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호

“한류스타요? 응원까지도 안 바랍니다. 제발 부수지만 말아주세요”

영화 ‘하늘과 바다’ 주연 장나라

  • 한상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입력2009-12-07 18: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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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류스타 장나라가 주연을 맡은 영화 ‘하늘과 바다’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대종상영화제 노미네이트를 두고 시작된 갑론을박은 영화 제작과정의 문제를 지적한 남자 주연배우의 폭로성 글이 나오며 정점을 찍었다.
    • 제작사는 잘못된 교차상영 관행을 지적하며 개봉 12일 만에 영화를 회수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장나라를 만나 최근의 심경을 들어봤다.
    밥은 먹었어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많이 지쳐 보이네요.”

    “네, 좀 지쳤어요. 마음도 지치고 몸도 지치고…좀 지쳤어요.”

    “오늘 영화 ‘하늘과 바다’가 극장에서 철수했죠? 기분이 어때요?”



    “어쩔 수 없죠. 왜 철수하는지는 아세요?”

    “네, 알아요. 퐁당퐁당….”

    “힘이 없는 건 죄가 아니잖아요.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더라고요.”

    대종상 시상식이 끝난 뒤 몸이 아팠다고 했다. 아무 일도 못했고 집에서 쉬었다고. 영화 ‘하늘과 바다’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물을 때마다 한류스타 장나라(28)와의 대화는 끊겼다. 중간중간 침묵이 오래 흘렀다. 상처입었지만, 여전히 귀엽고 아름다운 그녀를 11월9일 서울 강북의 한 갤러리에서 만났다.

    장나라가 출연한 영화 ‘하늘과 바다’를 두고 시작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종상 시상식과 함께 끝날 줄 알았던 논란은 몇 번의 고비를 넘어가며 이제는 영화계 전체에 대한 엄중한 질문으로 번졌다.

    ‘퐁당퐁당’, 교차상영 논란

    “한류스타요? 응원까지도 안 바랍니다. 제발 부수지만 말아주세요”
    논란은 영화 ‘하늘과 바다’의 시사회장에서 시작됐다. 영화의 제작자이자 장나라씨의 부친인 주호성 제이엔디베르티스망(구 나라짱닷컴) 대표가 시사회장에서 “‘하늘과 바다’가 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 등 4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고 밝힌 게 화근이 됐다. 대종상 후보작이 발표되기 전이었다.

    이때부터 몇몇 언론의 주도로 ‘하늘과 바다’ 죽이기가 시작됐다. 많은 누리꾼(네티즌)이 인터넷을 통해 일조했다. 손발이 착착 맞아 들어갔다. 장나라는 그 상황을 “마치 톱니바퀴가 맞물리듯”이라고 표현했다. ‘하늘과 바다’의 작품성, 주연을 맡은 장나라의 연기력, 자질 등이 도마에 올랐다.

    개봉 당시부터 교차상영 문제가 불거졌던 ‘하늘과 바다’는 결국 11월9일 극장에서 철수했다. 제작사인 제이엔디베르티스망은 “첫날부터 퐁당퐁당(교차상영)으로 가족조차 표를 살 수 없었고, 첫 주부터 전국적으로 교차상영을 한 것은 저희 영화 죽이기로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영화 ‘하늘과 바다’에서 남자주인공을 맡은 배우 유아인이 주 대표를 겨냥해 올린 폭로글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유아인은 이렇게 주장했다.

    “현장에서 분명 감독과 프로듀서가 있음에도 (주호성씨) 본인이 직접 메가폰을 드는 일이 많았다. 수백명의 보조출연자와 막대한 장비가 동원된 엔딩 콘서트 신에서는 그 도가 지나쳐 감독이 내게 양해를 구하고 촬영을 지속했을 정도였으며 그러한 월권은 영화 후반작업과 편집에까지 이어진 걸로 알고 있다.”

    유아인은 자신의 글이 논란을 일으키자 즉각 글을 삭제했고 또 삭제가 문제가 되자 “내 글에 책임지겠다”며 다시 글을 복구했다. 이때부터 영화 ‘하늘과 바다’를 둘러싼 논란의 키워드는 주 대표의 ‘월권’이 됐다.

    주 대표는 유아인의 글에 대해 11월11일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월권 행위는 없었다”는 스태프들의 사실확인서도 공개해 정면으로 맞섰다.

    “어째서 그런 글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유아인군의 글은 거짓투성이입니다. 저는 현장에서 감독을 월권하거나 레디고를 외치거나, 메가폰을 잡은 일이 절대 없습니다.”

    ‘신동아’가 장나라씨와 인터뷰를 한 날은 유아인이 처음 글을 올렸던 날이다.

    좋은 곳에 쓰겠다

    -대종상 시상식 끝나고 뭐했어요?

