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63년 서울 출생<br>● 서울대 법학과 졸업<br>● 제34회 사법시험 합격, 부산지법·인천지법·서울 행정법원 판사<br>●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 여성특보,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오세훈 서울시장후보 대변인<br>● 現 한나라당 대변인, 제17대 국회의원(비례대표)
나 대변인은 요즘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후보가 제1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난해 12월19일 밤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각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인기검색어 상위권에 맴돌았다. ‘나경원 미니홈피’는 네이버의 실시간 뉴스 검색어 1위를 기록했다.
네티즌의 호들갑에는 이유가 있다. 2002년 16대 대선 때 판사 출신으로 ‘이회창 대통령후보의 법률자문특보’로 전격 발탁됐을 때만 해도 아나운서 같은 단아한 외모와 서울대 법대 출신 전직 판사였다는 것말고는 별다른 게 없었다. 선거기간 내내 이 후보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미모의 여성 특보쯤으로 인식됐을 뿐이다. 하지만 17대 대선에선 달랐다. BBK 사건 등 각종 의혹으로 ‘이명박 대 반(反)이명박’ 전선이 형성돼 역대 어느 대선보다 치열한 선거전을 치러야 했다.
나 대변인은 네거티브로 얼룩진 17대 대선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이명박의 ‘입’이 아니라 ‘백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활약이었다. 그는 이 후보 자녀의 ‘위장취업’ 문제에 대해 당의 방침대로 “별 문제가 없다”는 논평을 냈다가 3시간 만에 후보가 고백과 사과를 하는 바람에 “거짓말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 “법률가의 양심으로 해명하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근거 없는 얘기는 절대 발표 안 해”
그는 선거 기간 내내 후보의 도덕성 문제로 곤욕을 치르면서도 신뢰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 여론조사에서 ‘대변인 선호도 1위’로 선정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정가에서는 ‘대선 때 더욱 쓰임 받는 여성 정치인’으로 손꼽힌다.
“BBK로 한창 다툴 때 신당 쪽에서 ‘하다하다 할 말이 없으면 판사 출신 대변인이 거짓말을 한다’라고 했어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전직을 들먹이기에 섭섭했죠. 제 신뢰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됐어요. 저는 대변인 하면서 나름대로 원칙을 지켰다고 생각해요. 선거전이 치열해지면서 많은 분이 제게 와서 ‘이러이러한 걸 논평에 담아달라’고 요구했어요. 저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선 과감하게 ‘할 수 없다’고 거절했어요. 근거 없이 심증만으로 하는 이야기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자신합니다.”
법률상 입증할 수 있고 적법한 조사를 거친 증거만을 인정하는 증거재판의 중심에서 일하던 판사 출신다운 얘기였다.
▼ 대변인으로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점이 후보 자녀의 위장취업 문제였을 텐데, BBK로 묻힌 감이 있지만 여론의 지탄을 받고 도덕성에 흠집이 나지 않았습니까.
“위장취업에 대해 제가 해명하는 논평은 했으나, 사실 도덕적으로는 비난받을 만한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법률적으로는 신당측 주장이 지나친 부분이 없지 않았습니다. 도덕적인 문제와 법률적인 문제는 달라요. ‘탈세’라고 세법 위반을 자꾸 얘기하는데, 실제로 나중에 세금을 냈잖아요. 세법 위반에 대해선 다른 해석이 필요한데, 신당에서 탈세니 뭐니 하면서 ‘탈법이고 불법’이라고 몰아붙였어요. 그런데 법률 위반이라기보다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이죠. 정치인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국민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비난받을 수 있어요.”
▼ 보통 사람들에게는 도덕적인 문제에 대한 의미가 더 크지 않을까요.
“그렇죠. 보통 사람들에겐 도덕성의 의미가 더 크죠. 정치와 법이 다른 게 바로 그런 점이에요. ‘정서법’이라는 말이 있듯이 국민에게는 도덕적인 판단이 더 중요하므로 위장취업 문제는 어찌 보면 지탄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