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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래학자들이 본 한국 미래 보고서 ‘비전 2030’

“2006년 오늘만 있지, 2030년 오늘은 없다”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세계 미래학자들이 본 한국 미래 보고서 ‘비전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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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미래학자들에게 이 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묻게 된 계기는.

“정부가 9월 초쯤 비전 2030을 내놓는다는 것을 해외에 있는 미래학자들을 통해 들었어요. 보고서가 나오기 일주일 전부터 메신저를 켜면 나에게 ‘정부 보고서를 봤느냐’ ‘너의 의견은 어떠냐’ ‘지난 번 캐나다 토론토 회의에서 제정한 미래보고서 작성 준칙을 정부에 요구했느냐’는 등의 질문을 막 퍼붓더라고요.

그땐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서가 나오자 해외 미래학자들이 ‘당신이 한국에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까 보고서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 ‘그러고도 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며 비난하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어떻게 한국 보고서를 봤냐고 했더니, 구글이나 야후에서 검색해서 봤다는 겁니다. 요즘엔 영어 번역이 쉬운가 봐요. ‘비전’이라는 말만 나오면 다 번역해서 본다는 거예요. 숨을 수가 없는 거죠.”

▼ 어떤 사람들과 토론했습니까.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했어요. 보고서의 내용을 꼼꼼히 코멘트해준 학자는 8명입니다. 다들 바쁠 텐데 나로선 고맙죠. 그만큼 한국의 미래에 대해 관심이 높은 겁니다. 제롬 글랜 유엔미래포럼 회장은 ‘한국 정부가 양극화와 저출산, 고령화 때문에 국가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절박한 상황에서 중장기적 비전을 공론화했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고 하더군요.”



▼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부터 그들의 의견이 반영됐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랬으면 좋았겠지만, 오히려 보고서가 발표된 지금부터 할 일이 많습니다. 핀란드의 예를 들어볼까요? 핀란드에선 정권을 잡으면 무조건 15년 후를 예측하는 미래 보고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그게 법으로 명시돼 있어요. 집권기 4년 안에 보고서를 내놔야 해요.

정부가 보고서를 내면 국회의 미래상임위원회에서 그걸 갖고 치열한 논쟁을 벌입니다.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에 따른 대안을 내놓죠. 여당은 이를 토대로 대안적 성격의 미래 보고서를 새로 작성합니다. 정부와 집권당이 더 나은 결과를 내려고 서로 경쟁하는 거죠.

막강한 핀란드 미래상임위

이렇게 되면 4년에 한 번씩, 15년 앞을 예측하는 보고서가 두 편씩 쌓입니다. 이 같은 핀란드 방식이 상당히 체계적이고 모범적이어서 세계가 표준으로 간주합니다. 세계 각국이 통상 15년 앞을 예측하는 보고서를 내는 것도 핀란드의 예를 따른 거예요. 급변하는 사회에서 20년 예측은 너무 멀고, 10년 예측은 미래를 맞이할 준비기간이 너무 짧죠.

미래보고서는 발표하고 잊어버리는 게 아닙니다. 그걸 놓고 어떤 토론을 벌이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이런 데이터가 수십년 축적된다고 생각해보세요. 이게 국가의 경쟁력이 됩니다. 핀란드의 국민기업 노키아가 오늘날 세계적인 IT기업이 된 것도 국회의 미래상임위원회 덕분이에요. 목재 산업으론 핀란드가 먹고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IT산업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예측 보고서를 작성했지요.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노키아의 CEO를 설득해서 기업을 전면 개혁한 것 아닙니까.

일단 정부의 일은 끝났으니 이젠 국회가 답할 차례입니다. 열린우리당이 대안 보고서를 내야죠. 정부가 하겠다고 한 정책 중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실현 가능한 것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에 따라 기업과 국민 그리고 공무원은 각각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계획을 세우고 설득해야죠.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 아까 캐나다 토론토 회의에서 미래 보고서 작성 준칙을 정했다고 했는데, 그게 뭡니까.

“지난 7월 세계미래회의에서 제롬 글랜 회장이 제안해 중대한 합의를 본 게 있어요. 세계 4대 미래회의로 알려진 세계미래회의, 세계미래연맹, 미래주의자연합, 로마클럽을 통합하자는 것이었죠. 전세계 5000개의 미래예측기구가 있는데, 이를 한데 통합하고 정보를 나누자는 취지예요. 초대 회장은 제롬 글랜이 맡기로 했어요.

그리고 체계적인 미래예측 보고서를 발간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죠. 중구난방으로 작성하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이유였어요. 이를 위해 첫째,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미래예측 방법론을 적어도 2∼3가지는 사용하자고 했습니다. 미국에서 내놓는 보고서를 보면 통상 4∼5가지 방법론을 씁니다.

둘째, 15년 앞을 예측하려면, 적어도 과거 15∼20년의 데이터 추이는 분석해야 합니다. 한국은 이 점에서 특히 약해요. 제대로 된 통계자료를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영아 사망률, 산림률(산림이 국토에서 차지하는 비율), 에이즈 감염자 수, GDP(국내총생산) 등 경제와 사회의 변화를 망라하는 데이터의 추이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바탕에서 미래를 보여줘야 국민이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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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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