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호

고객과 직접 만나 ‘문화’를 꽃피워라

모바일 킬러앱의 조건

  • 김지현│IT 칼럼니스트 http://oojoo.co.kr│

    입력2010-09-01 11: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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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과 직접 만나 ‘문화’를 꽃피워라

    1990년대 하반기 주목받은 옐로우 페이지.

    킬러앱이란 사람들이 자주, 많이, 오래 찾는 서비스를 말한다. 음식으로 비유하면 김치나 김밥 같은 것이다. 사실 플랫폼보다 더 중요한 것이 킬러앱이다. 플랫폼은 초기 개발에 거금이 들어가고 리스크가 높지만, 킬러앱은 적은 비용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킬러앱은 시대의 트렌드에 따라 변화한다. 모바일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궁극에는 킬러앱의 가치와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다. 웹 킬러앱과 모바일 킬러앱의 차이와 가치, 그리고 특징을 알아본다.

    디렉터리→메일·카페→검색

    웹에서 킬러앱은 그간 여러 차례 변화를 겪었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하반기 메일과 카페로 시작해서 검색과 미니홈피로 변화했으며 블로그 등의 서비스가 주도했다. 시대를 풍미하던 킬러앱이 무엇이냐에 따라 산업의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이 달라졌다.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웹1.0에선 어떤 서비스들이 주목받았을까. 초기 웹이 태동하면서 주목받은 서비스는 옐로 페이지와 검색 서비스였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수많은 홈페이지를 카테고리별로 잘 정돈해 보여주는 디렉터리 서비스와 이러한 홈페이지를 찾아주는 검색 서비스가 초기 킬러앱이었다. 이 시장을 지배한 사이트는 야후, 라이코스, 알타비스타 등이었다. 국내에서는 심마니, 미스다찾니, 네이버, 집(ZIP!) 등이 있었다. 이러한 서비스 외에 아마존이나 이베이 같은 커머스도 사용자가 웹을 통해 물건을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로 초기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후 메일과 카페(커뮤니티)가 눈길을 끌기 시작한다. 해외에서는 핫메일, 야후메일이 서비스를 제공했고 국내에서는 다음이 한메일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웹메일 시장이 뜨거운 관심을 모으면서 코리아닷컴, 엠파스, 깨비메일 등의 다양한 웹메일 서비스가 탄생한다. 카페 역시 커뮤니티 서비스로 주목받으면서 프리챌, 아이러브스쿨, 다모임 등의 다양한 전문 커뮤니티가 등장한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는 2000년대 초까지 이어지면서 야후코리아, 라이코스코리아가 지배하던 한국의 웹 서비스가 토종기업인 다음과 여러 전문 커뮤니티 서비스로 넘어가게 된다.



    2003년부터 네이버의 지식iN이 시작되며 검색이 본격적인 웹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한다. 이때 함께 주목받은 것이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다. 싸이월드가 SK컴즈에 인수된 이후 마케팅이 강화되면서 미니홈피는 전 국민의 서비스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리고 SK컴즈의 네이트온도 인스턴트 메신저 시장에서 MSN 메신저에 이어 2위 사업자로서 점차 성장하기 시작한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가 메일에서 메신저로, 커뮤니티 서비스가 카페에서 미니홈피로 변화하는 시기다.

    콘텐츠 서비스는 초기 디렉터리 기반의 서비스로 수많은 홈페이지를 분류해서 보여주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다가 지식iN의 등장과 함께 검색 기반의 서비스로 변화한다. 그 검색 서비스가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커머스 시장 역시 1990년대 하반기 경매를 기반으로 시작해 2000년대 상반기 쇼핑몰 중심으로 트렌드가 형성됐다.

    공개하라, 또 공개하라!

