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호

‘두 집 살림’ 가족 출현하고 ‘세종교육’엔 큰 기대

중앙부처 본격 이전 시작된 세종시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12-09-21 14: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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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부터 국무총리실 등 정부부처 이전 본격화
    • 시설 좋고 저렴한 ‘첫마을’ 인기
    • 남편 직장·자녀 학원 때문에…‘엄마 공무원’ 골치
    • 스마트 교육, 특목고 등 교육 기대감에 학생 몰려
    ‘두 집 살림’ 가족 출현하고 ‘세종교육’엔 큰 기대

    총 7개 단지 6520가구가 들어선 첫마을 전경.

    ‘서세종IC.’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세종특별자치시를 향해 130km 남짓 달리다보면 당진~상주고속도로의 충남 공주 지역에 이르러 서세종IC가 나온다. 7월 1일 세종시가 정식 출범하기 전까지 이 나들목의 이름은 ‘동공주IC’였다. 동서남북으로 공주, 청주, 대전, 천안에 둘러싸여 있던 조용한 시골마을 충남 연기군이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행정중심도시로 탈바꿈하면서 충청권 일대는 세종시 중심으로 재편되어가는 듯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8km 남짓 달렸을까. 세종시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왼쪽으로 타워크레인이 즐비하게 늘어선 중앙행정기관 건설현장이 보였고, 오른쪽으로 고층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선 ‘첫마을’이 나타났다. 간선급행버스체계(BRT) 정거장 공사를 마무리하는 모습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아직 사람이 머물 만한 곳보다 빈 땅이 더 많았지만, 경기 성남 분당구의 4배 크기라는 세종시는 점차 도시의 ‘꼴’을 갖춰가고 있었다.

    “아마 위헌 판결 났을 때였을 겁니다. 거리에 불붙은 가스통이 나뒹굴었어요. 이후 주민들은 정부에서 뭘 한다 해도 반대였습니다. 날마다 시위였죠.”

    노무현 정부가 신행정수도특별조치법을 발표하고 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린 2004년 당시 연기경찰서에서 근무하던 조모 경정은 세종시가 ‘물가에서 노는 아이’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내심 기대가 되면서도 언제 또 무슨 일이 생길까 하는 심정에서다. 위헌 판결 이듬해인 2005년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이 공포됐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행정도시 철회 논의가 나왔다. 지난해에는 세종시를 행정도시에서 기업도시로 전환하는 ‘세종시 발전방안’(일명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돼 각종 분란을 일으키다 결국 국회에서 부결되기도 했다.



    세종시 프로젝트는 다시 원안으로 돌아왔다. 9월 15일 국무총리실 일부 부서가 세종시로 이사한 것을 신호탄으로 2014년까지 36개 중앙행정부처 및 소속기관이 이전한다. 정부과천청사에서 근무 중인 한 국장급 인사는 “세종시로 내려가는 것을 이젠 체념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며 공무원 사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장 보러, 학원 다니러 대전행

    “처음엔 다 불편하지. 이제 차차 나아지겠지.”

    김 할머니는 하교 시각에 맞춰 첫마을의 참샘초등학교로 손녀를 데리러 나왔다. 그는 지난 7월 딸을 따라 세종시로 옮겨와 손녀를 돌봐주고 있다. 공무원인 사위가 내년 세종시로 내려오는데, 이참에 딸도 조치원으로 직장을 옮기고 첫마을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김 할머니는 “주중엔 서울에서 우리 영감과 사위가 함께 지내고, 금요일 저녁에 사위가 내려오면 나는 서울로 올라간다”고 했다. ‘세종형(型)’ 주말가족인 셈이다.

    “슈퍼에서 장을 볼 수밖에 없어 물가가 좀 비싼 거, 마을 다닐 데가 마땅히 없는 거 빼놓고는 지낼 만해요. 근데 조치원에서 여기 오는 길에 가로등이 없어 그게 걱정이에요. 딸이 운전해서 출퇴근하는데 밤에는 좀 위험한 거 같거든.”

