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호

일등주의자 류화선 시장의‘G & G PAJU’프로젝트

“변화와 경쟁으로 대한민국 대표 도시를 업그레이드한다”

  • 구가인│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omedy9@donga.com

    입력2009-02-03 10: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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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의 배꼽에 위치한 파주는 군사도시의 어두운 이미지를 벗고 친환경 최첨단 문화도시의 이미지를 덧입고 있다. 최첨단 LCD 클러스터와 유비쿼터스 기능을 갖춘 교하신도시가 완성단계에 있으며 이화여대 제2캠퍼스도 들어설 예정. 파주의 변화는 외형적 성장에 그치지 않는다. 행정서비스의 혁신을 꾀한 파주시는 ‘Good’을 넘어 ‘Great’로 향하고 있다.
    일등주의자 류화선 시장의‘G & G PAJU’프로젝트
    파주는 ‘작은 대한민국’이에요. 한반도 중앙에 위치한 교통 중심지고, 천혜의 자연환경, 최첨단 산업단지, 신도시, 군대, 농촌, 역사문화유적, 문화예술공간…. 없는 게 없죠. 그래서 대한민국의 대표도시가 될 수밖에 없고, 대표도시니까 대한민국의 발전을 리드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대한민국 대표도시’를 외치는 류화선(60) 파주시장의 목소리는 크고 거침없다. 파주시를 이끄는 리더로서의 자부심이 배어난다. 그의 말대로 파주는 서울의 중심에서 북서쪽으로 약 40km 떨어진 경기도 서북단에 위치한, 한반도의 ‘배꼽’에 해당하는 도시다. 자유로, 통일로, 경의선 철도 등이 놓인 교통의 요충지며 한강과 임진강의 합류지점으로 풍부한 수자원과 자연환경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과 같은 생활권이자 인천 신공항, 항만과의 접근성도 탁월하다.

    파주는 이 같은 지리적인 이점 때문에 일찍이 삼국시대부터 삼국의 각축장이었으며 고려시대 송도의 동교, 조선시대 한양의 서교로서 교통의 요지 및 수도 방비의 군사요충지로 자리 잡아왔다. 조선 광해군 때는 왕기가 쇠한 한양을 버리고 파주 교하로 수도를 옮기자는 교하천도론(交河遷都論)이 제기됐던 길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남한의 최북단 지역, 비무장지대(DMZ)와 접한 파주는 분단된 한반도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오랫동안 전쟁을 상징하는 ‘군사도시’의 이미지가 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파주는 많이 변했다고 봅니다. 외형적으로도 크게 성장했고요. 무엇보다도 도시 이미지가 확 바뀌었습니다. 솔직히 파주는 과거 군사도시의 이미지가 전부였죠.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최첨단 기업도시, 유비쿼터스 도시, 열린 도시…. 이미지가 달라졌어요.”



    행정혁신, 파주의 도전

    실제로 최근 파주는 여러모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교하신도시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LCD 첨단산업 클러스터도 완성 단계에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헤이리 예술가 마을, 출판단지, 영어마을, 임진각 평화누리 등이 조성돼 문화·예술·관광도시로도 자리매김 중이다. 오는 9월 이화여대 캠퍼스 공사가 착공을 앞두고 있으니 오랜 숙원이던 명문 종합대학 캠퍼스도 조만간 갖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류화선 시장은 겉으로 보이는 이러한 양적 성장에 앞서 파주라는 도시에 몸담고 살고 있는 시민들의 인식변화에 대해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파주의 거리 보셨나요? 담배꽁초나 쓰레기더미도 없고 불법주차나 노점상도 없어요. 정말 깨끗하죠? 대한민국 어느 도시보다 깨끗하다고 자신합니다. 거리만 깨끗한 게 아니에요. 공무원도, 시민도 깨끗한 도시예요. 개발도시임에도 부정부패 연루 사건이 한 건도 없었고, 시민사회에 정직한 문화가 확산돼 있습니다. 고품격 도시의 기반이 다져진 거죠.”

    일등주의자 류화선 시장의‘G & G PAJU’프로젝트

    ‘파주CEO’ 류화선 시장은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시장이 된 뒤 책 속에서 많은 아이디어와 깨달음을 얻는다는 그는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여러 번 읽었다고 한다.

    류화선 시장은 이러한 파주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그는 10여 년간 삼성그룹에서 일하다가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 기자로 전직했다. 그 후 한국경제신문 편집국장과 한경 와우TV 사장을 역임하다 지난 2004년 보궐선거를 통해 고향 파주시의 민선 4기 시장이 된 후 5기로 이어오고 있다.