    고객과 직접 만나 ‘문화’를 꽃피워라

    구글 지도를 매시업해서 만든 파노라미오 서비스

    2005년 이후 웹은 커다란 변화를 겪는다. 이를 가리켜 웹2.0이라고 부른다. 웹2.0의 물결은 미국에서부터 시작됐다. 웹2.0의 대표적인 킬러앱은 유튜브와 같은 UCC 동영상 서비스와 지도 그리고 블로그다. 이들 서비스에는 공통점이 있다. 기존의 웹 서비스와 달리 이들 서비스는 서비스 내부의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외부의 서비스에 개방하기 위해 API를 공개하면서 외부 서비스와 연계를 강화했다는 점이다. 유튜브를 방문하지 않아도 다른 사이트에서 유튜브에 등록된 동영상을 볼 수 있고, 유튜브에 연결하지 않고도 유튜브에 동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다. 구글의 지도는 구글 사이트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다른 사이트에서 구글 지도를 불러들여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웹2.0은 기존 웹에 비해 기술적으로 진일보했으며, 서비스에 대한 철학 역시나 크게 바뀌었다. 기존 웹 서비스가 사이트의 가입자와 방문자, 페이지뷰 등의 데이터를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면 웹2.0의 서비스는 이러한 데이터보다는 API를 좀 더 많이 개방해서 좀 더 많은 외부의 서비스와 연계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렇다보니 실제 사이트의 가입자와 방문자는 늘지 않아도 이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외부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효과를 얻게 됐다.

    대표적인 것이 구글의 지도와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Social Network Service)이다. 트위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Third Party 서비스는 수만개에 달한다. 페이스북 내부에는 페이스북이 직접 만들지 않은 수십만개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구글 지도를 이용해 만들어진 서비스도 수십만개에 달한다. 이처럼 웹2.0은 개방과 공개라는 서비스 철학을 기반으로 웹의 제2 부흥기를 열었다. 이때 주목받은 킬러앱이 블로그와 동영상 UCC, 지도, SNS 등이다.

    킬러앱은 사용자가 가장 많이 찾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네이버가 지식iN을 킬러앱으로 트래픽을 많이 확보했기에 연 매출이 1조원을 넘은 지금의 네이버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다음은 한메일과 카페로 웹 초기 시장에서 킬러앱을 주도했기에 10년 넘게 웹포털의 2위 사업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SK컴즈는 네이트온과 싸이월드로 킬러앱을 확보했기에 3위 사업자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킬러앱을 확보하면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킬러앱이 사용자의 ‘시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시간을 좀 더 많이 차지할수록 보다 많은 영향력이 생기며, 여기에서 BM(Business Model)이 생기게 마련이다. PC통신 시절 사용자들이 하이텔에 월 사용료를 내면서 서비스를 사용한 이유는 PC통신의 킬러앱인 채팅, 동호회, 자료실 등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포털인 다음과 네이버가 매년 수천억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검색, 블로그, 카페, 지도 등의 킬러앱을 통해서 사용자의 시간을 많이 차지한 덕분이다.

    PC통신과 웹의 킬러앱에 차이가 있고, 웹도 시기에 따라서 킬러앱이 달라지는 것처럼 2010년 이후의 웹과 모바일에서 어떤 킬러앱이 주목받을 것인지를 파악해야만 이후 비즈니스 모델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고객 직접 접점’이 관건

    고객과 직접 만나 ‘문화’를 꽃피워라

    사람들이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3가지 이유

    모바일 킬러앱은 웹 킬러앱과 무엇이 다를까. 모바일은 PC 기반의 웹과 기계의 특성이 다르다. 하드웨어가 다르다보니 서비스의 특성과 구성도 다른 게 당연하다. 모바일 시장을 활짝 열어준 애플 아이폰의 혁신은 이동통신사가 직접 고객과 접촉함으로써 발휘하던 고객 영향력을 파괴했다는 점이다. 아이폰을 구매한 이후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사용자는 이동통신사보다 애플의 아이튠스를 통해 온갖 서비스(음악과 영상 구매와 앱 다운로드 등)를 사용하게 된다. 통신사인 KT와의 접점은 처음 아이폰을 구매할 때와 매월 통화료 청구서가 날아올 때 정도일 뿐이다. 애플은 아이폰을 통해 이동통신사를 배제한 채 고객과의 접점을 마련함으로써 지속적으로 고객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이다. 이것이 애플의 경쟁력이다.

    모바일 플랫폼을 주도하는 기업들 모두가 고객 접점을 직접 만들어 지속적으로 고객과 접촉하려 한다. 고객의 주목을 끌어내야 고객의 가슴과 머리에 새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인식된 브랜드는 향후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잉태하게 된다. 비록 우리가 삼성전자의 PC를 사용하고,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하더라도 우리는 PC와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네이버와 다음을 인지하고 이들 포털과 지속적인 접촉을 하며 서비스를(시간을) 소비한다.

