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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0년 맞은 팔색조 배우 황정음

“걸그룹 슈가 시절 끔찍 덕분에 웬만해선 안 아파요”

  • 김지영 기자│kjy@donga.com

데뷔 10년 맞은 팔색조 배우 황정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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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옥상서 물풍선 던지던 악동, ‘슈가’ 하면서 착해져
  • ● 일·사랑 모두 중요하지만 공사는 구분
  • ● 찰떡호흡 파트너는 최다니엘, 이상형은 차태현
  • ● CF 찍어 모은 돈, 수익형 재테크에 분산투자
  • ● 연기 한계와 슬럼프, 긍정의 힘으로 극복
데뷔 10년 맞은 팔색조 배우 황정음
편견은 때로 의외의 감동을 낳는다. 최근 MBC 의학드라마 ‘골든타임’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 황정음(27)이 좋은 예다. 그는 병원재단 이사장 손녀인 응급실 인턴 강재인으로 등장해 “의사 역이 안 어울릴 것”이라는 방영 초기의 우려를 잠재우고 갈수록 극에 녹아드는 혼신의 열연으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견인했다. 기대치가 낮았던 만큼 그가 연기로 보여준 ‘반전’은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그의 연기력에 대한 칭찬이 끊이지 않은 이유다.

사실 이런 경험이 그에게 처음은 아니다. 2009년 시트콤 드라마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하이킥’)에서 엉뚱 발랄한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은 그는 이후 기존의 이미지를 고수하며 편한 길을 가지 않았다. 오히려 기댈 데가 없는 다른 장르의 작품을 골라 연기 변신을 거듭해왔다. 그 때문에 드라마 ‘자이언트’와 ‘내 마음이 들리니’를 시작할 때도 연기력 논란이 불거졌지만 결과는 모두 해피엔딩이었다. 2010년에는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자이언트’의 이미주 역으로 SBS 연기대상에서 뉴스타상의 주인공이 됐고, 지난해엔 ‘내 마음이 들리니’의 봉우리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덕에 MBC 드라마대상 미니시리즈 부문에서 여자우수상을 받았다.

하지만 왜 굳이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며 고생을 자처할까. 2002년 걸 그룹 슈가 멤버로 데뷔한 그가 맨바닥이나 다름없는 배우의 길로 들어선 이유가 뭘까. 현재진행형인 사랑 경험이 연기에 도움이 될까. 많은 궁금증을 안고 10월 9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그를 만났다. 4개월에 걸쳐 부산에서 진행된 ‘골든타임’ 촬영과 바로 이어진 해외화보 촬영으로 몹시 지쳐 있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그의 낯빛은 생기발랄했다. 목소리도 경쾌하고 말투도 싹싹했다. “이렇게 기자와 마주 앉아 인터뷰하는 건 실로 오랜만”이라는 그는 시종 달뜬 표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풀어냈다.

“러브라인 없어 안타까웠다”

▼ 의사 역이 잘 어울리던 걸요?



“처음엔 정말 많은 분이 안 어울릴 것 같다고 했어요. 심지어 저도 감독님한테 왜 절 캐스팅했는지 묻고 싶었어요. 캐스팅은 중요한 문제니까 감독님에겐 뭔가 큰 뜻이 있겠거니 하면서도 연기하기가 두렵고 무서웠어요. 당연히 못할 거라는 짐작은 했지만 부딪쳐보기 전엔 결과를 알 수 없으니까 일단 저 자신에게 주문을 걸었어요. 이번에도 잘될 거라고요. 전 항상 잘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일하거든요.”

▼ 감독에게 캐스팅한 이유를 물어봤나요?

“묻고 싶었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감독님에게 먼저 물어보는 게 성급한 행동 같아서 전화를 안 했거든요. 그랬더니 감독님이 한번은 “‘아잉~ 전화 좀 해’라는 문자를 보내왔어요. 거절할 수 없어서 전화했더니 감독님이 ‘널 왜 캐스팅했는지 왜 안 물어봐?’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그날도, 그 후에도 답은 못 들었어요.”

▼ 다 알려주고 시작하면 연기에 지장을 줄까 봐 일부러 알려주지 않은 건 아닐까요?

“그것도 일리가 있겠네요(웃음).”

▼ 생각보다 더 밝고 구김살이 없어 보여요.

“원래 생각이 없는 아이였는데 ‘골든타임’ 하면서 생각이 많은 애로 변해 인생이 피곤해지고 있어요. 캐릭터에 빠지면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겠어요. 이제야 배우의 길을 제대로 가고 있나봐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느끼고 배운 게 많아요. 제 자신이 작아 보이기도 했다가, 울다가, 좋았다가…, 삶의 희로애락을 느끼게 해준 드라마예요.”

▼ 그 덕에 한결 성숙해졌나요?

“배우로서도, 사람 됨됨이로도 아직 멀었지만 이 드라마가 삶을 좀 더 진지하게 대하는 계기가 됐어요. 사람이 힘든 것을 겪고 나면 한 단계 성숙해지고, 바닥을 쳐야 또 올라가는 법이잖아요. 내 인생에서 바닥을 친 게 ‘골든타임’이에요. 나쁜 의미의 바닥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연기의 한계를 느끼게 해줬거든요.”

▼ 어떻게 극복했나요?

“너무 괴로웠지만 긍정의 힘으로 이겨냈어요. 극복은 주위에서 도와준다고 되는 게 아니라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니까요. 도와줄 사람도 없었어요. 연기 베테랑인 선배들도 힘들어했어요. 촬영 당일에 쪽대본이 나와서 다들 대사를 못 외워 난리였죠. 물어보기가 미안할 정도였어요. 그래서 부산에서 연기선생님을 섭외했어요. 대본을 봐도 무슨 감정을 표현하려는 것인지 작가의 의도조차 파악이 안 돼서 ‘멘붕(멘탈 붕괴)’이 왔거든요. 근데 연기선생님도 대본이 이상하다고 하셨어요. 저 혼자만 대본이 어렵다고 얘기했으면 제가 이해력이 부족한 사람이지만, 모든 사람이 어려운 대본이라고 말했어요. 의학드라마니까 전문가에게 자문해 리얼리티를 살려야 하고, 배우의 감정도 녹여야 하고, 에피소드도 만들어야 하니까 작가가 살짝 버거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드라마틱한 러브라인이 없었어요. 근데 그걸 시청자가 신선하게 받아들여 참 다행이었죠.”

▼ 러브라인이 빠져서 아쉬웠나요?

“많이 안타까워요, 러브라인이 있었으면 편했을 것 같아요. 저랑 이선균 씨가 숨 돌릴 겨를이 생겼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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