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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진짜 얼굴을 찾습니다”

‘제각각’ 단군 초상, ‘단일화’부터 하고 보자

  • 김 정 한국조형교육학회 고문 jkim0124@yahoo.co.kr

“단군의 진짜 얼굴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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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3일, 단기 4339년 개천절을 맞는다. 개천절이면 으레 단군을 떠올린다. 단군은 비록 신화 속 인물이지만 오랫동안 우리 겨레의 시조로 기억되고 있다. 그런데 단군이 여러 명이라면 믿겠는가. 대중이 접하는 초상화 속의 단군이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 혼란을 빚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민족의 뿌리에 대한 관심이 옅어지고 있는 마당에 학생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단군 초상화들이 나돈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한 원로화가가‘신동아’에 글을 보내왔다.
“단군의 진짜 얼굴을 찾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단군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어도 막연히 ‘나라를 세운 최고의 어른’으로 그를 이해한다. 그런데 현재 각기 다른 모습의 단군 초상이 통용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이 얼굴도 단군이요, 저 얼굴도 단군이란 얘기다. 그러니 단군에 대한 존경심은 고사하고 진짜 단군 얼굴 찾기 퀴즈가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학교에선 학생들이 “누가 진짜 단군이에요?” 하고 질문한다고 한다.

지금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게 아니다. 함께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단군에 대한 존경심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단군의 얼굴부터 찾아놓아야 예의도 차릴 수 있을 것 아닌가.

필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외에서 유통되는 단군의 초상과 영정은 10여 종에 이르고, 이들은 각종 인쇄물과 영상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노출되고 있다. 이들 그림과 조각은 대체로 1960년에서 1970년대 중반에 걸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 정부에서 유관순과 이순신 등 여러 선열의 영정을 제작했다.

서울 사직동에 있는 단군 숭봉(崇奉) 단체 사단법인 현정회(顯正會)에 봉안된 단군 영정(문공부 심의번호 77-27, 가로 115cm 세로 170cm, 홍석창 그림)과 단군상(문공부 심의번호 77-16, 신상균 조각)도 각계의 고증을 거쳐 1977년에 제작됐다. 같은 곳에 봉안돼 있는데도 제작자가 달라서인지 영정과 조각이 풍기는 느낌이 다르다.

광복 직후에 제작된 단군 영정도 있다. 민족문화연구가인 이창구(한국민족문화과학교류위원)씨는 “단군으로 등록한 제1호 그림은 솔거가 그렸다고 전해지는 옛 단군 초상을 지성채(池盛彩)씨가 다시 모사해 그려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성채는 누구인가. 대종교총본사의 ‘천진참알(단군 영정에 절하는 예식)’에 관한 자료를 살펴본 바에 따르면 이렇다.



국가 공인 단군 영정도 2개

1946년 대종교총본사가 만주에서 환국한 후 부여 단군전에 봉안돼 있던 낡은 영정(天眞)을 당시 대가이던 지성채씨에게 모사케 했다. 그 후 초대 문교부 장관인 안호상 박사가 1949년에 국회의 동의를 받아 이 영정을 대한민국 국조표준본으로 공인했다. 이 표준영정을 표본으로 1975년에 제작된 입체상은 1976년 문공부로부터 국조단성상 승인을 받았다.

따라서 정부에 심의 등록한 단군 영정은 대종교총본사의 것이 1호이고, 현정회에 있는 것이 2호인 셈이다. 그렇다면 대종교총본사의 단군 영정과 입체상이 이미 정부로부터 표준공인을 받았는데도 현정회에서 또 영정을 제작해 1977년에 표준공인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두 단체가 각기 단군상을 제작해 봉안하고 있는 것도 의아하다. 정부는 신청만 하면 단군 영정을 공인하는가. 이런 상황이 다수의 단군 영정 및 초상이 생겨나게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인사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공인된 단군 영정이 있는데도 또 다른 단군 영정을 공인한 이유에 일면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다. 즉 대종교의 영정은 종교적인 면이 강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접근하기가 다소 어렵다는 판단에서 현정회의 신청을 승인했으리라는 것이다. 실제 두 기관에서 하는 사업의 성격에는 큰 차이가 있다. 대종교총본사는 종교적 색채가 강한 반면 사단법인 현정회는 그 이미지가 공공기관에 가까워 각계각층과의 접촉이 빈번하고 국가 행사를 주도하는 사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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