    총 7개 단지 6520가구가 들어선 첫마을은 입주가 거의 완료된 상태다. 아파트상가에는 공인중개사무소가 여전히 가장 많긴 하지만 슈퍼마켓과 식당, 커피전문점, 교회, 학원 등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참샘유치원과 참샘초등학교, 한솔유치원·초중고교가 모두 개교해 등하교 시간에는 꽤 왁자지껄하다.

    첫마을 주민은 보통 세 유형으로 나뉜다. 이전 공무원 가족이거나 세종시 인근의 직장에 다니는 사람, 혹은 연기군을 비롯한 충청 지역 원주민이다. 부처마다 이전 시기가 달라 김 할머니네처럼 ‘한시적 주말가족’으로 지내는 공무원 가족이 있는가 하면, 시설이 좋고 저렴한 첫마을 주거시설이나 선진교육을 실현하겠다는 첫마을 교육시설을 보고 이주한 사람들도 있다.

    주부 심정은 씨는 지난 8월 대전으로 직장을 옮긴 남편을 따라 첫마을로 이사 왔다. 심 씨는 “대전의 20년 된 아파트 25평형 전셋값이 1억4000만 원인 반면 첫마을 33평형은 1억1000만 원에 불과해 세종시로 왔다”고 했다.

    ‘두 집 살림’ 가족 출현하고 ‘세종교육’엔 큰 기대

    세종시 국무총리실 공관(왼쪽)과 세종시 첫마을의 야경. 아파트 오른쪽으로 보이는 것이 한두리대교다.



    “분양권 전매, 언제든 가능”

    오모 씨는 둘째 아이를 한솔고에 보내기 위해 대전에서 첫마을로 이사 왔다. 오씨는 “큰애가 다녔던 대전 학교보다 시설도 좋고 선생님들 열의도 높은 것 같아 만족한다”고 했다. “다만 첫마을에 학원이나 대형마트가 없어 대전 유성구까지 나가야 한다는 점이 불편하다”고 했다. 첫마을에는 서울에 본원을 둔 유명 프랜차이즈 학원의 셔틀버스가 다닌다. 이 버스는 첫마을에서 대전 유성구에 있는 학원까지 약 15km를 왕복하며 아이들을 실어 나른다. 이 학원 관계자는 “20명 남짓한 첫마을 학생들이 우리 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최단기간 분양완료” “최고경쟁률 344:1,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원스텝 프리미엄 아파트!”….

    세종시에서 대전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분양을 완료했거나 분양 예정인 아파트 견본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전국적인 부동산 경기 불황에도 세종시는 예외라는 얘기가 사실인지 ‘성공적으로 분양을 완료했고 다음 분양을 기대해달라’는 취지의 현수막이 여럿 눈에 띈다. 견본주택에는 평일임에도 사람들이 쉼 없이 드나들었다. 한 견본주택 직원은 “30평형대는 세종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1순위에서 마감될 듯하니 40평형대를 고려하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세종시는 청약통장 가입 후 1년이 지나면 청약자격이 있기 때문에 이미 분양을 받은 주민 중 상당수가 다시 청약통장을 만들어 또 분양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종시 부동산 열기는 관계 당국의 집중단속에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지금까지 총 300여 명이 분양권 전매 등으로 경찰에 입건됐음에도 첫마을에서는 분양권 전매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자 이모 씨는 “일단 전세로 들어와 살다가 맘에 드는 게 있으면 분양받거나 분양권을 전매하라”고 권하면서 “전체 분양자 명단을 갖고 있으니 전매를 원하면 말만 하라”고 귀띔했다. 이 씨는 세종시의 미래를 장담했다.

    “처음엔 불편해도 지내다보면 다 살 만 하거든요. 서울에서 출퇴근하겠다는 공무원들도 결국 여기서 지내려고 할 겁니다. 그래서 저도 타인 명의를 빌려 임대아파트를 여러 채 사놨어요. 앞으로 공무원들에게 전·월세 주려고요.”

    “국장급 이상은 대개 혼자 내려갑니다. 애들이 보통 고등학생 이상이고, 정년까지 몇 년 안 남은 경우도 많으니까요. 주로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후배들이 고민 많죠. 아예 내려가자니 맞벌이라면 배우자 직장도 걸리고, 서울의 사교육 인프라도 포기해야 하잖아요.”

