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뒤죽박죽 책읽기

황우석 파문, 그들은 알고 있었다

  • 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 차장 khmzip@donga.com

황우석 파문, 그들은 알고 있었다

2/2
저자는 책에서 할말을 다 했다. 광우병으로 온 세계가 떠들썩할 때 ‘광우병 안 걸리는 소’를 만들겠다고 한 황 교수의 발언을 대서특필하면서도 그 소가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것에는 이상하리만큼 침묵한 언론의 불균형한 시각, 또한 유전자 조작 콩은 불안해서 못 먹겠다는 국민이 ‘광우병에 안 걸리는 소’는 낙관하고 믿어주는 아이러니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짚었다. 다만 이것을 읽어내는 눈 밝은 독자가 적었을 뿐이다.

수상한 과학, 섹시한 과학자

지난해 여름 이 책을 낸 이제이북스 출판사 사장에게 “필요한 책이지만 팔리지는 않을 책”이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난다. 필자의 말대로 언론에서 제법 띄워주려고 노력했음에도 책 판매는 신통치 않았다. 출판사 사장은 “왜 이리 반응이 없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지만 정말 몰라서 물었을까.

사람들은 경고를 인정하기보다 외면하는 쪽을 택한다. 허망한 기대일망정 열광할 때가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런 열광은 모든 불안감을 덮어버리는 진통제이며 만약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자가 있다면 ‘공공의 적’이 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 MBC ‘PD수첩’ 팀이 바로 그런 진통을 겪었다. 그러니 ‘과학은 열광이 아니라 성찰을 필요로 한다’ 같은 책을 읽으며 양날의 칼인 생명공학을 좀더 차분하게 지켜보는 것보다 ‘세상을 바꾸는 과학자 황우석’에 열광하는 쪽이 훨씬 쉬운 선택이었던 것이다.

‘황우석 파동’이 있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은 우리 과학계와 과학담당 기자들 대부분이 이미 오래 전부터 파국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그 강도가 이렇게 엄청날 줄은 몰랐겠지만. 그래서 그들이 보낸 신호가 일반 대중에게 전달되기에는 너무 약했던 것이다. 어쨌든 그들에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면 한결같이 “이럴 줄 알았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꼭 2년 전인 2004년 1월, 강릉대 전방욱 교수는 생명공학의 이익이나 위험성 모두 불명확하다는 의미가 담긴 ‘수상한 과학’(풀빛 펴냄)이라는 책을 펴냈다. 눈에 띄는 것은 이 책의 8장 ‘섹시한 과학자’가 바로 황우석 교수를 지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9년 2월 국내 최초로 복제소 ‘영롱이’를 탄생시키면서 단숨에 스타 과학자가 된 황우석 교수는 그해 여름 백두산 호랑이 복제 계획을 발표해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이듬해 봄까지 대리모에 호랑이 수정란을 착상시켰다는 발표가 나왔지만, 여름부터 슬그머니 호랑이 뉴스가 사라졌다. 그러나 이것을 알아차리고 이상하게 여긴 사람은 많지 않았다.

2003년 12월 언론은, 수술복을 입고 나와 세계 최초로 광우병 내성을 가진 소와 형질전환 미니 돼지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황우석 교수와 그 현장을 방문한 대통령 내외 관련 기사를 일제히 내보냈다. 그 후 황 교수 연구에 딴죽을 거는 용감한 사람은 더는 나오지 않게 됐다.

비판적 사고의 결핍

전 교수는 이 책에서 연구자가 연구 결과를 얻기도 전에 연구에 착수했다는 사실, 혹은 연구가 진행 중이라는 것을 언론에 흘리고 언론은 앞다퉈 그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기에 급급한 행태가 얼마나 큰 위험을 내포하는지 경고했다. 즉 기자회견이나 보도자료를 통해 연구결과를 알릴 때 선점권 및 연구비 확보 등의 장점을 가질 수 있는 반면, 다른 과학자의 재확인 없는 발표는 과학의 완결성을 훼손하고 일방적인 정보만을 제공하는 등의 단점이 있다는 사실을 적시했다.

또한 생명윤리에 관한 한 자신들에게 맡겨달라는 생명과학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우려를 금치 않았다. “일부 과학자들이 일반 대중에 비해 윤리의식이 희박하다는 사실은 장기적으로 과학자들의 의견이 일반 대중의 신뢰를 상실하거나, 정책 결정에서 배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전 교수의 경고가 오늘날 현실이 되고 있지 않은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심정으로 ‘과학은 열광이 아니라 성찰을 필요로 한다’와 ‘수상한 과학’을 다시 읽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우리가 놓쳤던 경고들이 이제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내친김에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의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김영사)도 재독할 참이다. 칼 세이건은 ‘무지함의 죄’에 대해 에드문드 웨이 틸리의 말을 인용했다.

“어떤 것이 좋아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돈을 벌 수만 있다면 어떻게 벌든 그 방법은 괘념치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도덕적으로 나쁘다.”

과학적 무지와 비판적 사고의 결핍은 현대인에게 용서받지 못할 죄다.

신동아 2006년 2월호

2/2
김현미 동아일보 출판팀 차장 khmzip@donga.com
목록 닫기

황우석 파문, 그들은 알고 있었다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