    “그냥 쉬었어요. 몸도 안 좋고 해서요. 그냥 멍 때리고 있었어요.”

    -시상식 때 기분이 안 좋았겠어요.

    “상을 못 받아서요? (상을 받았어도) 달라질 것도 아니잖아요. 상이야 받는 사람보다 떨어지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 상관없어요. 그것보다, 다른 분들이 외국에서 잘되면 좋게 말씀해주시잖아요. 축하해주시잖아요. 근데 저는 그런 것까지 바라지도 않아요. 나쁘게만 얘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저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모르시는 것 같아요. 아니 알면서 그러시는 건지도 모르죠.”

    -언론과 네티즌들이 영화 ‘하늘과 바다’, 대종상과 관련해서 올리는 글을 보면 어때요?

    “안 봤어요. 보고 싶지 않아요.”

    -영화를 내렸죠. 주 대표님은 이 영화를 좋은 곳에 쓰겠다고 하시던데. 장나라씨도 동의했나요?

    “네.”

    -국군장병들에게 무료로 상영하는 걸 고민 중이라고 들었는데….

    “네, 아마 한국에서는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영화와 관련된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네요. 이미 많이 했고요. 제가 뭘 잘못한 건 아니잖아요.”

    -왜 언론이 유독 장나라씨에게만 호의적이지 않을까요?

    장나라씨는 이 질문에 즉답을 못했다. 대화는 끊어졌다. 긴 침묵.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조용히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렇죠. 제가 좀 만만하죠. 개인적으로 활동을 하니까. 대형 기획사에 속한 것도 아니고 그렇죠 만만하죠.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대화를 지켜보던 장나라 소속사 관계자가 답답한 듯 대화에 끼어들었다. “시각이 좀 삐뚤어진 것 같아요. 저희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언론도 보도자료만 좇아가는 것 같고, 그러다보니 아무 일도 아닌 것이 커진 거죠.”

    -이런 식의 차별 많이 느껴요?

    “많이 느끼죠. 그래도 대형 기획사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문제가 돼 수면으로 떠오르는 게 싫어요. 전 그저 소소하게 제 일을 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소소하게 일하기엔 너무 유명인이 됐잖아요.

    장나라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갑자기 할 말이 생각난 사람처럼 언론을 향해, 세상을 향해 속얘기를 쏟아냈다.

    “기자들이 사실을 써야 하는데, 확인도 없이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놀랐어요. (대종상 문제와 관련해서) 저희에게 그동안 단 한 번도 확인전화가 없었어요. 이번 사건의 시발점이 된 기사를 쓴 기자들에게도 전화 한 통 받은 적 없어요. 그 기사들에 따르면, 저희는 출품하지 말아야 할 작품을 출품한 것이고요, (영화도) 기준 미달인 거고 그렇죠. 저희는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회로부터) 다 허락받고 말해도 된다고 해서 한 건데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게 됐어요. 그리고 그걸 홍보에 이용했다는 식이죠. 거기서 뜨악했어요. 기사가 이렇게도 나올 수가 있구나…(싶었어요). 거기에서 저희는 모든 걸 놔버렸어요. 해명하고 싶지도 않고 설명하고 싶지도 않고요. 그런 상황에서 제가 뭐라고 하겠어요.”

    제가 좀 만만하죠

    -교차상영 문제는 어떻게 된 거죠?

    “저도 개봉관이 그렇게 잡힌 건 몰랐어요. 근데 이런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는 기자들이 기사를 쓰지 않아요. ‘첫 주말에 1만3000명이 들었습니다. 저조하네요. 기분이 어떠세요’라고만 물어보시죠. 정말 웃음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아버님(주 대표)께서 ‘대형 기획사가 투자한 작품이라면 이렇게 했겠느냐’는 말씀도 하셨죠.

    “그러게요. 옷가게라고 생각해보세요. 오전 9시부터 밤 12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오전 9시에 잠깐 팔고 문을 닫았다가 밤 11시에 다시 물건을 판다면 누가 들어와서 옷을 사겠어요. 몇 명이나 오겠느냐고요.”

    -극장에 가서 교차상영을 직접 확인하셨어요?

    “사방에서 전화가 와서 알았어요. 영화를 보고 싶어도 시간이 안 맞는다고.”

    -극장 측이나 배급사에 항의는 안 했나요?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 상처를 잘 아물게 하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죠.”

    -마음의 상처가 컸을 것 같네요.

    “마음이야 항상 다칠 수 있는 건데, 이번 일은 좀….”

    -중국 활동에도 영향이 많을 것 같네요.

    “현재로선 아무런 계획도 세울 수가 없어요.”

    장나라는 ‘하늘과 바다’를 개봉하면서 전국에서 영화 홍보를 위한 게릴라콘서트를 열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부분 길거리 공연이었는데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 장나라도 게릴라콘서트를 하면서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 몇 번이나 했죠?