    배우는 걸 좋아하고 도전을 즐긴다는 그가 지방자치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기자시절 일본의 대학에서 객원연구원을 할 당시 이즈모라는 작은 지방도시의 성공 사례를 들은 후부터다. 이즈모 시의 시장이 메릴린치 수석부사장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행정 역시 경영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는 그는 시장이 된 뒤로 ‘파주 CEO’를 자처하며 ‘경영으로서의 행정’을 선보이고 있다. 류 시장은 이해관계에 있는 여러 부서가 한 번에 모여 민원을 검토하고, 결재권한을 대폭 하부에 위임하는 방법 등을 통해 민원처리기간을 60% 단축했고, 파주시 주도의 사업을 매년 10월 말까지 마무리하도록 하는 ‘클로징10’ 제도를 도입했으며 깨끗한 파주 만들기 사업 등에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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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 경제의 중심에는 LCD 클러스터가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생산공장이 위치한 52만평 본단지를 항공촬영한 사진.

    “지방행정은 시민과 접점에서 행해지는 종합행정입니다. 파주시 공무원들에게 지극히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것에 충실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예컨대 행정 서비스가 너무 느리다는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민원처리기간 단축에 주력한 겁니다. 혁신은 크고 거창한 것에서 하면 안돼요. 별것 아닌 것부터 시작해야죠. 작은 것에서 성공을 거두면 그것이 쌓여 자신감이 생기고 나중에 큰 성공을 거둡니다. 이겨본 사람이 또다시 이길 수 있는 거예요.”

    파주시의 행정서비스 개선사례는 최근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벤치마킹할 만큼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8년 3월 이화여대가 파주 캠퍼스의 사업승인 신청을 했을 당시 하루 만에 사업승인을 한 것은 전국적인 스피드 행정확산의 계기가 됐다. 파주시는 지난 4년간 7개 부문에서 대통령상을 받고, 총 130여개 분야에서 상을 수상해 상금을 47억원이나 받았을 정도다.

    LCD 클러스터와 교하신도시

    류화선 시장은 “파주의 발전 가능성,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현재 LG그룹이 파주에 조성 중인 LCD 클러스터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엄청나다. 문산읍 내포리 일대에 들어서는 월롱첨단산업단지가 2010년 완공되면 LG 디스플레이의 생산 공장이 있는 본단지, 지난 2008년 완공된 문산 첨단협력단지와 함께 4.5㎢ 규모의 거대한 LCD 클러스터를 형성하게 된다. LG는 파주 클러스터에 2015년까지 모두 27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 경우 4만2000명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날 것은 물론 1100억원의 세수입이 기대된다.

    여기에 유비쿼터스 기능을 가진 교하신도시는 기존 교하택지지구를 포함 총 19㎢ 규모로 인구 25만명을 수용하는 수도권 서북부지역의 거점도시로 거듭날 전망이다. 파주의 가능성, 발전에 대한 기대는 이미 인구증가를 통해 증명된다. 2000년 초반까지 20만명이 채 되지 않던 파주시의 인구는 2006년 말 30만명을 돌파했으며(2008년 집계 32만명) 2010년이 되면 5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류 시장은 “올 상반기 경의선 전철이 개통돼 7분마다 서울~문산 간 전철이 달리면 파주는 20~30분이면 서울의 중심에 닿을 수 있는 교통 요충지가 된다”면서 “날개를 하나 더 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등주의자 류화선 시장의‘G & G PAJU’프로젝트

    지식산업을 이끌어갈 출판단지.

    “규제도 시대에 맞게 고쳐야”

    국가균형발전위 위원이기도 한 류 시장은 수도권 규제에 대해 비판적이다. “균형발전을 위해 전국 평균보다 못사는 지역을 규제로 억제하는 곳은 하늘 아래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이하 수정법)에 의한 수도권 규제는 폐기돼야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왜냐? 30년간 이법을 시행해봤지만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했지 않습니까? 실효성이 없었다는 겁니다. 게다가 이 법은 시대 상황에도 맞지 않습니다. 수정법은 수도권을 죽이면 비수도권이 잘살 수 있고 인구도 증가한다는 논리를 전제로 했지만, 경기 북부 실상을 보면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낙후지역, 저발전 지역이 대부분입니다.

    당장 폐기가 힘들면 경기 북부 시, 군에 한해 수정법 적용을 완전 배제해야 옳습니다. 완전 배제가 힘들면 인구 집중 유발시설이라고 금지한 7개 대규모 개발사업 가운데 공장·대학·연수시설 같은 3개 사업만이라도 자유롭게 유치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수도권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비수도권 사람들도 수도권 규제완화가 경제를 살리는 길이란 걸 알고 있을 거예요. 다만 그들은 자신이 처한 입장이나 지역정서상 반대하는 거겠죠.”

    일등주의자 류화선 시장의‘G & G PAJU’프로젝트

    파주의 이미지는 군사도시에서 최첨단 친환경 도시로 변하고 있다.

    더불어 그는 경기북부지역 개발에 제한이 되고 있는 군사시설보호법 개선을 촉구했다.

