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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고통과 쾌락, 그 미묘한 관계 ‘만족’

  • 채정호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정신과 교수 alberto@catholic.ac.kr

고통과 쾌락, 그 미묘한 관계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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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과 쾌락의 경계선

이밖에도 잘 풀리지 않는 퍼즐을 놓고 고민하다 마침내 엉클어진 실타래가 풀리듯 답을 찾았을 때의 만족감, 좋아하는 회를 며칠 간격으로 먹어야 물리지 않을까 하는 고민 등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흔히 경험하는 활동들이 뇌의 만족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고, 독자로 하여금 “아하” 하면서 무릎을 치게 만든다.

저자가 10여 년 전에 사망한 뇌 연구의 대가 히스의 오래된 16mm 필름을 돌려보면서 쾌락과 고통이 뇌의 서로 다른 부위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같은 신경회로를 나누어 쓰고 있으며, 전극을 불과 1∼2mm 이동하여 전류를 제공하면 쾌락적인 것이 고통으로 바뀌는 걸 알아채는 과정은 가히 극적이라 할 만하다.

사도마조히즘 클럽에서 프랑스 하녀복을 입은 가슴이 풍만한 여자에게 채찍으로 맞아 넓적다리에 고통스러운 상처를 입고도 쾌락을 느끼는 남자를 통해서 통증과 쾌락이 선조체에서 결합되는 것을 발견하는 내용도 단순한 재미를 넘어선다. 저자는 오랜 관계에서 성적 만족감을 회복하는 방법을 탐구하다 아내와 나눈 색다른 섹스 경험까지 과감히 소개한다.

요즈음 ‘바다이야기’로 장안이 떠들썩하다. 이런 사행성 게임에서부터 경마와 카지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도박 중독, 섹스 중독, 쇼핑 중독, 심지어 사랑 중독까지 행동을 매개로 하는 갖가지 중독 현상에 대한 일반의 관심도 높아졌다.



알코올이나 마약 같은 물질에 대한 중독을 포함해 사람들은 왜 어떤 것에 중독되고, 거기에서 헤어나지 못할까? 만족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일까? 이 책의 저자는 만족과 쾌락의 경계선을 분명히 긋는다.

“쾌락은 참으로 좋은 느낌이다. 그러나 그것은 무상한 것이고 때론 상대적으로 정상적인 상태를 회피하고 싶은 것처럼 느껴지며, 더 많은 쾌락으로 가득 채우려고 한다. 쾌락이 없는 삶은 사실 음산할 것이다. 그러나 대개 쾌락을 얻을 목적으로 쾌락을 추구하는 것은 그 반대로 비참함을 초래한다. 그리고 뇌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만족감을 찾는 것은 쾌락을 뒤쫓는 것과는 다르다. 만족감은 자신의 행동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유일한 인간의 감정이다. 당신이 만족했을 때 당신은 의미를 발견한 것이다. 내가 생각하건대, 그것은 쾌락이나 심지어 행복보다도 더욱 영구적인 것이다.”

쾌락과 만족을 구분하면서, 자신의 뇌를 만족시키면서 살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을 꼼꼼히 읽어봐야 할 것이다.

뇌 과학이 일깨워준 교훈

이 책의 가치는 삶의 진리를 다른 방식으로 통찰할 수 있게 해준다는 데 있다. 일의 신성함을 강조하는 딱딱한 교훈서가 아닌데도, 실험을 통해 아무런 대가 없이 돈을 받을 때보다 적극적으로 일하고 났을 때 뇌의 선조체가 더 활성화되는 것을 보여주고, 일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복인지를 일깨워준다.

또한 100마일(160.9km)이 넘는 거리를 30시간 이내에 달리는 철인들을 통해 운동의 놀라운 효과를 제시한다. 운동을 하면 전반적인 몸 상태가 향상되는 것은 물론이고 뇌의 신경 발생을 촉진하여 말 그대로 뇌를 새롭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모든 스트레스의 원천에서 뇌를 보호하는 만병통치제가 될 수 있다는 것. 반면 사람마다 도파민 신경세포의 양이 비슷하지만 사춘기 이후부터 꾸준히 줄어들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는 원리가 뇌에도 적용된다고 경고한다.

모처럼 차지게 잘 씌어진 책을 읽고 나니 뿌듯했다. 책에는 “일찍이 이전에 읽어보지 못했던 어떤 책을 읽을 때 새로움은 도파민을 분비한다. 그것은 뇌의 운동을 촉진한다. 이 과정을 항상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당신은 확실히 이 과정에 뒤이어 나타날 만족감을 알고 있을 것이다”라고 씌어 있는데, 이 같은 현상이 필자의 뇌에서 일어난 모양이다.

국내 인지과학과 뇌영상 연구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역자의 깔끔한 번역이 독서의 즐거움을 더했다.

신동아 200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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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정호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정신과 교수 alberto@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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