    “10번 했어요. 광역시에서는 대충 한 번씩은 한 것 같네요. 인천 부평역, 광주 충장로, 서울 신촌, 주로 그런 곳에서 했어요. 그런데 기자님들이 그런 건 또 기사를 많이 안 써주시던데요.(웃음)”

    -이젠 게릴라콘서트도 그만하는 거죠?

    “할 이유가 없죠. 정말 행복했는데….”

    -그동안 활동하면서 이번처럼 힘든 적이 또 있었나요?

    “이렇게 편파적인 비판을 받았던 적은 없었죠. 언론에서 융단폭격을 맞는 건 괜찮은데, 그런데 이번엔 너무 손발이 잘 맞았잖아요. 영화 개봉 때부터 언론, 네티즌들까지 모두 톱니바퀴 맞물려 돌아가듯이 그랬잖아요.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어요. 그래도 길고 긴 인생으로 보면 아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해요. 잘 됐으면 좋았겠지만 이 정도로 영화를 접고 끝낼 수 있는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려고요. 나중에는 감사한 일이 될 거예요. 제가 좀 독하거든요.”

    아버지가 너무 상처를 받아서…

    “한류스타요? 응원까지도 안 바랍니다. 제발 부수지만 말아주세요”
    -많은 네티즌이 주 대표를 비판하고 있죠. 알고 있어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그건 다른 사람들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닌데. 생각해보세요. 자식이 욕을 먹는데 부모 마음이 어떻겠어요. 아버지가 너무 힘들어하셔서 한때는 아버지가 제 일을 안 하시면 어떨까 생각도 했었어요. 너무 스트레스 받으시는 게 싫어서요.”

    장나라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2003년 돌연 중국으로 떠났다. 최고의 자리가 보장된 한국 연예계를 떠나 미지의 세계로 걸어 들어갔다. 2002년 연말, 지상파 방송사의 가요대상을 모조리 석권한 직후여서 팬들의 놀라움은 컸다. 당시는 ‘한류’라는 말도 없을 때였다. 지난 6년간 장나라가 중국에서 보여준 활약은 눈부셨다. 중국 활동 첫해인 2003년, 중국 관영 CCTV와 MTV가 공동 시상한 Music Award 2003에서 ‘올해의 한국가수상’을 수상했고 China Golden Disk Award 최고인기가수상(2005년), 2004~05년 아시아태평양 뮤직차트 어워드 3개 부문 수상 등 영광을 누렸다.

    -가장 현지화가 잘된 한류스타라 할 수 있는데, 처음부터 의도한 것인가요?

    “처음부터 아버님이 그게 중요하다고 느끼셨어요. 그래서 중국에 뿌리를 내리고 활동을 했어요. 그동안 중국에서 좋은 일도 많이 했어요.”

    -최근에는 돈 벌러 중국 간다는 오해도 받고 있죠.

    “전 그저 중국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한 것뿐인데, 그렇게 오해를 사더라고요.”

    -‘하늘과 바다’가 중국시장을 겨냥한 영화라는 얘기도 있던데.

    “아니에요. 정말 저희가 야심차게 준비한 영화였어요. 오랜만에 선보이는 영화여서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중국어를 아주 잘한다고 들었어요.

    “방송에선 최대한 중국어를 안 쓰려고 해요. 작은 표현 때문에 종종 걷잡을 수 없는 오해를 불러오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화가 나면 잘해요. 화나면 부끄러움이 없어지잖아요. 지금은 (중국어가) 편해요. 통역이 잘못되면 정확한 의미로 교정해줄 수 있는 정도는 되죠.”

    -가수와 연기, 어느 분야에 더 애착을 느껴요?

    “연기는 아주 어릴 때부터 꿈꾸던 것이라서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느껴져요. 반면 노래는 자기만족이 커요. 노래 부르고 있는 제 모습이 그냥 좋아요. 혼자서도 노래를 많이 부르고요. 오히려 대중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게 오랫동안 어색했었어요.”

    -힘든 시간일 텐데, 앞으로의 계획을 포함해서 마지막으로 할말이 있다면….

    “억울한 일을 더 이상 겪고 싶지 않아요. 그냥 사람들이 저를 즐겁게 봐줬으면 좋겠어요. 씹으면서 즐거워하는 게 아니라 저의 연기와 노래를 즐겁게 봐주셨으면 해요. 기자들께도 이런 말을 하고 싶어요. ‘응원까지도 안 바랍니다. 그냥 저와 제가 그동안 만든 것을 부수지만 말았으면 좋겠어요’ 라고요.”

    -혹시 좋아하는 연예인 있어요? 스캔들 나고 싶은 사람이라든가.

    “유덕화요. 그리고 소지섭씨는 그냥 한번 봤으면 좋겠어요. 너무 멋있잖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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