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호

‘만사올통’ 서향희·不通 이미지 大權 앞길 걸림돌 되나

박근혜의 7大 아킬레스건 해부

  •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12-09-21 11: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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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대희 “서향희 변호사가 가장 문제”
    • 보수층 의식해 ‘박정희 역사인식’얽매여
    • 친박계 측근 권력다툼…人의 장막에 정보 차단
    • 여성이란 약점…北 핵실험 뒤 ‘모성정치론’ 철수
    ‘만사올통’ 서향희·不通 이미지 大權 앞길 걸림돌 되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검증의 그물에 걸려들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마무리되면서 내전(內戰)에 사용됐던 화력이 박 후보에게 집중됐다. 막강한 장외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도 박 후보를 겨냥한 공세적인 검증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박 후보는 파상적으로 닥쳐오는 검증의 칼날을 모두 막아내고 대권고지에 오를 수 있을까.

    박 후보는 이미 5년 전인 2007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혹독한 검증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당시는 그래도 같은 집안인 이명박 후보 측이 공격했다. 아무래도 양쪽 모두 상대방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은 건드리지 않았다. 이번에도 박 후보는 당내 경선을 거쳤지만 워낙 승부가 싱거워서 제대로 된 검증은 받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다르다.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 후보를 끌어내리기 위해 야권은 무차별적으로 칼날을 휘두를 것이다. 사생결단의 분위기마저 감돈다. 남은 대선 기간 내내 박 후보를 괴롭힐 7대 아킬레스건을 꼽아봤다.

    ① 아버지 박정희 시대 역사 인식

    박 후보에게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산이자 부채다. 박정희 시대가 우리나라를 경제적으로 부흥시켰다는 데는 야권에서도 어느 정도 수긍한다. 다만 정치적 측면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당장 야권과 진보언론은 5·16과 유신(維新)에 대한 박 후보의 입장 표명을 요구한다. 아버지 시대에 일어난 일들에 대한 역사인식을 줄기차게 묻는다.



    박 후보는 아버지 시대를 절대 부정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5·16은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 유신은 “역사의 판단에 맡길 문제”라고 했다. 최근에는 유신 시절의 대표적 공안 사건인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나. 이 역시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이 한마디로 박 후보가 앉아서 100만 표는 날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생각보다 후폭풍이 거세고 특히 지지자들 사이에 실망감이 큰 것 같다.

    새누리당 안에서도 비판론이 일었다. 친박계 안에서 쓴소리를 자주 하는 유승민 의원은 “결국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를 말하는 것인데, 과에 해당하는 아픈 부분에 대해 부녀(父女) 관계에서 가질 수 있는 생각과 18대 대통령후보로서 생각은 다른 만큼 국민의 눈높이에서 공과에 대해 밝혔으면 하고, 또 그렇게 할 것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 박정희 시대 들춰내기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고(故) 장준하 선생 의문사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도 이미 대선 쟁점으로 부상해 있다. 그렇다고 박 후보가 대선 전략 차원에서 역사 인식을 바꿀 것인지도 궁금하다. ‘아버지를 버려야 산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만 지지기반인 보수층의 표심도 고려해야 하는 측면도 있어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② 박근령, 신동욱, 그리고 서향희

    박 후보에게는 형제, 친척들의 일탈도 고민거리다. 특히 여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 그의 남편 신동욱 전 백석문화대 교수(구속수감 중)가 대선 국면에서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박 전 이사장 부부는 남동생 박지만 EG회장과 육영재단 운영권을 두고 6년째 분쟁을 벌이고 있다.

    박 전 이사장은 박 후보가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맡아 정치생명을 걸고 총력을 기울인 지난 4·11 총선에서 충북 보은·옥천·영동 지역구에 출마하기 위해 선진통일당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낙천했다. 옥천은 육영수 여사의 고향이다. 언니인 박 후보에 대한 반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장의 14세 연하 남편인 신 전 교수도 사사건건 박 후보의 발목을 잡는 인물이다. 신 전 교수는 인터넷에 박 후보에 대한 비방 글을 올린 혐의로 실형까지 선고받았다.

