척 평온해 보였다. 해변에 인접한 H호텔에 여장을 풀고 커튼을 젖히니 환상적인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강렬한 태양 아래 넘실거리는 장대한 남태평양과 하얀 백사장, 그 곳에 점점이 펼쳐진 각양각색의 파라솔과 그 밑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바다 위엔 바나나 보트와 패러세일링을 즐기는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별천지가 따로 없었다.

    괌은 한국과 일본 골퍼들에게, 특히 중·장년 골퍼들 사이에서 최고의 겨울철 휴양지로 꼽힌다. 골프에 적합한 기후에, 거리는 가깝고 여행경비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1521년 3월6일 마젤란이 항해 중 최초로 발견한 이 섬은 1565년 스페인의 탐험가 레가스피가 영토권을 선언한 후 1898년 미·스페인 전쟁 결과 미국령이 될 때까지 스페인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1941년 태평양전쟁 당시에는 한때 일본군이 진주하기도 했다. 거제도보다 약간 큰 550㎢에 불과하지만 마리아나 군도에서는 가장 큰 섬이다. 수도는 아가냐. 인구는 11만명이며 원주민인 차모로인이 주민의 46%를 차지한다.

    괌에는 잭 니클라우스, 그렉 노먼, 게리 플레이어 등 세계적인 골퍼들이 직접 설계한 7개의 골프코스가 있다. 골퍼들이 이곳을 자주 찾는 것도 이처럼 다양한 코스와 국제적인 수준의 골프장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서 가장 유명하고 독특한 코스가 망길라오(Mangilao) 골프클럽이다.

    전·후반 전혀 다른 코스

    1992년 4월에 개장한 망길라오 골프코스는 로빈 넬슨이 설계했으며, 파 72에 백티(back tee) 기준으로 6788야드의 국제 수준급 챔피언 코스다. 이 골프장의 상징은 괌에서 가장 많이 서식하는 아열대 꽃인 붉은 부켄베리아. 이곳의 아침저녁 기온은 23℃ 전후이고, 한낮에도 26℃를 넘지 않아 한국의 늦여름 날씨와 비슷하다. 하지만 무역풍 덕분에 습도가 높지 않아 선선하다.

    라운드 등록을 위해 프로 숍에 들어서자 원주민 아가씨가 차모로 언어로 “하파데이(안녕하세요)”라면서 반갑게 맞았다. 그린피는 150달러. 괌에서는 비싼 편이지만 코스를 마친 후엔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 9홀은 대부분 광활한 데다 OB도 없고, 티잉 그라운드에서 깃발을 볼 수 있어 자신감 넘치는 드라이버 샷을 날릴 수 있다. 양쪽 측면에는 깔끔하게 다듬어진 팜 트리와 연못이 있다.

    괌 망길라오 골프클럽

    망길라오 골프클럽의 후반 9홀은 잠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난코스가 이어져 긴장을 가중시킨다.

    하지만 후반 9홀은 완전히 다르다. 잠시도 긴장을 풀 수 없는 난코스가 이어진다. 계곡, 밀림, 돌밭, 워터 해저드가 곳곳에서 골퍼들의 미스 히트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바람은 수시로 방향을 바꾸고, 산과 바다, 하늘 그리고 열대림으로 조성된 조경은 착시 현상을 일으켜 거리 측정에 혼선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따라서 그린에 볼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

    또 열대지방의 울창한 밀림과 야자수, 그리고 남태평양이 선사하는 환상적인 경관이 오히려 골퍼들의 긴장감을 가중시킨다. 후반 9홀을 마치고 나면 마치 딴 세상을 잠시 다니다 온 듯싶다.

    후반 9홀을 무사히 마치기 위해서는 정확한 드라이버 샷과 아이언 샷이 필수다. 조금이라도 거리가 짧거나 길면 1벌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이 코스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전략적인 매니지먼트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홀은 12번 파3홀과 13번 파5홀인데, 괌 골프코스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홀로, 매우 도전적이다.

    12번 파3홀은 티잉 그라운드와 그린 사이에 태평양이 떡하니 가로막고 있다. 특히 파도가 해안 절벽에 부딪혀 일으키는 하얀 포말은 골퍼들에게 위압감을 준다. 거리는 자그마치 188야드로 파3홀치고는 매우 길다. 여기에 맞바람까지 강하게 불기 때문에 프로나 싱글 골퍼는 3번·4번 아이언을, 일반 아마추어는 4번·5번 우드로 정확하게 쳐야 겨우 온 그린을 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빗나가면 공은 태평양의 거친 파도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이곳에서 자주 라운드하는 지역 골퍼들 사이에서도 이 홀에서 파를 잡으면 맥주로 한턱을 내야 할 만큼 어려운 홀로 정평이 나 있다. 외국인 골퍼들은 뒤따르는 조가 밀리지 않으면 두세 차례씩 거듭 도전하는데, 대부분 공만 연거푸 바닷속에 제물로 바친 채 그린 주변 드롭 지역에서 마무리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13번 파5홀은 티잉 그라운드와 페어웨이 사이에 태평양이 놓여 있고, 그곳을 넘어가면 오른쪽에는 밀림이, 왼쪽에는 돌밭이 버티고 있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180야드의 계곡을 넘기는 정확한 드라이버 샷을 해야 페어웨이에 안착할 수 있다. 만약 슬라이스나 훅이 나면 공은 돌밭이나 숲 속으로 떨어져 1벌타를 받고 스페셜 티에서 4번째 샷을 해야 한다. 치기 어려운 만큼 이 코스에서 가장 뛰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홀이기도 하다.

    중국 왕릉 같은 마지막 홀

    마지막 18번 홀은 중국의 왕릉처럼 작은 구릉이 페어웨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마치 묘지에서 라운드하는 기분이 든다. 공이 능 아래로 떨어지면 다음 샷을 할 때 공이 능 턱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 처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한편 라운드를 하면서 이곳에서만 서식하는 황누렁이 두꺼비와 흰색의 열대 선인장을 볼 수 있고, 갈매기를 비롯한 다양한 바다 새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골프코스에서 맛보는 또 다른 매력이다.

    라운드를 마치고 클럽하우스에서 태평양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을 바라보면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잔은 난코스에서 라운드 하느라 쌓인 스트레스를 한 방에 풀어준다.

    물론 모든 이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골프코스에서 라운드를 마친 골퍼들 가운데 “골프처럼 어려운 게 없다”는 탄식을 내뱉으며 비행기에 오르는 이가 많은 것을 보면.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