    올해 말 세종시로 옮겨가는 박모 국장은 이렇게 세종시 이전 공무원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래도 ‘아빠’들은 세종시에서 혼자 지내다 주말에 집에 오면 되는데, 남편 직장이 서울이거나 수험생 자녀를 둔 ‘엄마’ 공무원들이 문제다. 국무총리실의 한 여성 공무원은 “이래저래 출퇴근할 수밖에 없는 여건인데 과연 140km를 매일 왕복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여성 공무원들끼리 첫마을 아파트에서 함께 살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아무리 친하다 해도 불편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 갔다 오면 하루 다 가요”

    당분간 서울을 오고갈 일이 많은 것도 업무에 차질을 주지 않겠느냐는 우려 또한 나오고 있다. 정부는 당분간 국무회의 등 각종 회의를 지금처럼 서울에서 대면(對面)회의로 열 계획이다. 다만 요일과 시간을 조정해 세종시 장·차관들이 서울로 올라오는 횟수를 되도록 줄인다는 방침이다. 올 하반기 세종시로 이전하는 김모 서기관은 “과천에서 서울 정부종합청사를 다녀오려면 반나절을 잡아야 하는데, 세종시로 가게 되면 하루는 족히 걸릴 것”이라며 “윗분들이 서울에 가 있으면 아무래도 업무진행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한 국장급 간부는 “이동 중에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태블릿PC로도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2014년 이전하는 국책연구기관에서 근무하는 정모 박사는 세종시가 스마트교육 전면 실시, 특목고 신설 등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온 가족이 세종시로 옮겨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세종시도 장차 과천처럼 공무원 사회가 될 테고, 교육 인프라까지 좋다면 아이들 키우기에 좋을 것 같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요즘 교육에 기대를 걸고 세종시 이주를 고려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첫마을 학교들은 당초 예상과 달리 학생이 대거 몰려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스마트 교육 학교 인기

    ‘두 집 살림’ 가족 출현하고 ‘세종교육’엔 큰 기대

    세종시 한솔고 이길재 물리 교사가 전자칠판 앞에서 강의하고 있다.

    9월 10일 찾아간 첫마을의 한솔고등학교. 교무실에 설치된 대형 TV에는 학교 곳곳을 비추는 42개 CCTV 화면이 띄워져 있다. 그중 하나를 두 번 탁탁 치면 화면이 확대된다. CCTV 근처에서 소리를 지르면, 그 소리가 교무실에 울려 퍼진다고도 한다. 이 학교는 스마트 교육 및 스마트행정이 가능하도록 교내 전체에 관련 시설이 갖춰져 있다. 기자의 스마트폰에는 대여섯 개 무선인터넷 신호가 잡혔다. 강양희 교감은 “1학기 때는 이전 공무원 자녀가 10%에 불과했는데, 2학기 들어 학급수를 3개 더 늘려야 할 정도로 많이 왔다”고 전했다.

    한솔고 학생들은 아침마다 개인 태블릿PC를 지급받아 학업에 활용한다. 교사가 72인치 터치스크린 전자칠판 앞에서 수업을 하다 학습자료를 학생들의 태블릿PC로 전송해주고 학생들이 태블릿PC로 수행한 과제를 전자칠판에 띄운다. 1학년 주수빈 양은 “중학교 때는 문제 풀이를 칠판에 적어야 했는데 지금은 내 자리에서 태블릿PC에 풀면 선생님이 그걸 전자칠판에 띄우니까 참 편리하다”고 말했다. 한솔고 스마트 교육을 총괄하는 김희순 부장교사는 “예전에는 내가 준비한 수업자료가 전부였지만 지금은 아이들 스스로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자료를 찾아내고, 또 아이들끼리 학습 결과물을 서로 편리하게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업의 폭이 넓어졌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하교 전에 태블릿PC를 학교에 반납해야 한다. 일부 학생들은 태블릿PC에 담긴 학습자료를 클라우드 서버에 옮겨놓고 집에서도 복습한다고 한다. 물론 태블릿PC로 ‘딴짓’도 가능하다. 김 교사는 “태블릿PC로 게임하다 적발되면 벌점 5점에 2주간 압수”라고 귀띔했다.

