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송년호 특별부록 | 한국의 核주권

核 주권 확보를 위하여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核 주권 확보를 위하여

2/3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주장한 정권이라면 핵 주권 환수도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의 핵 주권은 세 가지 요소에 의해 제약당하고 있다. 첫째가 1956년 2월3일 체결한 한미원자력협정에 의한 제약이다. 핵 주권에 대한 의지가 남달랐던 이승만 대통령은 재처리와 농축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이 열어준 길 덕분에 한국은 지금 세계 6위의 원자력 발전 대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 위상에 걸맞지 않게 평화목적의 농축과 재처리를 못하고 있다. 한미협정을 개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유치원생 때 입었던 교복을 장년이 된 지금도 그대로 입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제약은 1970년 발효된 NPT(핵확산 금지조약)이다. 박정희 정부는 ‘대담하게도’ NPT에 가입하지 않고 고리 원전 1호기 공사를 시작했었다(1971년 3월). 그리고 1974년 캐나다로부터 중수로를 도입하려 했는데, 인도가 중수로를 이용해 핵무기를 만드는 바람에 급제동이 걸렸다. 박정희 정부는 NPT에 가입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풀고 중수로는 물론이고 중수로 설계 기술까지 몽땅 도입했다.

NPT는 유엔 안보리 이사국인 5개 나라에만 핵무기 보유를 인정한다. 이 조약에 가입한 이상 한국은 핵무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NPT는 새로운 핵연료를 만들기 위한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와 핵연료를 만드는 평화목적의 농축은 허락한다. 그러나 한미원자력협정이 이를 금지하고 있어 한국은 재처리와 농축에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에 총력을



세 번째 장애가 1991년 12월 합의된 남북 비핵화공동선언이다. 그러나 이 선언은 북한이 핵실험을 함으로써 파기돼 버렸다. 한국으로서는 미국과 맺은 원자력협정만 개정하면 ‘평화적인 목적’의 재처리와 농축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로 하여금 북핵 문제를 풀게 하려면 그들을 압박해야 한다. 그러한 압박의 한 방법이 비핵화 선언은 파기됐다고 밝히고 미국과 원자력협정 개정을 논의하자고 요구하는 것이다. 매우 어려운 것 같지만 일본은 이미 이 일을 해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戰犯)국가이자 유일한 피폭국가인 일본은 미국을 상대로 끈질긴 협상을 벌인 끝에 1968년 플루토늄 보유를 인정받고, 1988년에는 플루토늄 추출을 위한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을 인정받는 쪽으로 미일 원자력 협정을 개정해냈다. 북한은 국제적인 룰을 어기며 핵 주권을 확보해갔지만 일본은 어기지 않고 핵 주권을 갖게 된 것이다.

이 책은 북핵 위기를 해결하고 한국의 핵 주권을 갖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신동아’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것이다. 지난 50여 년간 일본이 핵 주권을 갖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고 싶다면 전진호 교수의 글을 정독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속내가 궁금하다면 전성훈·신성택 박사의 글을 꼭 읽어봐야 할 것이다.

0.2g의 우라늄 농축 사실이 공개될 당시 한국원자력연구소 소장이던 장인순 박사가 쓴 ‘대한민국 국민에게 고함’은 핵주권을 갖기 위해 이 땅의 과학자들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짐작케 해준다. 핵무기의 세계가 궁금한 독자는 신성택 박사와 황주호 교수의 글을 읽어보면 좋겠다.

송명재 박사, 김종순 박사가 쓴 원전 사고와 방사선 사고의 진실도 눈여겨 볼 내용이다. 한필수 박사가 쓴 방사선 이야기는 ‘원자력이 이러한 혜택도 주는가’하는 신비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방폐장 유치 이후의 경주 분위기를 정리한 은윤수씨의 글과 부안사태를 온몸으로 맞았던 김종규 전 부안군수의 글은 가슴을 착잡하고 뭉클하게 한다. ‘한국도 평화목적의 농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양창국 전 한전원료 사장의 글은 원자력인의 진심을 대변하고 있다.

주권 확보를 미덕으로 생각하는 노무현 정부라면 핵 주권 확보에도 노력해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하지만, 핵 주권 확보는 북핵 문제의 해결과 함께 통일이라는 선물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3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목록 닫기

核 주권 확보를 위하여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