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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한반도 전쟁소설

2014

2장 개전(開戰)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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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구가 한마디씩 낮고 또렷하게 말하는 것은 ‘지시사항’이기 때문이다. 이 지시사항은 곧 점조직식으로 연결되어 있는 각 단체, 언론 매체, 그리고 인터넷과 트위터로까지 빗발처럼 확산될 것이었다. 정수남이 알아들었다는 듯이 천천히 머리만 끄덕였을 때 조경구가 말을 잇는다.

“어뢰정은 방향타가 고장 난 상태였으며 KF-24기 격추는 영해를 2마일이나 침범했기 때문이라고 말야. 러시아 위성이 찍은 증거사진이 있다고 퍼뜨려.”

“알았습니다.”

각진 턱을 끄덕이던 정수남이 문득 머리를 들고 조경구를 보았다.

“오늘밤 대학생연대의 촛불집회 때 단체들을 더 모아야 되겠는데요.”



“가능한 한 많이.”

주위를 둘러본 조경구가 말을 이었다.

“박성훈이 보수층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전쟁위협이 고조되면 웰빙 보수들은 분열해. 쫌만 길게 빼면 박성훈이 꼬랑지를 내린다고. E-3가 전쟁 도발용 작전이라고 몰아붙여.

“알겠습니다.”

위기가 기회인 것이다. 노인네가 주력인 보수층에 비하면 이쪽은 수적으로 열세지만 젊은데다 단결력이 강하다. 3% 조직으로 97%의 무기력한 대중을 이끌어가야만 하는 것이다.

7월24일 17시25분. 소공동.

망원경을 눈에 붙인 허성만이 남창빌딩의 입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수남이 돌아왔습니다.”

정수남은 막 빌딩 현관으로 들어서는 중이다.

“저놈은 빌딩에 감시장치가 부착되어 있는 걸 알아요, 개자식.”

허성만이 혼잣소리처럼 말했을 때 귀에 이어폰을 붙이고 있던 백기준이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야 견제용 아닌가? 저놈들은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도 알 거야.”

그들은 조금 전에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조경구와 정수남이 헤어진 것을 보고받은 것이다. 허성만이 망원경을 눈에서 떼고 손끝으로 눈을 문질렀다. 소공동의 남창빌딩은 3층 건물로 낡아서 주위 건물에서 다 내려다보였다. 그 남창빌딩의 3층이 ‘한민족민주연합’ 사무실이다. 한민족민주연합은 남북교류, 인도적 지원, 평화통일을 목표로 하는 시민단체로 회원 수는 1000여 명이다. 그러나 지금 사무실로 들어간 조직부장 정수남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두 번에 걸쳐 5년형을 살았고 시청역에서 헤어진 사무총장 조경구는 세 번에 8년을 복역했다. 조직의 간부 대부분이 철저한 반미·친북 세력이다. 창가로 다가간 백기준이 이제는 대신 망원경을 눈에 붙였다. 이곳은 길 건너편의 비스듬한 위치에 세워진 빌딩 12층이다. 직선거리는 120m, 망원경을 눈에 붙이면 얼굴의 점까지 보인다.

“이것들이 어뢰정이 넘어왔을 때부터 바쁘게 나대는데 북에서 지령을 받은 모양이야.”

망원경으로 3층을 보면서 백기준이 말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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