    대전 쪽에서 세종시로 들어가려면 한두리대교를 건너게 된다. 돛단배를 형상화했다는 조형물 뒤로 보이는 첫마을의 밤풍경은 그 아래 흐르는 금강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세종시 사람들 사이에서 이 곳은 꼭 가봐야 할 저녁산책 코스로 꼽힌다.

    이 아름다운 야경을 가까이 두고 사는 사람이 앞으로 얼마나 늘게 될까. 세종시는 당초 계획한 대로 행정중심도시로 제 기능을 하면서 동시에 정부 지원에만 기대지 않는 자족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까. ‘기대 반, 걱정 반’ 세종시가 닻을 올렸다.

    인터뷰 | 유한식 세종시장

    “자족도시 되려면 ‘세종시 수정안’ 필요”


    ‘두 집 살림’ 가족 출현하고 ‘세종교육’엔 큰 기대
    ‘누구나 살고 싶은 행복도시 세종.’ 세종시로 향하는 길목 곳곳에는 이와 같은 세종시의 캐치프레이즈 현수막이 걸려 있다. 그런 도시가 되려면 주거, 교통, 치안, 교육, 그리고 경제 여건이 남부럽지 않게 조성돼야 한다. 유한식 세종시장(63)은 이런 ‘미션’을 안고 지난 7월 1일 세종시 출범과 함께 초대 시장에 취임했다. 유 시장은 연기군 서면 출신으로 세종시의 전신인 연기군에서 군수를 두 번 지내며 세종시 설립에 따른 온갖 우여곡절을 직접 겪었다. 최근 선진통일당을 탈당해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 세종시 자랑을 한다면.

    “헬리콥터를 타고 세종시를 둘러본 적이 있는데 새삼 내 고향이 정말 아름다운 곳임을 깨달았다. 산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금강이 흐르고 그 안에 최고의 전문가들이 설계한 도시가 건설된다. 정부종합청사의 모든 건물 옥상은 정원으로 꾸며져 약 4km 길이로 연결된다. 세종시는 5무(無)도시다. 전봇대, 쓰레기통, 담장, 광고 입간판, 노상주차가 없다. 또 전체 면적의 52%가 녹지로 조성된다. 인공호수도 만들어지고 그 주변으로 국립도서관과 예술의전당, 자연사박물관 등이 들어선다. 계획대로 완성된다면 세종시는 자연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가 될 것이다.”

    - 2008년부터 두 차례 연기군수를 지내며 세종시가 우여곡절을 겪는 과정을 지켜봤다.

    “세종시 수정안이 나온 직후 군민들과 함께 릴레이 단식을 했다. 촛불집회도 160일간 매일 했다. 야간집회를 할 때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웠는데도 어르신들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자리를 지켰던 게 기억난다.”

    - 세종시 목표는 2030년 인구 50만 명의 자족도시가 되는 것이다. 자족도시가 되려면 기업 유치가 선결과제일 텐데.

    “세종시가 기업을 유치하려면 결국 국회에서 부결된 ‘세종시 수정안’이 필요하다. 이 수정안에는 세종시 입주 기업에 세금을 감면해준다든지 땅을 싸게 빌려준다든지 하는 지원책이 있었다. 기업들이 이런 지원을 기다리는 것 같다. 정치권에서 세종시설치특별법(세종시특별법) 개정안을 추진 중인데 반드시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 세종시특별법 개정의 주요 내용은 뭔가.

    “현재 22조5000억 원의 재원을 들여 2030년까지 세종시를 건설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재원은 대부분 도시 인프라 구축에 쓰인다. 나머지 재원 대책은 빈약하다. 따라서 이번 개정을 통해 세종시 재정 확충 방안을 도모해야 한다. 적어도 제주특별자치시 수준으로 특별회계를 도입해야 한다.”

    제주 수준의 특별회계 필요

    - 기업투자 유치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투자유치과를 신설했고, 경제산업국장을 팀장으로 투자유치지원협력TF를 발족했다. 행정안전부에 ‘행정의 달인’이란 수상제도가 있는데 거기서 ‘투자 유치의 달인’으로 뽑힌 공무원을 세종시로 발탁해오기도 했다. 중국 등 외환보유고가 높은 아시아 지역 국가를 대상으로 투자 유치 노력을 할 것이다. 투자유치 설명회 개최, 세계화상대회 참가 등을 검토하고 있다.”