    박지만 회장의 부인으로 박 후보의 올케가 되는 서향희 변호사도 각종 구설에 올라 있다. 서 변호사는 2004년 12월 결혼 당시 사법연수원을 갓 수료한 3년차 변호사였지만 이후 놀랄 만한 활동력을 보였다. 가죽 가공업체 신우의 사외이사, CNH 감사, 폐기물 처리 업체인 인선이엔티 법률고문, KMAC 사외이사 등을 잇달아 꿰찼다. 경영컨설팅 회사 피에스앤피를 창립했고, 2009년에는 대구고검장을 지낸 이건개 전 의원과 법무법인 주원도 설립했다. 저축은행 비리로 물의를 일으킨 삼화저축은행 고문변호사도 이때 맡았다. 2011년에는 법무법인 ‘새빛’의 대표변호사가 됐다.

    법조계 출신 한 인사는 “서 변호사는 결혼 전부터 법조사회에서 마당발로 유명했다”며 “박지만 회장과 결혼 후 활동 폭을 더욱 넓혀 말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항간에는 서 변호사의 영향력을 빗대어 ‘만사올통’(모든 일은 올케를 통하면 된다)이란 말까지 나왔다. 박 후보의 친인척 비리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는 새누리당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서 변호사를 제외하면 박 후보 친인척 중에 문제 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만큼 서 변호사가 요주의 인물인 셈이다. 현재 서 변호사는 ‘새빛’의 대표변호사직을 사퇴하고 근신 모드에 들어갔지만 야권의 공세는 대선 기간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박 후보를 불안하게 만드는 친척은 적지 않다. 2011년 9월에는 박 후보의 5촌 조카 두 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수사 결과, 한 조카가 사촌지간인 다른 조카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밝혀졌다. 박정희 가문의 불행들이 대선판에서 회자되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③ 최태민과 정윤회

    박 후보 주변에서 고(故) 최태민 목사 얘기를 꺼내는 것은 금기시돼 있다. 그만큼 박 후보가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최 목사와 관련한 각종 루머에 시달려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시 박 후보와 최 목사의 관계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력이 불투명한 인물이 박 후보를 등에 업고 각종 비리를 일삼았는데도 박 후보가 감싸기만 한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박 후보 측은 “시중에 떠도는 루머를 무책임하게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한다”는 입장이다.

    최 목사의 사위인 정윤회 씨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박근혜 의원실에서 활동하다 2004년 나온 이후에도 소문이 무성했다. 심지어 4·11 총선 때 막후에서 공천에 관여하고 있다는 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우리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정 씨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지금 떠도는 얘기들은 전부 억측”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자는 그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④ 측근 그룹 人의 장막

    박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측근들의 암투나 일탈행위도 대선가도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는 물론이고, 이후 박 후보가 미래권력으로 자리 잡은 지난 5년 동안 박근혜 캠프 내부에서 헤게모니 다툼이 일어나고 있는 징후가 많았다. 한때 친박계의 좌장이었던 김무성 전 의원이 이탈하는 과정에서도 내부의 극심한 견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성격은 다르지만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놓고 거친 설전을 벌이고 있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가 그런 사례다. 경제민주화는 박 후보가 원래 진보진영의 단골메뉴였던 정책이슈를 선점한 것이어서 내부 분란은 표의 확장성을 가로막게 된다.

    최근 친박계 현기환 전 의원의 공천헌금 비리 연루,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안철수 불출마 협박’ 같은 예기치 못한 악재들이 대선 정국에서 터져 나왔다. 검사 출신 변호사인 정준길 전 공보위원은 9월 4일 서울대 법대 동기인, 안철수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안 원장의 뇌물증여 및 여자관계 의혹을 제기하며 불출마 종용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도 상대편 정치진영에 있는 사람에게 해선 안 될 이야기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구나 친한 친구 간의 사적 대화라고 주장했지만 당시 정 전 위원이 탔던 택시운전사의 증언이 사건의 성격을 확 뒤집어놓았다. “친구 사이의 대화 수준이 아닌 것 같았다”는 운전사의 증언에 대해 정 전 위원이 ‘그날 나는 택시를 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가 운전사가 택시 블랙박스 동영상을 공개하겠다고 하자 택시 탄 사실을 시인했다. 단순 거짓말로 끝난 게 아니라 안철수 측에 불출마 종용 및 협박을 했다는 야권의 주장을 꼼짝없이 뒤집어쓸 수밖에 없게 됐다. 박 후보의 인혁당 사건 발언까지 두 가지 악재가 겹친 것이다.

