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지방선거 공천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당의장. 지도에 표시된 것은 한나라당의 공천 잡음이 흘러나온 지역이다. 서울·경기와 영남에 집중되어 있다.
후보자들은 한나라당 공천을 받기 위해 해당 지역 의원들에게 사활을 건 줄 대기에 나선다. 그 과정에서 갖가지 해프닝도 줄을 잇는다. 공천의 이면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온갖 시스템이 작동하게 마련이다. ‘돈 공천’ 파문으로 어느 때보다 뒷말이 많았던 5·31 지방선거 공천. 영남 지역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최고의 기준은 ‘로열티’”
“의원들이 8할의 권한을 가졌다.”
지방선거 공천에 대한 지역 의원의 영향력을 여의도 정가 관계자들은 ‘8할’이라고 말한다. 거의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번 지방선거부터 하향식 공천을 의욕적으로 도입했다.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에 대한 공천권은 중앙당이 아니라 시·도당이 갖고 있다. 결국 지역 의원의 권한 행사는 이전보다 더 자유로워졌다.
의원을 향한 후보자들의 ‘충성경쟁’은 치열하고 뜨거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의원들이 자신들 앞에 줄을 선 단체장·지방 의원 후보들 가운데 한 명을 낙점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무엇일까. 전직 영남지역 구청장 A씨는 단언한다.
“자신에 대한 로열티가 공천 기준의 전부다. 자신의 입맛대로 요리할 수 있는 단체장을 앉혀야 한다는 것은 양보할 수 없는 기준이다. 능력은 그 다음이다. 훨씬 더 능력 있는 후보를 떨어뜨린 경우는 이번에도 비일비재했다. 영남에서는 한나라당 간판만 달면 (당선이) 되는데 능력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를 잘 아는 공천 희망자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경력을 앞세워 홍보하지 않았다. 의원들을 찾아가 ‘충성서약’을 하는 게 급선무였다.
기초단체장이 훗날 자신의 경쟁자가 될 것인지도 의원들로서는 후보자를 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실제로 지난 국회의원 후보 공천 과정에서 기초단체장 후보가 현역 의원들과 경쟁한 일이 있었다. 영남지역 의원 보좌관 B씨의 얘기다.
“지역 의원은 젊고 능력 있는 사람이 기초단체장을 맡는 걸 바라지 않는다. 지역 기반을 착실히 닦은 후 자신에게 도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원으로서는 그 점을 가장 두려워한다.”
2파전이 벌어진 대구 모 지역 구청장 공천이 그랬다. 경력으로 봐선 어느 후보보다 C가 유리했지만 결국 D가 공천됐다. C의 화려한 이력이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 이 지역 국회의원은 C의 공천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반면 D는 의원을 찾아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에 절대 관심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구청장이 되면 지역구를 잘 챙기겠다”는 약속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