    - 세종시에 국회 분원이나 청와대 제2집무실 등을 두자는 말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부처의 60%가 세종시로 내려오는데, 세종시 공무원들이 국회나 청와대에 자주 가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어떤 방식으로든 국회 기능의 일부를 세종시로 이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적 문제 등 여러 선결과제가 있겠지만 종국에는 국회 본원도 이전해야 한다고 본다.”

    - 앞으로 서울~세종 간을 왕복하는 인구가 크게 늘게 되는데.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두 시간가량 걸리지만, 9월 중순부터 운행을 시작하는 오송~대전 간 간선급행버스체계(BRT)와 서울~오송 간 KTX를 이용하면 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다. 세종시 현안 중 하나는 서울~세종을 바로 연결하는 제2경부고속도로 건설인데 여러 문제로 지연되고 있어 안타깝다. 조기 착공을 위해 세종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겠다.”

    - 선진통일당을 탈당해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자유선진당 시절에 입당해 군수를 두 번 하고 세종시 초대 시장이 됐다. 선진당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시장으로서 세종시를 잘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는데, 의석수가 5개에 불과한 선진당 소속으로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 세종시 발전을 위해서는 정치력으로 해결할 일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당을 옮기게 됐다.”

    - 이주 예정자들은 세종시에서의 생활이 좀 심심할 것 같다고 걱정하기도 한다.

    “나도 대전 등 도시에서 공직생활을 해봤지만, 도시보다 여기에서 할 게 더 많다고 생각한다. 야구, 축구, 족구 등 동호회도 많고 등산이나 산책할 곳도 많다. 또 세종시는 저탄소 도시를 지향해 자전거도로를 정말 잘 해놓았다. 개인적으로 체험농장을 도입해 배나무나 복숭아나무 몇 그루를 세종시 가족들에게 분양해 주말마다 농사짓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인터뷰 | 신정균 세종시교육감

    “올해 말 스마트 교수법 모범사례 나올 것”


    ‘두 집 살림’ 가족 출현하고 ‘세종교육’엔 큰 기대
    학생이 교문을 통과하면 학부모에게 ‘○○○ 학생이 안전하게 등교했습니다’란 문자메시지가 자동 전송되고 모든 교실에 전자칠판과 개인 태블릿PC가 설치된 학교. 세종시 첫마을에 자리한 참샘초등학교 및 한솔초·중·고등학교는 ‘스마트 교육’의 현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신정균 초대 세종시교육감(63)은 “이전 공무원을 비롯한 세종시 주민들이 교육 문제에 관심과 기대가 크다”며 “나 또한 교육의 질이 높아야 세종시가 살고 싶은 도시가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신 교육감은 연기군 남면 출신으로 공주교육대를 졸업, 연기군 및 충청남도에서 40년 넘게 교직에 몸을 담았다. 지난 4월 초대 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으로 당선됐다.

    - 세종시의 스마트 교육이 화제다.

    “지난 3월부터 스마트 교육을 실시하면서 절감한 것은 최첨단 IT기기는 수단이며, 결국 교육은 교사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지금은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가장 효과적인 교수법을 개발하는 시기다. 우리 선생님들은 스마트 교육의 표준 학습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말이 되면 스마트 교수법 및 학습법의 모범사례를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을 비롯해 한국교원대, 공주대, 공주교대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서로 협력하고 있다.”

    - 앞으로 모든 학교가 스마트 교육 시설을 갖추게 되나.

    “그렇다. 2030년까지 신설되는 150개 학교 전부에 스마트 교육을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된다. 편입지역 31개 초·중·고등학교도 내년부터 3년간 해마다 10개 학교씩 스마트 교육이 가능하도록 시설을 업그레이드한다. 우선적으로 올 하반기 5개 편입지역 학교에 340억 원을 투입해 스마트 교육 시설을 도입할 예정이다.”

    - 첫마을의 신설 학교들에 대한 반응이 좋은 것 같다.