    춘추전국시대의 모바일 플랫폼이 안정화하면 이후에는 결국 고객과 가장 많이, 자주, 오래 접촉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경쟁우위에 놓일 것이다. 고객과의 접점이 있어야 다양한, 그리고 지속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모바일에서 킬러앱을 장악하는 기업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고객과 직접 만나 ‘문화’를 꽃피워라

    트렌드를 넘어 문화에 이르기 위한 사용자 규모

    모바일 킬러앱이 갖춘 조건을 알아보려면 사용자가 왜 3인치의 작은 화면을 바라볼까를 분석해야 한다. 즉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통해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의 화면을 왜 볼까.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스마트폰은 휴대전화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목적은 누군가와 통화하기 위함이다. 즉 누군가와 ‘커넥트’하고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서 휴대전화를 사용한다. 스마트폰의 커뮤니케이션은 피처폰과 달리 매우 다양하다. 피처폰이 통화와 SMS로 커뮤니케이션한다면 스마트폰은 메일, 메신저, SNS, 미니홈피, 댓글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을 UC(Unified Communication)라고 한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누군가와 연결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기를 원하며, 이것이 첫 번째 킬러앱이다. 실제 WhatsApp, 마이피플, 카카오톡 그리고 Skype, FaceTime, Fring, Nimbuzz 등의 앱들이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킬러앱에 속한다.

    둘째, 스마트폰은 시간을 때울 때 습관적으로 보게 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용자 상당수가 버스, 지하철 등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화장실이나 엘리베이터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거리에서 사용한다. ‘킬링 타임’하기 위한 목적이다. 시간을 때우는 데 적합한 서비스는 유튜브나 TV팟과 같은 동영상 혹은 네이버의 웹튠과 같은 만화, 수많은 스마트폰용 게임이다. 즉 엔터테인먼트 영역에 속한 콘텐츠와 서비스가 스마트폰의 두 번째 킬러앱이다.

    매크로 트렌드 일으키려면…

    셋째, 스마트폰은 웹처럼 정보검색을 위해 이용된다. PC와 달리 스마트폰은 이동 중에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사용한다. 사람들은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살아가며 그 호기심이 빠르게 해결되기를 바란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 궁금한 점이 생기기도 하고, 물건을 구매하다가 제품에 대한 정보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TV를 보다가 연예인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기도 하고, 스포츠 스코어나 로또 번호가 궁금하기도 하다. 이러한 각종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매개로 스마트폰이 이용된다. 이런 이유로 스마트폰에서는 실시간으로 빠르게 질문에 답을 해주는 LiveK나 교통정보를 제공해주는 다음지도, 실시간 이슈를 알려주는 네이버의 실시간 이슈 검색 등이 킬러앱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체 인구 대비 약 1%의 얼리어댑터에게 주목받는 서비스는 아직 마이크로 트렌드라고 볼 수 있다. 사실 하루 약 50만명의 사용자가 쓰는 서비스가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국내 홈페이지 상위 100위 안에 들지 않으면 일 사용자 수가 50만명에도 달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마이크로 트렌드를 불러일으킨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서비스가 초기에 반짝 트렌드만 형성하다가 티핑포인트를 넘지 못하고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

    매크로 트렌드를 일으키려면 국민의 약 10%가 이용하는 서비스라야 한다. 그 정도의 사용자 규모를 가져야 킬러앱이라 할 수 있다. 10%만 확보하면 금세 20%, 30% 이상으로 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트렌드가 5년 넘게 지속되도록 하려면 ‘문화’가 돼야 한다. 아이러브스쿨, 프리챌, 카트라이더(게임) 등은 매크로 트렌드 시장 형성에 성공한 서비스다. 또한 미니홈피도 전 국민의 서비스라 부르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이 서비스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문화로 끌어올려야 한다. 메일, 카페, 검색 등은 이미 10년이 넘은 서비스임에도 웹의 문화로 자리매김을 했다. 이처럼 서비스가 문화로 자리 잡아야만 지속성이 담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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