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사선을 쬐지 않은 닭고기(맨 왼쪽)와 방사선을 조사한 닭고기(오른쪽 3개)의 한 달 후 상태. 방사선을 쪼인 닭고기만 썩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방사능에 오염될까 두려워서’ 그랬단다. 최고의 지식인이라 할 교수들도 방사선에 대해 이렇게 무지하니 일반인이야 말해 무엇하랴.

방사선을 쪼여 돌연변이로 만들어낸 분재용 무궁화 ‘꼬마’.
사람은 생존 본능을 갖고 있으므로,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정보가 뇌리에 입력되면 옳고 그른 것을 따져보기에 앞서 회피하려는 특성이 있다. 원자력과 방사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깨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견고한 벽처럼 좀체 깨지지 않는 결과를 볼 때마다 ‘아직도 멀었구나’ 하는 자괴심이 밀려온다.
방사선과 방사능은 한 글자 차이지만 그 의미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방사선은 에너지를 갖는 입자의 흐름이나 파동을 가리킨다. 이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나 맛도 없다. 방사선은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원자(原子)’로부터 나온다.
방사선 속에서 살아가는 인류
원자를 구성하는 양자·중성자·전자가 균형을 이루지 못할 때 방사선을 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데 이것을‘방사능’이라고 한다. 방사능을 가진 물질을 ‘방사성 물질’이라고 한다. 그리고 방사성 물질에서 나오는 일종의 에너지를 방사선이라고 한다.
물리학적으로 보면 방사선은 불안정한 원소가 안정된 원소로 되면서 방출하는 전자파인데, 이 전자파는 물질을 꿰뚫고 지나가는 힘(투과력)을 가진 광선과 같다. 이러한 방사선에는 엑스선,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 등이 있는데, 종류에 따라 투과력이 다르다.
사람들은 방사선 하면 먼저 두려움부터 갖는데, 방사선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인간에 의해 새로 발명된 것이 아니다. 방사선은 지구의 생성과 함께 존재해왔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공기나 물같이 이 세상을 구성하는 수많은 필수요건 가운데 하나인 태양과 공기, 땅뿐만 아니라 음식물에서도 방사선이 방출된다.
방사선이 우리의 관심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방사선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을 측정할 때는 시버트(Sievert·Sv)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시버트는 방사선의 종류와 관계없이 그 방사선으로 인해 일어나는 일정한 생물학적 효과만을 나타내는 단위이다.
1밀리시버트(mSv)는 보통 사람들이 1년간 쐴 수 있는 방사선량의 법적 허용치로, 이 정도는 한꺼번에 쐬어도 아무 영향이 없다. 브라질의 가리바리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1년 동안에 10mSv의 자연 방사선을 쐬지만 모두 건강히 생활한다.
자연 방사선과 달리 인간이 이용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방사선을 ‘인공 방사선’이라 한다. 인공 방사선에는 병원의 진단용 X선, TV나 전자레인지 같은 가전제품에서 나오는 전자파, 공항 검색대에서 볼 수 있는 보안검색장치, 암 치료장치, 그리고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방사선 등이 있다.
중금속은 인체에 들어오면 축적되지만, 인체에 접촉한 방사선은 축적되지 않고 통과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미량의 방사선(자연 방사선)은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방사선은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일시에 많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면역체계가 파괴될 수 있다. 우리가 편리하게 이용하는 전기와 불도 잘못 다루면 인간에게 피해를 주듯이, 방사선도 잘못 다루면 위험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