    “애초에 첫마을 분양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학교를 세웠는데, 정작 입주한 주민들은 세종시 교육에 기대를 갖고 온 학부모들이라 예상보다 수요가 급증했다. 현재 2개 공립 유치원은 정원이 모두 찼고, 초·중·고교는 100~200명 정도 더 수용 가능한 상태다. 가을부터 정부기관 이전이 본격화하면 자리가 많이 부족할 것 같아 걱정이다. 학급당 인원을 25명 이하로 하는 게 세종시 교육의 기본계획인데 당분간은 좀 늘려야 할 것 같다. 여러 대책을 강구하겠다.”

    - 세종시 교원 선발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고 들었다.

    “지난 8월 전국 공모를 했는데 78명 선발에 660명이 지원해 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정부 이전 기관 배우자, 연기군 장기근속 교원을 우선 선발하고 스마트 교육 분야에서 능력이 우수한 선생님들을 선발했다.”

    - 지난 7월 선포한 ‘세종 교육비전 2030’ 중에서 ‘올리사랑’ 프로젝트를 강조하는 이유는?

    “첨단 IT 학습기기를 활용한 스마트 교육을 한다고 하니 자기중심적이고 삭막한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또 왕따, 학교폭력 등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올리사랑은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내리사랑의 반대말로 자녀가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을 말한다. 웃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남을 무시하거나 괴롭히지 않는다. 학교폭력에 대해 고민하던 중에 연기군이 고향인 최성규 성산효대학원 총장에게서 이런 인성교육의 철학을 듣고 ‘바로 이거다’ 했다.”

    - 인성교육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성산효대학원과 공동으로 교사들과 초·중·고등학생들에게 효 관련 교육을 할 것이다. 학부모들에게도 ‘밥상머리 교육’에 대해 배울 기회를 제공하겠다. 또 화장실에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아 정서 순화를 꾀한다든지 하는 나름의 독창적인 방법으로 학교마다 올리사랑 교육을 펼치고 있다.”

    내년 3월 국제고 개교

    - 최근 외국어고 설립 계획을 국제고 설립으로 변경했다.

    “외고를 설립하면 세종시 학생들만 선발해야 한다. 세종시 중학교 졸업생이 1000명 가까이 되는데 이 중 상위 100명의 우수 학생이 외고로 빠져나가면 다른 학교들을 명문고로 만들 수가 없다. 또 외고의 경쟁력도 이 지역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다. 국제고가 되면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할 수 있다. 정원의 10%는 세종시 거주 학생으로 선발하고 나머지는 전국에서 우수 학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학교 건물은 12월 완공되며 기숙사도 짓고 있다. 내년 3월 개교할 예정이다.”

    - 부지까지 예정해둔 과학영재고 설립이 무산됐다고 들었다.

    “대전 과학영재고 설립이 확정되면서 같은 충정권에 있는 세종시에 추가 설립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세종시교육청은 통섭형 영재를 육성하는 과학예술영재고 유치를 선도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교육과학부에서 공모 계획이 나오면 적극 응모할 것이다.”

    - 학교끼리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시도하고 있다.

    “학교마다 따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다보니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하기 어렵고 강사 구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대안으로 몇 개 학교가 방과후프로그램을 상호 개방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연말에 결과가 좋게 나오면 세종시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학교 간 셔틀버스도 운행하려고 한다.”

    - 세종시로 이주하는 학생들은 낯선 환경에 놓이게 된다. 또 세종시엔 주말 가족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자로서 조언한다면.

    “각지에서 전입한 아이들이 하나가 되기까지 갈등과 상충이 꽤 있을 것이다. 아이들끼리 친해지도록 하려면 되도록 서로 자주 만나게 해줘야 한다. 동아리나 각종 행사에 참여해 서로 부대끼고 협업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런 점에 대해 첫마을 학교 선생님들이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br> 같이 살아도 얼굴만 슬쩍 보는 사이라면 남남이나 다름없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함께 식사하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면 부모 자식 간의 정은 깊어진다. 세종시 주변에는 오봉산, 운주산 등 가족끼리 함께 오르기에 적당한 등산길이 여럿이다.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등산하며 이야기 나눠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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