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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집 살림’ 가족 출현하고 ‘세종교육’엔 큰 기대

중앙부처 본격 이전 시작된 세종시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두 집 살림’ 가족 출현하고 ‘세종교육’엔 큰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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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9월부터 국무총리실 등 정부부처 이전 본격화
  • ● 시설 좋고 저렴한 ‘첫마을’ 인기
  • ● 남편 직장·자녀 학원 때문에…‘엄마 공무원’ 골치
  • ● 스마트 교육, 특목고 등 교육 기대감에 학생 몰려
‘두 집 살림’ 가족 출현하고 ‘세종교육’엔 큰 기대

총 7개 단지 6520가구가 들어선 첫마을 전경.

‘서세종IC.’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세종특별자치시를 향해 130km 남짓 달리다보면 당진~상주고속도로의 충남 공주 지역에 이르러 서세종IC가 나온다. 7월 1일 세종시가 정식 출범하기 전까지 이 나들목의 이름은 ‘동공주IC’였다. 동서남북으로 공주, 청주, 대전, 천안에 둘러싸여 있던 조용한 시골마을 충남 연기군이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행정중심도시로 탈바꿈하면서 충청권 일대는 세종시 중심으로 재편되어가는 듯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8km 남짓 달렸을까. 세종시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왼쪽으로 타워크레인이 즐비하게 늘어선 중앙행정기관 건설현장이 보였고, 오른쪽으로 고층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선 ‘첫마을’이 나타났다.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정거장 공사를 마무리하는 모습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아직 사람이 머물 만한 곳보다 빈 땅이 더 많았지만, 경기 성남 분당구의 4배 크기라는 세종시는 점차 도시의 ‘꼴’을 갖춰가고 있었다.

“아마 위헌 판결 났을 때였을 겁니다. 거리에 불붙은 가스통이 나뒹굴었어요. 이후 주민들은 정부에서 뭘 한다 해도 반대였습니다. 날마다 시위였죠.”

노무현 정부가 신행정수도특별조치법을 발표하고 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린 2004년 당시 연기경찰서에서 근무하던 조모 경정은 세종시가 ‘물가에서 노는 아이’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내심 기대가 되면서도 언제 또 무슨 일이 생길까 하는 심정에서다. 위헌 판결 이듬해인 2005년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이 공포됐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행정도시 철회 논의가 나왔다. 지난해에는 세종시를 행정도시에서 기업도시로 전환하는 ‘세종시 발전방안’(일명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돼 각종 분란을 일으키다 결국 국회에서 부결되기도 했다.



세종시 프로젝트는 다시 원안으로 돌아왔다. 9월 15일 국무총리실 일부 부서가 세종시로 이사한 것을 신호탄으로 2014년까지 36개 중앙행정부처 및 소속기관이 이전한다. 정부과천청사에서 근무 중인 한 국장급 인사는 “세종시로 내려가는 것을 이젠 체념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며 공무원 사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장 보러, 학원 다니러 대전행

“처음엔 다 불편하지. 이제 차차 나아지겠지.”

김 할머니는 하교 시각에 맞춰 첫마을의 참샘초등학교로 손녀를 데리러 나왔다. 그는 지난 7월 딸을 따라 세종시로 옮겨와 손녀를 돌봐주고 있다. 공무원인 사위가 내년 세종시로 내려오는데, 이참에 딸도 조치원으로 직장을 옮기고 첫마을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김 할머니는 “주중엔 서울에서 우리 영감과 사위가 함께 지내고, 금요일 저녁에 사위가 내려오면 나는 서울로 올라간다”고 했다. ‘세종형(型)’ 주말가족인 셈이다.

“슈퍼에서 장을 볼 수밖에 없어 물가가 좀 비싼 거, 마을 다닐 데가 마땅히 없는 거 빼놓고는 지낼 만해요. 근데 조치원에서 여기 오는 길에 가로등이 없어 그게 걱정이에요. 딸이 운전해서 출퇴근하는데 밤에는 좀 위험한 거 같거든.”

총 7개 단지 6520가구가 들어선 첫마을은 입주가 거의 완료된 상태다. 아파트상가에는 공인중개사무소가 여전히 가장 많긴 하지만 슈퍼마켓과 식당, 커피전문점, 교회, 학원 등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참샘유치원과 참샘초등학교, 한솔유치원·초중고교가 모두 개교해 등하교 시간에는 꽤 왁자지껄하다.

첫마을 주민은 보통 세 유형으로 나뉜다. 이전 공무원 가족이거나 세종시 인근의 직장에 다니는 사람, 혹은 연기군을 비롯한 충청 지역 원주민이다. 부처마다 이전 시기가 달라 김 할머니네처럼 ‘한시적 주말가족’으로 지내는 공무원 가족이 있는가 하면, 시설이 좋고 저렴한 첫마을 주거시설이나 선진교육을 실현하겠다는 첫마을 교육시설을 보고 이주한 사람들도 있다.

주부 심정은 씨는 지난 8월 대전으로 직장을 옮긴 남편을 따라 첫마을로 이사 왔다. 심 씨는 “대전의 20년 된 아파트 25평형 전셋값이 1억4000만 원인 반면 첫마을 33평형은 1억1000만 원에 불과해 세종시로 왔다”고 했다.

‘두 집 살림’ 가족 출현하고 ‘세종교육’엔 큰 기대

세종시 국무총리실 공관(왼쪽)과 세종시 첫마을의 야경. 아파트 오른쪽으로 보이는 것이 한두리대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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