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호

‘빈센트앤코 사태’ 뒤집어보기

  • 김민경 /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6-09-08 11: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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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센트앤코 사태’ 뒤집어보기
    참대단하다. 한국에서 상표 등록한 ‘빈센트앤코’라는 이름을 다이애나비가 애용한 시계로 팔아먹은 그 용기와 뻔뻔함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사라 제시카 파커 같은 스타가 아니라 죽은 다이애나 비를 들먹거린 건 그나마 글로벌 시대에 누군가 살아있는 사라에게 전화라도 걸까봐 두려웠기 때문일까?

    TV뉴스 앵커가 심각한 표정으로 “수천만원짜리 시계가 방수도 안 된다고 합니다”라고 말할 땐 바쉐론 콘스탄틴(세계 최고가 시계 브랜드 중 하나)의 이사가 “귀사의 값비싼 시계가 방수도 잘 안 되고 망치질에도 견디지 못하는 건 문제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걱정 마쇼. 우리 고객은 평생 물에 손 담글 일도, 망치질할 일도 없습니다.”

    요즘 시계시장은 자동차와 함께 럭셔리 브랜드 마케팅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 ‘좀더 비싼 시계’를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전세계 초고가 브랜드는 거의 다 수입되기 때문이다. 남자 시계의 트렌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사작전을 위해 개발된 복잡한 메커닉을 갖춘 기계식이고, 여자들 사이에선 다이아몬드 파베 세팅에 악어가죽 스트랩이 불티나게 팔린다.

    문제가 된 ‘빈센트앤코’도 명품 패션지에 광고와 기사로 도배를 하며 ‘새끼 악어 한 마리에서 단 하나의 스트랩을 만든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그래서 요즘 악어들은 스킨 보호를 위해 발톱, 이빨 손질을 받고 대리석 풀에서 산단다. 진짜 다이아몬드와 진짜 악어 가죽을 사용했다고 하니, 나름대로 ‘메이드 인 코리아’ 럭셔리 시계를 만든 셈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시계를 ‘가짜’라고 한다. 럭셔리 브랜드란 원가가 아니라 결국 시간과 이미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수십, 수백년에 걸쳐 소비자들에게 어필해 고유한 이미지를 쌓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럭셔리 브랜드가 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발 넓은 홍보대행사와 계약을 맺는다. 홍보대행사는 호텔이나 청담동의 바에서 호화판 론칭 행사를 연다. ‘셀레브리티’들과 매니저들에게 상품과 거마비를 주고 참석을 요청한다. 이들에게는 ‘연예인가’(소비자 판매가의 50∼80%)로 판매하고, 선물도 하고, 촬영 협찬도 한다. 바빠서 인터뷰는 못하시지만 론칭 파티에는 꼭 가는 ‘빠끔이’들도 있다. 인기 스타들이 이런 시계나 가방을 TV 화면이나 패션지에 비춰주면 가짜든 ‘짝퉁’이든 바로 ‘럭셔리 브랜드’가 되고, ‘럭셔리 브랜드’로 온몸을 감으면 ‘셀레브리티’로 인정받는 사회다. 딱 두 달이면 된다.

    나는 스타들이 광고나 영화 한편으로 받는 수억원의 개런티가 이런 치졸한 유혹을 거부하라는 품위유지비라고 생각한다. 론칭 파티 사절(謝絶)로 유명한 개그맨 신동엽씨나, 신용카드에서 샴푸까지 광고에 얼굴을 내밀면 책임감 때문에 그것만 쓴다는 배우 조인성씨 같은 스타들도 있다. 스타다운 스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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