    ⑤ 육영재단과 정수장학회

    육영재단은 박 후보 3남매를 갈라놓았다. 1990년 박근령 씨를 지지하는 ‘숭모회’는 박근혜 육영재단 이사장 퇴진 운동을 벌였고, 박 후보는 결국 1992년 이사장직을 근령 씨에게 넘겨줬다. 그러나 근령 씨는 2004년 교육청으로부터 부실 운영 등을 이유로 이사장 해임 결정을 받았고, 오랜 소송 끝에 패소해 2008년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박지만 씨는 이 과정에서 처음엔 근령 씨 편에, 나중에는 박 후보 편에 섰던 것으로 알려진다. 육영재단 자산 중 하나인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회관 부지(13만2000㎡)만 해도 3조~4조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수장학회도 마찬가지다. 야권은 정수장학회를 “박정희 군사정권이 1962년 고(故) 김지태 씨의 개인 재산과 부일장학회를 강탈한 장물(贓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박 후보 측과 정수장학회는 “부정 축재 혐의를 받던 김지태 씨가 구명을 위해 자진 헌납한 재산”이라고 반박한다. 박 후보는 196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설립한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1995년부터 10년 가까이 지냈다. 박 후보는 “장학회 운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권에선 “박 후보가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정수장학회 논란은 지난해 말 정수장학회 소유인 부산일보 분규로 다시 불이 붙었다. 노조는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과 사장 선출권’을 요구했다. 부산에 정치적 기반을 둔 문재인 후보는 이를 박 후보를 공격하는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⑥ 불통 이미지

    9월 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박 후보의 약점으로 ‘소통불가 이미지’(20.8%)를 가장 많이 꼽았다. 그다음이 ‘여성후보’(19.8%), ‘박정희 전 대통령’(14.2%), ‘측근 관련 논란’(8.7%) 순이었다. ‘기타’라는 응답은 36.5%였다.

    박 후보에게 ‘불통(不通)’ 이미지가 덧씌워진 계기는 2010년 한 해 동안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세종시 수정안 파동이었다. 측근들의 대안론도 뿌리치고 세종시 원안 고수를 고집하는 바람에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최근에는 대선 후보 경선 룰 논란에서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 바람에 당내에서조차 불통 소리를 들었다. 또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에 대한 역사 인식에 유연성을 보이지 못하면서 불통 이미지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특히 수도권과 20, 30대 유권자, 중도층에서 박 후보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이들 유권자층은 박 후보를 ‘자기중심적인 시각과 과거, 보수의 틀에 갇힌 정치인’으로 본다. 박 후보는 원칙과 소신으로 생각하지만 유권자의 생각은 다르다.

    ⑦ 여성 정치인

    박 후보는 5년 전 쓰라린 경험을 했다.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다가 대선을 1년가량 앞둔 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을 기점으로 지지율이 추락한 뒤 회복하지 못했고 결국 이명박 후보에게 밀렸다. 한반도 분단 상황에서 여성 대통령은 아무래도 불안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였다. 이후로 박 후보는 한때 주창했던 ‘모성정치론’을 더 이상 설파하지 않는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해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도 높지만 아직은 여성 대통령이 나오기에는 이르다거나, 여성적 카리스마는 나라를 이끄는데 부족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때문인지 역대 대선 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 남성’의 성(性) 대결 구도가 펼쳐지게 됐지만 박 후보 캠프는 ‘여성 후보’를 그다지 강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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