    “군사시설보호법 때문에 좋은 점도 있어요. 난개발이 안 됐다는 거(웃음). DMZ 생태환경이 보존된 건 엄청난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그 관광수입만으로 미래의 파주는 먹고살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론 손해가 크죠. 경기개발연구원에 따르면 군사시설보호법으로 인해 지난 34년간 입은 경제손실액이 1178조원에 달해요. 최근 들어 군대도 전향적으로 바뀐다곤 하지만 시대상황에 너무 둔감한 것 같아요. 지난 반세기 이상 대한민국 안보비용을 치른 파주시민 입장에서 보면 언제까지 당하고만 살아야 하는지 정말 답답하죠.”

    파주는 전반적인 성장세와 더불어 교육 분야의 발전도 기대되고 있다. LCD 관련 전문학과를 개설한 두원공대가 올해 문을 열었으며, 이화여대 제2캠퍼스의 착공이 올 하반기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파주는 본래 양반도시예요. 율곡 이이 선생, 황희 정승이 터를 잡고 살았던 곳이죠. 오늘날의 공립학교라 할 수 있는 향교가 세 개 있고 사립학교라 할 수 있는 서원이 세 개 있어요. 역사적인 교육도시인 거죠. 이화여대 제2캠퍼스가 생기는 것에 더해 지식산업을 이끈다고 할 수 있는 출판단지와 현대예술공간인 헤이리 예술가마을이 있습니다. 앞으로 교육, 문화의 발전도 당연히 기대할 만하죠.”

    류 시장은 “개발지역이다 보니 대부분 예산이 SOC 확충에 들어가는 터라 시민들의 문화욕구에 부합할 만한 이렇다 할 공연장이 하나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이젠 문화시설 등도 도시의 성장에 맞춰 품격있게 만들 것” 이라고 덧붙였다.

    통일시대의 주역

    다른 무엇보다 개성공단과 마주하고 있는 파주는 앞으로의 남북관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이 기대되는 곳이다. 이러한 역할에 대한 류화선 시장의 관심은 크다. 그는 냉전을 상징하는 군사도시에서 통일특구로 평화경제클러스터 조성 등을 통해 변화를 모색 중이다. 최근들어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그는 “길게 보면 남북문제는 화해와 평화무드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가는 길에 요철도 있고 맨발 벗고 건너야 할 개천도 있겠지만, 큰 역사의 물줄기를 보면 남북 교류 협력을 통한 통일로 가고 있는 거다. 파주는 그때를 대비하고 통일을 준비하는 데 적합한 곳”이라며 낙관했다.

    “아시다시피 파주는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접경도시입니다. 개성공단을 마주한 남북교류협력의 중심도시고요. 지난해 말부터 행정안전부에선 비무장지대 인근을 평화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연구 용역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용역사업은 제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남북교류접경벨트 개발을 주장하면서 시작된 것인데, 저는 지정학적으로 보아 파주지역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또, 이 연구용역사업은 제가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과 함께 파주지역을 중심으로 법안화한 통일경제특구법과 같은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으니 틀림없을 겁니다.

    평화통일경제특구와 관련해 저는 개성공단에 대응한 ‘파주산업단지’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임금이 낮은 북한 근로자들과 함께 남한의 고급 기술자들이 자유롭게 출퇴근하는 산업단지입니다. 그렇게 되면 개성과 파주를 평화 클러스터나 평화 시범도시로 조성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파주시의 로고는 G&G PAJU다. 앞의 G는 Good을, 뒤의 G는 Great를 상징한다. 류 시장은 최첨단 친환경이 되면 살기 좋은(Good) 도시가 되고 고품격이 되면 위대한 도시(Great)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파주시 공무원들에게 ‘Good to Great’를 강조했다고 한다. 이미 좋은 도시를 이뤘으니 위대한 도시를 꿈꿔야 한다는 것.

    일등주의자 류화선이 꿈꾸는 ‘Good to Great’

    “G&G라는 말은 제가 만들었습니다. 최첨단 친환경의 고품격 자족도시를 이루는 건 파주의 오랜 숙원사업입니다. LCD 클러스터, 유비쿼터스 교하 신도시와 같은 최첨단 산업과 자연생태도시가 공존하는 친환경도시, 헤이리 예술가마을과 출판도시 같은 품격 있는 커뮤니티가 있고 더불어 사는 문화가 남아 있는 파주는 이미 좋은 도시이고 나아가 위대한 도시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일등주의자’라고 소개하는 류화선 시장의 좌우명은 ‘공짜 점심은 없다’라고 한다. 일류가 되기 위해선 열성적으로 일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지금까지 파주의 변화는 그 일등주의자가 쏟아낸 열성적인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류 시장은 지난 4년간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그렇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의 ‘위대한’ 대표도시를 꿈꾸는 파주는 어떤 형태로 변화를 거듭하게 될까. 그 미래가 사뭇 궁금해진다.



    신한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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