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때는 전국적인 도시개발이 진행됐고,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에는 서울에서 뉴타운 계획이 잇달아 발표됐으며, 이어 이명박 정부도 보금자리 주택사업을 내놓는 등 근래 10년 동안 우리나라 대도시는 그야말로 대규모 공사판이 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이러한 대형 사업이 부동산 값을 들썩이게 하자 일반 주택, 상가가 밀집된 지역의 주민들은 앞다퉈 재개발조합 또는 재건축조합을 결성해 자체 개발에 나서고 있다.
2010년 2월 현재 재개발사업장 736곳, 재건축사업장 534곳 등 전국 1270곳에서 도시정비사업이 진행 중이고, 이 가운데 이미 조합설립인가가 난 곳이 570여 곳에 달한다고 한다. 사업장 1곳당 조합원 수를 300명, 가구당 가족 수를 4명으로 보면 전국적으로 152만여 명의 국민이 도시정비사업의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러한 사업을 통해 새 집을 싸게 얻어 재산을 증식할 수 있으리라는 조합원의 기대 때문이다. 도시정비사업의 진정한 목적인 주거환경 개선은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과연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실제로 조합원에게 새집을 안겨주고 재산증식에도 도움이 되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가 못하다. 이미 완료된 도시정비사업의 경우 원주민 재정착률이 20% 안팎에 머물고, 심지어 서울 길음뉴타운은 12%에 불과하다는 보도도 있었다. 조합원 10명 중 8~9명은 새집을 얻기는커녕 헌 집을 내주고 정든 터전을 떠나 낯선 동네를 전전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는 얘기다. 비록 헌 집이긴 해도 대도시에 자기 땅과 건물을 갖고 아쉬울 것 없이 살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세입자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렇게 재개발·재건축의 이익이 원주민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분명히 누군가 다른 쪽에서 이익을 챙기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조합장실 문은 감방으로 들어가는 문이다’라는 말이 나돌 만큼 부정부패가 만연한 조합장과 조합임원들인지, 그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시공사와 정비업체 등 사업체들인지 아니면 그들 모두가 공범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이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와 해결책을 논하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이 글에서는 어떻게 하면 땅주인들이 제대로 된 정비사업을 통해 자신들의 재산권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 재개발사업을 중심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패라고 했으므로 ‘양심불량’ 조합과 시공사가 어떤 식으로 탈법, 불법을 자행하는지 그 수법과 대책을 먼저 알아두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아래의 내용은 정상적인 조합이나 시공사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임을 밝혀둔다.
몰래몰래 비밀작전
주택 재개발사업의 경우 재개발조합엔 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토지수용권한까지 행사할 수 있도록 법이 보장하는데, 민간단체인 재개발조합에 이렇게 강력한 권한을 주는 것은 조합원의 절대다수가 재개발사업의 내용을 잘 파악하고 동의한 것을 대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합과 시공사는 조합원에게 시시콜콜 정보를 다 알려주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사업과 관련된 내용을 조합원에게 모두 알려줄 경우 사업이 어렵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서일 수도 있고, 불량·노후지역 토지 소유자가 대개 고령의 노인들이라서 사업을 잘 이해시키려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는 대규모 건설사업 경험이 거의 없는 조합임원 자신들도 사업 내용을 잘 몰라 정보를 알려주지 못할 수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재개발조합이 조합 설립 때는 물론 이후에도 조합원에게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을 해주고 조합원이 그 내용을 온전히 이해한 후 의사표시를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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